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극화로 가는 세계
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등록일 : 20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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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20(위)과 F-22(아래)


 들어가며

 

얼마 전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인 젠-20이 남쪽 푸젠성 우이산에 배치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맞서 미군 또한 최강의 전투기로 소문난 F-22  30여대를 일본 가데나 기지에 배치했다는 보도가 연이어졌다.  자연스럽게 만약 양 전투기가 맞대결을 벌인다면 과연 어느 쪽이 이길까?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물론 필자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단순히 군사적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군사력은 기존 패권질서를 유지하려는 현대제국주의세력과 새로운 민주적 국제질서를 수립하려는 다극화세력 간의 역관계를 결정하는 데 있어 핵심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잘 알다시피,  집단서방을 대표하는 미국과 브릭스를 이끄는 중국은 각각 두 진영을 대표하는 국가들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군사력 중에서도 최첨단 기술을 상징하는 공군력을 비교한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볼 때 현재의 다극화 추세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


현재 공중 전력의 먹이사슬 꼭대기에는 스텔스 능력을 갖춘 5세대 전투기가 있다. 이는 3세대 내지 4세대 전투기를 초 단위로 쉽게 격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5세대 전투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아직까지 미·중‧러 3국뿐이다. 지금 실전 배치된 5세대 기종은 전 세계를 통틀어 모두 4개인데, 미국의 F-22와 F-35, 중국의 젠-20, 러시아의 수호이-57이다. 중국의 젠-31은 아직 프로토타입(원형기)만 있고, 함재기로 사용키 위한 개조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젠-20(좌), F-22(중), 수호이-57(우).png
젠-20(왼쪽), F-22(중), 수호이-57(오른쪽)

 

이들 4종의 5세대 비행기 중에서 러시아의 수호이-57은 스텔스(은신) 능력이 표준에 일정 정도 미달한다. 이 때문에 엄격하게 말하면 수호이-57은 아직 4세대 전투기 문턱을 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계속해서 개량을 거듭하면서 진화 중에 있다. 어떻든 5세대 전투기를 대표하는 두 기종을 뽑으라면, 일단 미국의 F-22와 중국의 젠-20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5세대 전투기는 어떤 성능을 갖추어야 할까? 일반적으로 다음 4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 스텔스 기능이다. 이 기능은 아마도 4세대기와 5세대기를 가르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일 것이다.
둘째, 초기동성이다. 두 대의 제트엔진으로 로켓처럼 수직상승을 할 수 있는 등 강력한 근접 공중전 수행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셋째, 초음속 순항 능력이다. 음속 돌파 후에 보조 동력인 애프터 버너 없이도 기본 출력만으로 음속을 유지하면서 장시간 초음속 순항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수천 킬로 떨어진 적진을 기습하고 원대 복귀하기 위해선 반드시 요구되는 능력이다.
넷째, 초(超) 감지태세이다. 장거리 탐지 능력을 갖춤으로써 상대방을 먼저 발견하고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등 고성능 레이다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이상의 기준에 입각하여 F-22와 젠-20의 성능을 비교해 보도록 하자.


1.  F22와 젠-20 기본 성능 비교

 

 (1)  스텔스 성능

 

스텔스 성능 면에서 보면,  미국의 F-22는 특수 코팅을 통해 레이더 반사 면적 (RCS)이 0.01제곱미터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레이더에 의해서 거의 무시될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이에 비해  중국의 젠-20의 레이더 반사 면적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자료가 공개되지는 않은 상태다.   사실 레이더 반사 면적은 각국의 극비 사항이기에 어느 나라도 공식적으로 이를 밝히지는 않는다.  F-22의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이 비록 2009년에 특정 각도에서 F-22의 레이더반사면적이 0.0001㎡라고 발표했지만(헤럴드경제, 2024.05.20.) 이를 공식 확인할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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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5세대 전투기  RSC 비교. 아래 붉은 원은 그 크기를 형상적으로 나타낸 것이다.(사진=중국 인터넷 )

