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ㅡ 전지현 서비스연맹 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
노동과 세계
등록일 : 2024.05.19
최저임금-2.jpg
2024년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으로 활동할 전지현 서비스연맹 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 

 

2025년 최저임금 투쟁이 본격 시동을 걸었다. 물가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고 임금은 '찔끔' 오르면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2년 연속 하락세다.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임금투쟁이라고 불리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최저임금 논의는 윤석열 정권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차별적용(차등적용) 시도가 어느때보다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인건비'를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면서 사실상 최저임금을 인상을 낮추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아니나 다를까 새로 임면된 공익위원의 면면에는 '반노동' 인사가 비친다. 


이에 대항하는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의 어깨가 무겁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뿐만 아니라 일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확대적용 쟁취, 차별적용(차등적용) 저지, 회의 공개 촉구, 산입범위 정상화 등 과제도 많다. 
<노동과세계>가 민주노총의 노동자위원들을 만나 투쟁 방향과 계획을 물었다. 민주노총 최저임금 노동자위원 또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향해 최저임금 투쟁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조직을 요청했다. 우리가 최저임금위원회 안에서 싸울 동안, 밖에서 함께 싸워달라는 당부다. [편집자주]

 

2024년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으로 활동할 전지현 서비스연맹 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 사진=송승현

                                                     2024년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으로 활동할 전지현 서비스연맹 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

 

돌봄노동자이자 최저임금 당사자로서, 진짜 노동자의 삶의 이야기를 들고 투쟁에 임하게 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전지현입니다. 돌봄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지시키고, 윤석열 정권의 돌봄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적용을 폐지시키기 위해 싸워나가겠습니다. 서비스연맹 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 '최저임금 후려치기' 타겟이 된 돌봄노동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대표성을 갖고 노동자위원이 됐습니다. 윤석열의 최저임금 개악 시도를 막아내고,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싸움에 나서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한국은행의 보고서(이슈노트) 얘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이랍시고 내놓은 내용은 "간병과 돌봄서비스 인력난이 심각해 이주노동자를 '활용'해야하고, 이들에게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생산성 낮은 돌봄노동에는 결국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뜻을 결론으로 내포하고 있습니다. 

 

언뜻보면 보고서는 이주자가 돌봄노동을 했을때 최저임금을 주지말자고 하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돌봄노동 전체에 최저임금 차별적용을 하자는 논리가 비집고 들어올 틈을 열어주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돌봄노동은 생산성이 낮으니 임금을 법정임금(최저임금)보다 덜 줘도 된다'는 주장은 사람과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상실한 정부의 기조가 드러난 대목이었습니다. 어디 감히 사람을 돌보고 존엄을 지키는 일에 생산성이 낮다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을 들먹이나요. 

 

'돌봄노동자 공급이 적다'고 하는 것부터가 정부의 거짓 선동이에요. 제대로 된 임금수준만 보장된다면 이미 일할 사람들은 차고 넘쳐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수요자를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자격증 소지자들이 돌봄노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턱없이 적은 임금 때문이에요. 이러한 현장의 생생한 경험들을 무기 삼아서 투쟁에 임하겠습니다. 

 

최근 돌봄서비스노조가 조사해본 결과 3년미만 근속자 비율이 크게 늘었다는 것도 이 현상의 연장선입니다. 돌봄은 특히 '숭고한 헌신과 희생'으로 여겨지면서 열악한 돌봄'노동' 조건에는 침묵을 강요하게 만듭니다. 임금만 보더라도, 서비스연맹과 민주일반연맹이 조사한 돌봄노동자의 평균월급은 세전 172만 원입니다. 돌봄의 숭고함이 돌봄노동자의 임금명세서에는 전혀 반영돼지 않았어요. 우리들은 초임 돌봄노동자 기준 월 267만원이 현실을 고려한 적정임금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돌봄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시민들은 알게됐습니다.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으면서 노동자의 과로와 저임금으로 떠넘기려고 하는 것은 국가와 자본입니다. 

 

그냥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더러워서 때려친다'는 사람들이 줄을 이어요. 우리 민주노조의 투쟁으로 돌봄노동을 사회적 의제로 띄우고, 투쟁을 통해 자랑스러운 성과들도 많이 냈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돌봄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적용이 실시된다면, 상상할수 없을정도로 심각한 돌봄노동 공백이 생길겁니다. 지금까지 오랜 투쟁으로 그나마 만들어져왔던 장기요양제도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을겁니다. 결과적으로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나라가 지게 될겁니다. 

