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 故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며
나희덕
등록일 : 2023.06.10

이한열-1.jpg


                    

우리에게 땅이 없다
그대의 시신을 안고 도망쳐 나왔지만 
따뜻하게 묻어줄 땅이 없다 
병원 입구마다 몇 겹의 경찰들이 
에워싼 그런 땅 말고, 
우리가 그대를 따라 걸어가는 행렬이 되고 
열려진 하늘 아래 그대의 무덤을 만들 
몇 줌의 흙, 몇 발자국의 자유가
우리에게 없다 


그대를 어디에 묻으랴 
그대를 두고두고 어디에서 만나랴 
죽음에 대해 자주 무디어지는 습관을 
어느 곳에 무릎 꿇고 용서받으랴 
망월동에서, 4.19묘지에서 
묻힌 그대들을 만나는 그 순간마다 
아직도 땅 없음을 어찌 다른 말로 둘러댈 수 있으랴 


우리에게 땅이 없다 
이제 그대가 누운 세 치의 죽음만이 
우리의 깨끗한 땅이다 

 

- 나희덕 시집『뿌리에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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