 

일부에선 젠-20의 레이더 반사 면적이 F-22보다 더 크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주로 젠-20의 기체가 F-22보다 더 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젠-20은 2000년대 초기에 개발된 F-22보다 더욱 발전된 재료와 기술을 적용하여 이 분야의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근거로 젠-20의 몸체가   F-22보다 더 크지만*, 무게는 17톤으로 후자의 19.7톤보다  오히려 더 가볍다.  특수 재료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 젠-20이 사용한 투명 코팅은 극한 환경에서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F-22처럼 빈번한 유지보수가 필요치 않다.

 

* 전장만 비교할 경우 젠-20은 21.2m이며, F-22는 18.9m이다. [나무위키]


 참고로, 호주전략정책연구소가 2023년 주요 유망 기술 44개 부문에서 각국의 연구·개발 수준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부문은 44개 중 37개에 달했다. 특히, 나노 물질 제조 등 8개는 중국이 거의 독점적 위상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연합뉴스, "중국, 44개 유망 기술 연구개발 중 37개 선두", 2023.03.03.) 이는 중국 제조업이 소재 부문에서 상당히 발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기체가 큰 것은 5세대 전투기의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큰 기체는 폭탄을 더 많이 적재할 수 있고, 또 더 많은 최신 전자 장비 등을 장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때문에 무게가 더 무거워져 연료 소모가 많아지고 은신 능력을 떨어뜨리지만 않는다면, 큰 기체는 5세대 전투기의 요구에 더욱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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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20(왼쪽)과 F-22(오른쪽) 의 전장  비교


스텔스 기술에 있어 젠-20은 또한 비행기의 날개와 몸체를 '접합'하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하나로 '융합'시키는 첨단 ‘윙-바디 융합’(翼身融合) 방식으로 설계하였다. 그리고 네거티브 격벽 흡기 덕트(DSI 흡기 덕트)*를 채택함으로써 레이더 반사 면적을 크게 줄임으로써 공중전에서의 생존력을 높였다.** 

 

* 네거티브 격벽 흡기 덕트(DSI 흡기 덕트)ㅡ 흡기 덕트는 공기를 외부로부터 압축기 입구로 유도하는 도관이며,  DSI 흡기 덕트는 '부착식 층이 없는 초음속 흡기관'을 말한다. DSI 흡기 덕트는 구조가 간단하고, 무게가 가벼우며, 저항이 낮고 스텔스 특성을 지니고 있다.
** 자료참조:  天地正历, “事实揭示:歼-20隐身性能不足,发动机存在缺陷”(2024.05.29.)  

https://baijiahao.baidu.com/s?id=1800365272274669002&wfr=spider&for=pc

 

‘윙-바디 융합’을 구현한 젠-22.png.jpg
‘윙-바디 융합’ (翼身融合) 을  실현한 젠-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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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I 흡기 덕트

 

전투기의 스텔스 기능과 함께 우리가 고려할 점은 반(反) 스텔스 기술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24년 4월 18일 중국 과학자들이 스텔스 전투기의 미세한 레이더 반사 신호를 '6만 배'까지 증폭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스텔스 레이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스텔스 전투기가 레이더에 포착되기 어려운 이유는 압축공기로 작동하는 특수 공압(气动) 배치와 레이더파를 흡수할 수 있는 특수 코팅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계로 인해 레이더의 파동이 전투기 표면에서 굴절되거나 흡수되어, 레이더에 잡히는 신호는 매우 약해져 탐지 가능성이 줄어든다. 그러나 이처럼 약한 레이더 반사 신호가 중국 과학자들이 개발한 신형 스텔스 레이더 기술의 돌파구가 되었다. 이 약한 신호를 증폭해서 스텔스 전투기를 비교적 정확하게 식별하고 확정할 수 있기에, 이 기술의 출현은 미 공군의 F-22와 F-35 등 현역 스텔스 전투기뿐만 아니라 앞으로 운용될 B-21 스텔스 폭격기에도 큰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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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학자가 6만배 레이다 신호의 강화 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SNS에 올랐다

 

(2) 기동성 

 

비행기의 생명은 엔진에 있다. 초기동성을 비롯한 스텔스기의 우수한 제반 기능을 뒷받침 하기 위해서는 기존 3세대나 4세대 전투기보다도 훨씬 강력한 엔진을 필요로 한다.


