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심미숙
등록일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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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마이TV 2024.3.12

 

 “역사를 가장 역사답게” 가르치는 역사 강사 황현필은 “단군 이래 적이 아닌 자국민을, 우리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많이 죽인 사람이 리승만이고 그 자국민도 거의 대부분 민간인이었”다고 재차삼차 일갈하며, 영화 “건국 전쟁”의 끝없는 “거짓, 왜곡, 변명, 날조, 숨김”을 수많은 사료를 들어 열혈 명쾌하고 꼼꼼하게 파헤친다.

 

한 네티즌은 이 영화와 관련한 어느 논쟁의 댓글에서, “생각이 있는 국민들은 참 힘들다. 건국 전쟁과 같은 리승만 사태를 바라보는 역사가들은 지금 기자회견을 해줘야 한다. 행동해줘야 한다. 그것이 저들에게 역사가들과 생각있는 국민들이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말했다. 그 영화에는 “사람이 안 보인다!”고. ‘그 영화에 사람이 안 보인다고? 거기 사람 많이 나오는데? 이상한 사람들 많이 나오는데...?’ 라고 생각하며, 나는 영화 “건국 전쟁”에는 “사람이 안 보인다!”는 그 말을 내내 붙잡고 있었다.

 

≪자본론≫을 비롯한 맑스ㆍ엥엘스의 저작을, ≪국가와 혁명≫을 비롯한 레닌의 저작을 읽다보면 크게 감동하며 깨닫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장 고통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절절한 관심과 사랑. 또 하나는, 그 고통의 원인에 대한 집요하고 집요하고 집요한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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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그림   <한국에서의학살>   1951년 작.  출처 : 나무위키 

 

영화, “건국 전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도 등장하는데, 그리고 이상한 말들도 많이도 하는데, 그 중 압권은 “피해자에 집중”하는 것, “희생자 중심으로 문제를 보”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지?’ 금방 알아듣지 못하고 한참 생각했다. 놀랍게도! 그것은 가해자에 집중하고 가해자 중심으로 문제를 보라는 말이었다! 학살당하고 고통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살하고 고통을 주는 사람에 집중하라는 말! 가해자에 대한, 학살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가득한!, 섬뜩한 말이었다!

 

그러니까, “아무 죄도 없이 손가락 총에 의해 경찰서로 끌려가서, 뒷산에서, 개울에서, 구렁텅이에서, 언덕배기에서 집단학살 당한 사람들은 당연히 그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정식 재판도 없이 즉결 처형된 억울한 부모형제들의 한을 풀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유족들”도 보이지 않는다.

 

가해자들이 “건국 전쟁”을 벌이며 학살한 사람이 백만 명 가량이었다.(≪경향신문≫기사, 2006. 6. 22.) 한 사람, 두 사람, 열 사람, 백 사람도 아니고, 천 사람, 만 사람도 아니고, 십만 사람도 아니고, 이십만, 삼십만,,, 구십만, 백만 사람이었다. 그들 중 단 한 사람도 그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 영화에는 사람이 안 보이는 것이다.

 

나는 그 백만의 희생자 중 몇 사람을 KTV(국민방송)에서 만났는데, 그 중 한 사람이 고 노상도씨이다.

그는 해방 후 마산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건국준비위원회 활동을 했고, 벽보를 11군데 붙였다는 이유로 1948년 4월에 미군정 포고령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그 벽보의 내용은 “1. 정권을 인민에게 넘겨라, 2. 농지를 순수 농민에게 돌려줘라, 3. 남녀평등권 실시하라, 4. 친일 세력들 색출 엄벌하라” 였다.

 

징역을 살고 1949년 9월 출소 후 보도연맹에 가입이 되었으며, 한국전쟁 발발 직후 1950년 7월 초, 마을 이장을 통해 보도연맹원들은 면사무소로 일을 하러 오라는 통보를 받고 삽과 쌀소쿠리를 들고 집을 나섰다가, 그 길로 형무소에 수감, 8월 14일 사형을 언도 받고 전차상륙함(LST)에 실려 구산면(마산) 앞바다로 끌려가 총살, 수장되었다. 그의 아들 노치수씨는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일을 했다.

