교양
허영구(전민주노총 부위원장)
등록일 : 202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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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00회 산행 기념으로 천마산에 올랐다. 천마산은 125회째다. 1회를 천마산에서 시작했으니 36년 세월을 건너 500회의 의미를 천마산에서 느끼기로 했다. 날씨는 약간 쌀쌀했지만  계곡에는 차갑고 많은 물이 힘차게 흘러내렸다. 잎을 떨군 채 뻗어 있는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은 너무나도 맑았다. 청명한 새소리에 기분도 상쾌하다.  

 

정상에 서니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우리나라는 정말 산이 많다. 어릴 때는 들판과 바다 가까운 곳에 살았지만 어디서든 산을 바라볼 수 있었다. 주변 야트막한 동산은 놀이터였다. 학창시절 설악산 수학여행이라든가 야유회, 직장 초기 몇 차례 산행을 갈 때만 해도 별도로 기록을 남긴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1986년 가정을 꾸리고 난 뒤 1년 지나 직장에서 가능한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남양주군 미금읍(현재 남양주시) 호평리로 이주했다. 내가 살던 5층짜리 시영아파트는 마을에서 가장 고층이었다. 동네 가까이는 논밭이 있었고 사방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마산이 가장 우뚝했다. 매우 높은 산으로 보였다. 1987년 7월 12일, 봉사단체 후배들과 함께 천마산으로 향했다. 등산로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았고 가파른 바위를 따라 정상에 오르는 등산로는 계단은커녕 밧줄도 걸려 있지 않았던 때였다. 그 날따라 짙은 안개가 산을 뒤덮고 있어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다. 겨우 뾰족한 정상(최근에 이 곳을 뾰족봉이라 부름)에 올랐으나 주변 경치를 조망할 수는 없었다. 두 번째 올랐을 보니 정상은 200m나 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천마산을 오르면서 산행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아침 먹고 집을 출발해 천마산을 다녀 온 뒤 다시 집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자주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자주 천마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호평동에서 27년 동안 살 동안 천마산에 오른 횟수가 110회나 됐다. 

 

2014년 고양시로 이사하면서 천마산 가는 기회는 줄었지만 북한산 등 다른 산을 기회는 늘어났다. 직장생활, 봉사활동, 노동운동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다 보니 연도에 따라 산행 횟수는 들쭉날쭉이었다. 1년에 한두 번 밖에 못 갈 때도 있었다. 2018년까지 31년동안 총 291회를 다녀와 1년 평균 9.4회에 불과했다. 

 

2019년부터 매주 1회 산행을 목표로 세웠다. 현재까지 5년여 동안 209회 산을 다녀왔으니 1년 평균 42회에 달한다. 2020년은 51회나 다녀왔다. 500회 산행을 산높이로는 300km, 거리로는 3,000km를 넘지 않을까 싶다. 목표도 중요했지만 그것을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산에서 얻는 즐거움이었다, 더하여 빠짐없는 산행기록과 여러 가지 의제로 정상에 서서 남기는 인증샷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동행 중인 옆지기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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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회, 천마산, 2023.12.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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