미국의 F-22는 ‘프랫 앤 휘트니’사가 개발한 F119 엔진을 장착하였는데 그 최대 추력은 18톤이며, 바이패스 비율(bypass ratio)*은 0.3이다. F119 엔진은 이후 점차 성능이 더욱 강력해진 F135 엔진으로 교체되고 있다. F135는 애프터버너(제트 엔진의 추력 강화 장치)를 사용해서 낼 수 있는 최대 추력이 19.1톤으로 늘었지만, 그 대신 바이패스비는 0.57로 높아졌다.([나무위키] 참조)

 

* 바이패스비(bypass ratio)ㅡ  엔진 입구 쪽에서 흡입한 공기 중 바로 바깥쪽(by-pass)으로 빼내 버리는 공기량과 실제 엔진에서 연소시키는 공기량 간의 비율을 가리킨다. 예컨대 바이패스비가 2:1이라면 옆으로 빠져나가는 공기량이 엔진 속으로 실제 들어가는 공기량의 2배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같은 출력의 엔진이라도 바이패스비가 높으면 엔진의 단면적이 커져 비행 시의 공기저항이 커지게 되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내야 하는 항공기에게는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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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랫 & 휘트니 F119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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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랫 & 휘트니 F135  엔진  생산라인

 

중국은 원래 항공 엔진 분야에서 열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8년 자체 엔진 WS-15를 개발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F-22에 뒤처지지 않게 되었다. WS-15 프로젝트는 1990년대부터 시작됐는데 첫 시제품은 2004년 완성됐다. 중국은 그동안 이 프로젝트에 무려 1500억 위안(약 25조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터빈 블레이드(연료의 연소 때 나오는 열을 운동 에너지로 바꾸어주는 제트엔진의 핵심 부품)관련한 문제로 2015년 폭발 사고를 일으킨 후 양산이 늦어졌다. 전문가들은 WS-15는 최고 속도에 도달했을 때 터빈 블레이드가 과열되는 결함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그렇게 결함 문제를 겪던 WS-15 엔진이 2018년 9월에 들어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현재 WS-15의 추력은 미국 F-35 전투기의 최신형 엔진인 F135과 비슷한 18.5~19톤으로 알려져있다([위키백과]). 반면 WS-15의 바이패스비는 0.25로 F135보다 낮다.*  이 경우 WS-15는 작은 바이패스비로 큰 추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수한 엔진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젠-20의 바이패스비 관련 내용은 다음 기사 참고.  啊蛮想当兵, “真不是一个等级的对手?当歼-20遇上F-22,到底谁更胜一筹呢?”(2024.05.29. )

https://baijiahao.baidu.com/s?id=1800478524010895741&wfr=spider&for=pc

 

중국의 WS-15 엔진.png.jpg
중국의 WS-15 엔진

 

미국의 내셔널리전트 웹사이트는 최근 중국의 젠-20 전투기에 대해 논평하면서, 엔진 성능 측면에서 젠-20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젠-20의 동력원으로서 WS-15 엔진은 비록 추력이 높고 연료 소비가 적은 장점이 있지만, 그 대신 신뢰성과 안정성 면에서 여전히 몇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젠-20이 양산체계로 들어선 2018년 이후 아직까지 특별한 사고 소식은 전해진 바 없다. 


참고로 각국의 주요 엔진 성능을 비교하면 아래 표와 같다.

