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 노동의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등록일 : 2023.02.06

김남주

 

산은 무너지고  이제 오를 산이 없다고 한다.
깃발은 내려지고   이제 우러러 볼 별이 없다한다.
동상은 파괴되고 이제 부를 이름이 없다 한다. 

무너진 산 내려진 깃발 파괴된 동상
나는 그 앞에서 망연자실 어찌할 바를 모른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암벽에 머리를 들이받는 파도에게 나는 물어본다
파도는 하얗게 부서질 뿐 말이 없고 나는 외롭다
바다로부터 누구를 부르랴 나는 부를 이름이 없다
꿈 속에서 산과 깃발과 동상을 노래했던 내 입술은
침묵의 바다에서 부들부들 떨고 나는 등을 돌려
현실의 세계에 눈과 가슴을 열었다.

 

기고만장해서 환호하는 자본가의 검은 손들
그 손을 맞잡고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리는 
패자들의 의기양양한 얼굴들
기가 죽었는지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노동과 투쟁의 어제를 입술에 깨물고 
우두커니 서 있는 낯익은 형제들

 

나는 애증의 협곡에서 가슴을 펴고 눈을 부릅떴다.
하늘은 보이지 않는 장막 그러나 나는 보았다
먹구름 파헤치고 손짓하는 무수한 별들을 
아직도 그 뿌리가 뽑히지 않고 바람과 맞서고 있는 나무들을
그리고 날벼락에도 꺾이지 않고 요지부동으로 서 있는 불굴의 바위들을

 

그렇다.  저 별은 길 잃은 밤의 길잡이이고
저 나무는 노동의 형제이고
저 바위는 투쟁의 무기이다
가자 가자 그들과 함께 어깨동무하고
가로질러 들판 노동의 거리와 투쟁의 광장으로
가서 다시 시작하자 승리의 끝이 보일 때 까지
가서 역사의 지평에서
의기도 양양한 저 상판때기들의 검은 손을 지우고
승리와 투쟁의 깃발이 나부끼게 하자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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