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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양
134주년 노동절 행사가 전국에서 열렸다.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노동절 대회에 노년알바노조(준) 깃발을 들고 조합원 몇 명과 함께 참석했다. 퇴직한 노동자나 노년 노동자들의 대오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조직되지도 않았고 낄 공간도 없다.
양회동열사 정신 계승, 윤석열정권 퇴진,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내세웠지만 주 슬로건은 윤석열 정권 퇴진이다. 세계노동절 대회 정신에 비춰보면 매우 부차적인 내용이다. 자본주의 착취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라는 핵심이 빠져 있었다.
부패정치•경제개혁, 8시간 노동제 쟁취, 근로기준법 개악저지, 군비확대와 대증세 반대, 원전반대를 내 걸고 열린 일본 교토지역 노동절에 연대사를 보낸 입장에서 더더욱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컸다. 무대에서는 인터내셔널가 합창이 울려퍼졌지만 대오나 집회모습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지켜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제 다른 방식의 노동절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
광화문에서 버스를 타고 창의문/윤동주문학관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노동절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붐빈다. 마트에 들러 빵과 음료수 한 병 산 뒤 창의문에서 출발해 북악산에 오른다. 며칠간 황사와 미세먼지 등으로 흐렸는데 오늘은 화창한 날씨다. 주변의 봄기운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성곽을 끼고 가파른 나무계단을 따라 오른다. 북쪽으로 북한산 줄기의 스카이라인이 선명하다. 족두리봉에서 시작해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문수봉, 보현봉, 형제봉까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더 올라갈수록 평창동 고급스런 주택지가 북한산 허리를 두른 것처럼 위치하고 있다. 어떻게 저 높은 것까지 부촌이 형성됐을까 싶다.
오르는 도중에 두 곳의 쉼터가 있는데 정상 바로 아래 쉼터에서 사람들이 약간의 땀을 훔치며 쉬고 있다. 서울 도심에 있는 얕은 산이라 젊은이들이 많다. 나도 의자에 앉아 음료수 한 잔 마시며 피로를 푼다. 두 주를 건너뛰고 오른 산이라 짧은 거리인데도 몸이 무겁다. 그러나 5월의 봄기운을 느끼며 천천히 한 발 한 발 옮기다 보면 정상에 서게 된다.
정상에는 백악산, 북악산 두 개의 표지석이 서 있다. ‘과거 이름은 백악 혹은 면악이라 불렸지만 남산과 대비되는 뜻으로 북악’이라 변경했다고 한다. 처음 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산 이름이 두 개네?”하고 반응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북한산도 원래 삼각산으로 불렀다고 훈수를 둔다.
드문드문 나무들에 가려 있긴 하지만 사방을 둘러보면 서울도심과 주변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후 시간에 오른 산이라 해는 석양의 빛깔로 변하며 서해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 사이로 구름들이 뭉쳤다가 흩어진다. 인증샷 몇 장 찍고 하산한다.
올랐던 계단을 따라 다시 내려간다. 올라올 때 성곽을 열심히 찍고 있던 한 등산객이 여전히 사진을 찍고 있다. 내 눈에는 퇴직 후 취미생활로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 보이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금방 창의문에 당도한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옮겨가기 전에는 등산로 입구에서 표찰을 받아 목에 걸고 올랐지만 지금은 입산 시간만 넘기지 않으면 자유롭게 오를 수 있다.
512회, 북악산, 2024.5.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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