 

각국 엔진 비교.png.jpg
각국  엔진 성능 비교( (출처: 위키백과)

                                    

  (3) 초태세감지 능력 

 

공중전에서 중요한 것은 레이다이다. 먼저 적기를 발견한 쪽이 절대적으로 우세를 점할 수 있다.  F-22이 장착한 레이다는 AN/APG-77이다.  이는 노스롭 그루먼사와 레이시온-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서 개발한 AESA 레이더(능동위상배열 레이더)의 일종으로, 1998년에 프로토타입(원형)이 보잉사에 전달되어 2005년에 양산이 시작되었다.

 

 AESA 레이더는 ‘능동 위상 배열 레이더’(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radar, AESA radar)의 준말이다. 이는 기존 레이다처럼 하나의 방사판 형태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레이더파를 방사하는 소형의 고정된 고체 송수신 모듈(TRM) 여러개 (보통 수백개 이상)가 배열되어 있다. 이들 안테나에 배열된 소자들(레이더 모듈들)이 개별적인 반도체 증폭 및 위상 변위기를 갖추고 있어 전파의 송수신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AESA 레이더.png
AESA 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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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2에 장착된  AN APG-77 레이다

 

젠-20 전투기에 사용되는 레이더 모델은 KLJ-7 ‘측면 레이더’로 이 역시 AESA레이더의 일종이다. ‘3면 레이더’ 안테나를 사용하여 서로 다른 각도에서 다중 목표를 처리하는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한다면 F-22는 20세기에 주로 사용된 단면(单面) 안테나 레이더를 사용하고 있어 젠-20보다 불리하다. 

 

젠-20에 장착한 KLJ-7 AESA레이다.png
젠-20에 장착한 KLJ-7 AESA레이다

 

젠-20은 ',3면 레이다',를 장착하고 있다.png
젠-20의 3면 레이다

 

또 젠-20은 F-22의 APG-77 레이더보다 한 세대 앞선 3세대 질화갈륨 칩의 디지털 어레이(array, 배열) 레이더를 사용할 수 있다. 젠-20은 F-22 전투기보다 기수 크기가  크기 때문에, 직경이 더 큰 레이더를 탑재할 수 있으며 T/R 모듈(Transceiver Module, 레이더 송수신 모듈)의 구성요소 수도 비교적 많다. 젠-20의 탑재 레이더의 구성요소 수는 2,2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단일 출력 20w, 전체 레이더의 최대 출력은 44kw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성요소와 출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위상배열 레이다',.png.jpg
중국 인민해방군의  능동형 위상배열레이다(AESA)

 

다음에는 적재 무기에 대해  살펴보자. 적기를 포착했으면 공격을 해야 한다. 현대 공중전은 기관포보다 공대공 미사일을 사용하기 때문에, 누구의 미사일 기술이 더욱 선진적이냐가 중요하다. 젠-20이 탑재한 벼락-15 미사일은 사거리 200km이며, F-22가 사용하는 AIM-120D 미사일의 사거리 160km를  앞선다. 즉 젠-20이 좀 더 먼 거리에서 발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방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 젠-20은 설계와 제조 과정에서 실전 상의 요구를  반영해서 장거리 비행 능력과 결합한 반(反) 오리 날개 설계를 하고 있다. 이는 전투기의 기동성과 안정성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고속 비행 시에는 전투기가 좀 더 우수한 스텔스 성능을 유지토록  해준다. 최근 청두의 한 전시회에서 젠-20과 관련된  성능 자료가 소개되었다. 전시판의 데이터에 따르면 젠-20은 마하 1.8의 순항속도, 순항거리가 5500㎞이며 최대 작전반경은 2000㎞로 되어있다.*  즉 젠-20은 보조 연료탱크를 부착하거나 공중 급유를 받지 않고서도 작전반경이 2천㎞에 달한다. 이는 한반도는 물론 일본 대부분의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거리로, 공중급유 시에는 북태평양까지 진출이 가능하다. (연합뉴스,  “中매체, 한일 도입 스텔스기 F-35보다 젠-20이 우월", 2019.01.16.) 