 

나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미군정과 대한미국이 저지른 학살에 대해서, 그 대한미국의 건국 대통령 리승만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피해자⋅희생자의 관점이 아니라, 가해자⋅학살자의 관점, 권력자⋅국가의 관점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사람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사람같지 않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았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었을, 그 백만의 사람을 상상해보았다. 자주적인 인민의 국가 건설, 토지개혁, 남녀평등, 일제청산이라는, 고 노치수씨의 네 가지 열망은 당시 대다수 인민들의 열망이었고, 그 열망 때문에 학살당했고, 그 열망은 아직도 우리 노동자 인민이 달성하지 못한 과제, 따라서 최대한 앞당겨 달성해야 할 과제이다.

 

묻혀있던 학살의 진실이 1987년 6월 항쟁 이후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고, 1996년 ‘거창 특별법’을 시작으로 2000년 ‘4·3 특별법’, 2005년 5월 ‘통합 과거사법’ 제정과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위)의 출범과 2010년까지의 활동, 그리고 2020년 진실위의 재출범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백만 학살의 전모는 밝혀지지 않고, 학살자들의 무리는 밝혀진 진실의 조각마저 되묻으려고 한다.

 

지난 2021년, 여순항쟁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래, 작년 2023년 말에는 ‘여순사건 진상조사 보고서 작성기획단’이 구성되었는데, 이 기획단에 뉴라이트를 포함한 극우 인사 9명(전체 15명 중 당연직 5명과 유족대표 1명을 제외한 위촉직)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그 기획단의 지난 2월 22일 회의에서는 “14연대의 봉기는 반란이었다. 여순사건 진상규명은 반란군과 이에 찬동하는 민간인들이 합동해서 반란을 일으킨 것이기에 진상보고서는 반란이라는 원칙 속에서 작성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여순사건 유족 “진상보고기획단에 극우 인사···재구성해야””, ≪무등일보≫, 2024. 02. 28.)

 

영화 “건국 전쟁”을 만든 자들이 바로 그러한 극우 인사들이다. “건국 전쟁 2”도 만든다고 한다. 학살된 “반란군과 이에 찬동하는 민간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 참혹한 학살의 진실을 덮으려는 그자들은 과연 사람일까? 좀처럼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저 엄청난 대량 학살자 대한미국의 건국 대통령 리승만을 가리켜, “일반 보통 사람들, 평민 계층들, 이름 없는 민초들의 수도 없는 죽음의 자리에 함께 했던 그야말로 민중의 벗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 지도자였”다고 추앙⋅찬미하는 저들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래저래 그 영화에는 정말 사람이 안 보인다. 그리고 현실에는, 사람들과 사람이 아닌 자들, 사람답지 않은 사람들과의 냉혹한 투쟁이 있다.

 

이렇게 인간같지 않은 인간들이 득세하고 활개를 치며, 더욱 냉철하고 엄혹한 투쟁을 노동자 인민에게 강제하는 정세의 직접적 계기는 극우 윤석열 정권의 탄생이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경복궁 동편인 송현광장에 리승만기념관 건립을, 홍준표 대구시장은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 건립과 박정희 광장으로의 개명을, 윤석열 정부는 주미 한국대사관 앞 리승만 동상 설립을, 추진⋅검토⋅지원하겠다고 밝힘.), 그 근본적 배경에는 독점자본의 전반적이고 만성적인 과잉생산 위기의 격화와 노동자 인민들의 실업과 빈곤의 심화가 있다.

 

이에 더욱 거세게 터져나올 수 밖에 없는 노동자 인민의 저항과 투쟁을 억누르고, 위기의 자본주의체제를 연명하기 위한 독점자본의 방책이 파쇼 독재정권과 극우세력의 재탄생과 육성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정확히 말하자면, 글로 씌어져 전해온 모든 역사. (≪공산당 선언≫))” 원시 공동체 사회의 해체와 더불어 사회가 서로 적대적인 계급들로 불가피하게 분열하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지배하는 계급과 지배당하는 계급, 즉 착취⋅억압하는 가해자들과 착취⋅억압 당하는 피해자들 사이의 불가피한 투쟁, 계급투쟁이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도 인간이 만드는 역사는 진보하고, 멈추고, 때로 후퇴하지만 다시 전진해 왔다. 피지배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은,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속한 지배계급에 맞서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마침내 계급 자체를 폐지할 때까지 전진할 것이다. 자본의 만성적 과잉생산과 노동자 인민의 가난과 실업, 전쟁과 학살의 공존이 필연인 착취와 억압의 사회 자본주의의 폐지로 나아갈 것이다. 뉴라이트와 극우를 포함하는 모든 사회악을 영원히 잠재우고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출처:  <노동자신문> 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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