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 민주노총은 투쟁을 너무 많이 해서가 아니라 투쟁을 해야 할 때 제대로 못 해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등록일 : 2023.01.19
8면 상 사진.jpg
애도하지 마라 조직하라/ 김창우 지음/ 회화나무/2020.

 

 

민주노총은 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가?

 

노동운동의 위기라는 질문은 노동운동이 주목받은 이후 줄곧 제기되었지만 위기의 체감도가 지금처럼 심각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국가와 자본의 공세, 노동운동 세대적 단절, 대중 운동 속에서 노동운동의 고립, 운동의 주체로서 노동자 계급의 취약성 등 산적한 문제 앞에 해결의 방향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왜 노동운동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할하는 선을 넘어서서 발전해나가지 못하는가? 노동운동 그리고 그 운동을 주도해 온 민주노총은 왜 이기적 운동을 하는 단체처럼 몰리고 연대조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가? 민주노총은 왜 조합원으로부터조차 신뢰를 형성하지 못하는가? 노동자들의 정치적 목소리는 왜 여전히 취약한가? 

 

제1노조 민주노총의 책무는 ?

 

민주노총이 제1노조가 되었고 백만 조합원 시대를 열었다. 제1노조의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이란 대체 무엇일까?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국민적 지지를 받을 때가 있었다. 1996년 12월26일 새벽 신한국당이 단독으로 국회를 열어 노동법을 날치기 통과시켰을 때다. 국민이 지지하고 시민사회가 연대한 총파업 투쟁은 민주노총의 자랑스런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은 지금 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는가? <애도하지 마라 조직하라>의 저자 김창우는 1996~98년 주요 노동운동 세력의 내부 자료를 토대로 투쟁보다 협상을, 현장 조직화보다 국회 로비에 힘을 쏟았던 민주노총의 ‘오판과 실기의 역사’를 복원한다. 
저자는 “한국 노동운동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다 빠진 채 동물원에 갇혀 사육사가 주는 먹이나 받아먹는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무기력한 맹수가 되어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저자의 시각은 민주노총 1기(96~98)에 맞춰져 있다. 이때 민주노총의 활동을 살피면 한국 노동운동의 추락 이유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96~98년 ‘두 번의 결정적인 계급투쟁’이 벌어졌다. 경제권력이 늘 우위에 있던 평시와 달리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부패한 정치·경제 권력이 지목되면서 역전의 기회가 마련됐다는 뜻이다. 첫째는 앞에서 말한 ‘노동법 개악 국면’이었고, 둘째는 김대중 정부 출범 뒤 있었던 ‘노사정위 참여 국면’이었다. 민주노총은 두 번 다 졌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일까. 저자는 당시 민주노총 지도부의 오판은 국민 여론을 의식했다기보다 온건타협적인 운동노선에서 비롯됐음을 새롭게 밝혀냈다. 

 

8면 상 사진추가.jpg
96-97 노동자 총파업 당시 명동성당 앞의 모습

 

“투쟁 없는 협상은 무력하다”

 

‘애도하지 마라…’는 정설처럼 알려진 주장과 다른 내용이 수두룩하게 실려 있다. 저자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조직의 합법화를 위해 정리해고제와 관련된 안건을 양보하려 했다고 폭로한다. 
“투쟁이 전제되지 않는 교섭과 협상은 어떠한 힘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민주노총의 역사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낸 작품이 ‘애도하지 마라…’이다. 저자는 “민주노총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투쟁을 너무 많이 해서가 아니라 투쟁을 해야 할 때 제대로 하지 못해서 조합원들로부터 불신당하고 더 나아가 전체 노동자계급 및 국민들로부터도 외면당하는 처지로 몰리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과오를 들추기 위해, 과거를 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제1노조의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또다시 ‘계급투쟁의  적기’이기 때문이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추천하는 글에 이렇게 적었다. “민주노총이 왜 그러한 비판을 받아야 하는지,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이 책이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최소한 이 기록들을 읽은 뒤에 한국 노동운동을 비판하자.” 


이 책의 제목이 왜 ‘애도하지 마라 조직하라’인지 설명하자면 이렇다. 미국의 노동운동가 조 힐(1879~1915)은 사형에 처하기 전날 동료들에게 이런 전보를 보냈다고 한다. “나는 진정한 반란자로서 죽을 것이니 나를 슬퍼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조직하라.”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교양

초대시

노동의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2023.02.06

교양

책소개

이덕일의 한국통사 - 다시 찾는 7천 년 우리 역사

2023.01.19

교양

책소개

민주노총은 투쟁을 너무 많이 해서가 아니라 투쟁을 해야 할 때 제대로 못 해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2023.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