 

* 관련내용은 “歼20展板惊现关键数据!巡航速度1.8马赫,作战半径超2000公里”, 2024.01.23.

  https://baijiahao.baidu.com/s?id=1788883084862589088&wfr=spider&for=pc.

 

젠-20의 반 오리날개 설계.png
젠-20의 반 오리날개


이에 비해 F-22의 최대순항속력은 마하 1.82로 젠-20과 비슷하다. 하지만 항속거리는 2,963km, 전투행동반경은 852km ([나무위키] )로 젠-20에 크게 못미치며 그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미 공군의 '투과성 제공'(穿透性制空)이라 불리는 공중전 이론에 따르면, 긴 순항거리를 가진 스텔스 전투기를 활용해서  적 전투기 방어선을 넘어  우회해서 적 후방의 조기경보기, 전자전기 등 공중 플랫폼을 직접 공격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통해 적의 공중전 시스템의 노드(지점)를 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F-22의 현재의 순항거리로는 미군이 제시한 이러한 공중전 이론을 실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군은 차세대 전투기에서 이를 실현한다는 계획인데,  따라서 현재로서는 젠-20만이 이 이론을 실현할 수 있다.


이밖에, 젠-20은 F-22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전자전의 환경에서 적의 레이더와 통신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교란할 수 있는 강력한 전자전 능력을 갖추고 있다.

   
 2.  F-22는 근접전에 약하다 (?)

 

F-22와 중국의 젠-20은 모두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5세대 전투기이다. 과거 F-22는 무적이라 불렸으며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음과 같은 기록은 F-22의 ‘신화’를 말해준다.

 

“2006년의 Northern Edge 훈련에서 F-22와 F-15의 블루포스와 F-15, F-16, F/A-18, E-3 조기경보기의 레드포스가 벌인 모의 공중전 때의 성적은 2대 241이 나왔다. 훈련 중에 F-22 랩터를 상대로 공중전을 했던 F-15, F/A-18 파일럿들은 '도그파이트 할 거리에서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 레이다에도 안 걸리고 무기 락온도 안 된다'라며 엄청난 스텔스 성능을 자랑한다고 했다. 미사일을 발사할 때 무장창이 열리기 때문에* 잠시 레이다에 잡히나, 레이다에 잡히는 시간은 2초가 채 안되기 때문에 적기가 대응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근접전으로 기관총을 쏴서 잡는 것조차 기동성이 현 주력인 4세대기들보다 우월하다.”  

(아주대학교 국방기술소식, "세계 최강이라 불린 미군 F-22 랩터의 취약한 약점", 2018.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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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2의 내부 무장창 이 열린 모습

 

 여기서 "무장창이 열린다"는  말이 있는데 잠깐 이와 관련한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 1999년 3월 27일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 미 공군의 F-117 나이트호크 1대가 격추된 바 있다.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인 F-117 나이트호크는 모양 때문에 "하늘을 나는 다리미"라는 별명이 붙었다. 당시 F-117이 폭탄을 투하하려고 내부 무장창을 연 순간 세르비아군의 레이더에 나타났다고 한다.  이때야 말로 스텔스기가 가장 취약한 순간이다. 내부 무장창을 열면 문이 튀어나오는데 여기에 레이더 전파가 닿아 반사되기 때문이다.  이런 약 2초 정도의 잠시의 기회를 포착해서 세르비아군은 지대공 미사일인 SA-3 두발을 발사해서 F-117을 격추시켰다. 당시 러시아와 중국이 F-117 잔해를 가져다가 스텔스 기술을 연구했다는 후문이 있다. (중앙일보, "[이철재의 밀담]스텔스기 F22랩터 잡혔다…스텔스vs레이더 '모순 대결' ", 2019.01.06 참조)

 

1999년 3월 27일 세르비아에 추락한 F-117의 잔해.jpg
1999년 3월 27일 세르비아에 추락한 F-117의 잔해

 