 

정부(한국은행)는 지금 당장 이주노동자들이 돌봄노동에 투입될 수 있을 것 처럼 얘기하는데, 이 또한 전혀 현실과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자격증을 취득해야하는 전문성을 요하는 직업입니다. 돌봄노동자들의 전문성과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는 동시에, 이주노동자들을 '싼 값'에 부릴 수 있는 존재로 하대하며 존엄과 생존권을 깎아내리는 일이에요. 그리고 이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것을 고려했을때는 지독한 성차별 보고서이기도 한 셈이죠.  

 

작년에는 요식업계와 숙박업, 택시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차별적용 하려다가 막혔던 경험이 있는 정부가 이번에는 자신들의 예산으로 쥐락펴락 할 수 있는 돌봄노동자들에게 칼날을 들이댔어요. 돌봄노동자의 임금은 한 해 정부가 수가상 인건비(인력운용비)로 내리거든요. 어떻게든 최저임금을 형해화하고 균열을 내겠다는 집요한 의지가 보여요. 차별적용 받는 노동자들한테는 물가도, 월세도, 공과금도, 교통비도 차별적용 해준답니까. 말도안되는 일이죠. 

 

최저임금 논의는 결정구조부터 시작해서 밀실(비공개) 회의와 같이 뜯어고쳐야 할 것들이 산더미지만, 올해 최저임금은 물가 인상률만 본다고 하더라도 큰 폭으로 올라야 상식적입니다. 노동자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도, 최저임금 대폭인상은 절실한 문제입니다. 자녀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구하게 되는 일자리 대부분이 최저임금 일자리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곧 우리의 생활을 결정하는 막중한 투쟁과제입니다. 그리고 최저임금이나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면 소비력도 올라갈텐데, 평범한 서민들이 그 소비력으로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찾게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노동자위원으로 추천받았을 때 직접 싸울 수 있다는 사명감에 반가웠고, 동시에 노동자위원 9명만의 싸움으로는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동계급 탄압에 노골적인 정부가 공익위원들마저 사용자위원에 버금가는 정부 편향적 인사들로 깔아놨던데, 저는 우리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들의 조직력을 믿고, 최저임금위원회 안에서 싸우겠습니다.  동지들은 최저임금위원회 밖에서 최선을 다해 싸워주세요.

 

2024년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으로 활동할 전지현 서비스연맹 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 사진=송승현

 

출처:  노동과 세계

 

[울산함성 무료구독 신청]  https://t.me/+ji13hLs-vL83ZTBl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전삼노' 7일 최초 파업 돌입, 금속노조 연대 성명 발표

2024.06.06

시급은 7500원, 해고는 문자로...청년들의 노동에 빨간불이 켜졌다

ㅡ 청년 노동자 52.3%가 최저임금 위반, 근로계약서 미작성, 불리한 처우 경험있어

2024.06.06

"공포영화보다 무서운 집값에 미래 준비는커녕..." 청년 노동자, 주거실태 증언 마이크 잡다

ㅡ 민주노총 청년특별위원회, 청년들의 주거실태 증언대회

2024.06.06

우체국 위탁 택배노동자, “이미 생계위기 몰렸는데 노예계약서까지 강요”

2024.06.05

[2025 최저임금 투쟁 특집 기획] 최저임금 올리고, 넓히고, 고치자!

ㅡ 2025년 최저임금 투쟁 특별 기획 시리즈 ① 최저임금 도입의 역사와 과제

2024.06.03

금속노조 삼성공장에서 첫 단체협약 체결

2024.06.01

포기할 수 없는 길, 노동자 정치세력화!

ㅡ 경남지역본부 "총선평가와 노동자 정치세력화 전망 모색 정치집담회" 가져

2024.06.01

‘한국지엠 공급망 연석회의’ 출범,  원-하청 노동자가 한자리에

2024.05.31

민주노총 22대 국회에 요구, "노조법 2·3조 개정, 근기법 전면적용, 초기업교섭 제도화"

2024.05.31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어떻게 가능할까 

2024.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