그러나 스텔스 전투기라고 해서 항상 불패는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일부 모의 실전훈련에서 이런 최고급 전투기조차 다른 비(非)스텔스 전투기에게 몇 차례 패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례를 들자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 연합군사훈련에서 미국의 F-22 랩터, 프랑스의 라팔, UAE의 팬텀, 영국의 태풍 전투기 등 다국적 전투기가 공중전 훈련에 참가하였다. 이 연습에서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는 모의 공중전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었는데, 심지어 기술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F-22를 이기는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프랑스 조종사의 조종 기술이 매우 뛰어나서 전투기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교전 중 9기가 바이트에 달하는 강력한 과부하를 견뎌낸 때문이라고 한다. F-22 측은 이 결과를 공식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기록을 보면 라팔의 승리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또 2012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진행된 훈련에서는 독일 공군의 유로파이터가 미국의 F-22 랩터와 근접전을 벌였다. 그 결과 뜻밖에도 독일 조종사가 유로파이터를 조종하여 승리를 거두었는데, 이 사실에 그들은 매우 흥분했다.  여기서도 F-22의 주요한 결점이 드러났다. 도그파이트(접근전)에서 F-22는 벡터 추력*에 의존하여 화려한 기동 동작을 수행했다. 그 결과 항공기의 운동 에너지가 손실되어 유연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F-22는 다른 임무를 수행할 때는 매우 잘 했지만, 정면 육탄전에서는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유로파이터 전투기는 이 훈련에서 외부 탱크를 적재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보조 탱크를 장착한 F-22에 비해 기동성이 더 우수했다는 점을 언급할 필요는 있다.)

 

* 벡터 추력ㅡ 제트 또는 로켓 엔진의 추력 방향을 변화시켜 항공기의 자세를 변화시키고 진행 방향을 바꾸는 기술.

 

F-22의 직사각형 벡터 분사구.png
F-22의 직사각형 벡터 분사구

 

이처럼 비록 F-22가 최첨단 스텔스 성능을 자랑하지만, 근접 전투에서는 일부 단점이 드러났다. 그뿐 아니라 미국 내 훈련에서도 실패한 기록이 있다. 예컨대, 2009년 한 이름있는 훈련에서 F-22는 해군의 EA-18G '그라울러' 전자전 항공기에 의해 격추된 바 있다. EA-18G는 훈련 상황에서 전자전 능력을 이용하여 F-22 랩터 격추 판정을 받았다. 아주 우연히 F-22 랩터의 레이다를 ECM(적의 미사일 유도장치를 혼란시켜서 미사일을 무효화하는 장치)으로 먹통으로 만든 뒤, 자위용 무장이던 AIM-120 암람을 사용해 이런 성과를 따냈다. 현재 그 EA-18G 그라울러에는 자랑스럽게 F-22 랩터 ‘킬 마크’를 추가해 놓았다.


이로부터 판단하건데 F-22는 아마도 근접 전투에 약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중국의 젠-20은 러시아 전투기의 우수한 전통을 계승하여 기동성이 우수하다고 인정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젠-20이 선보인 일명 ‘코브라 기동’이다. 이 동작은 갑자기 기수를 치켜드는 모양새가 마치 '코브라가 머리를 치켜드는 것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1989년에 소련 전투기가 에어쇼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수평진행 중 진행방향과 고도를 바꾸지 않고 날개각을 올렸다가 수평자세로 되돌아가는 기동이기에 엔진의 추력이 매우 강력할 것을 요구한다.

 

코브라 기동.png
코브라 기동 모습


하지만 비록 근접전에서 젠-20이 F-22를 격파하고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라도, F-22와 젠-20은 모두 5세대 전투기로서 근접전을 벌이는 일은 드물 것이다. 스텔스 전투기의 설계 목적이 주로 매우 강한 태세감지 능력과 함께 초(超)시거리 조건에서 여러 표적에 대해 동시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개의 경우 100km 밖에서 승패가 나는 경우가  많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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