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허영구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록일 : 2024.07.03

 

구름낀 흐린날 인왕산에서.jpg
구름낀 흐린날 인왕산에서 내려다본 정경.

 

하늘은 흐리지만 어린이와 소나무는 푸르다


더위와 함께 장마구름이 몰려오는 날 인왕산을 향한다. 경복궁역에서 출발해 사직로를 걷다 큰 느티나무 두 그루가 보이는 서울유아교육진흥원에서 좌회전하면 종로도서관이 나온다. 익숙한 길을 따라 올라가면 황학정이라는 국궁장이 나온다.


1894년 조선관군과 일본군은 동학농민전쟁을 진압했다. 1895년 이름만이었던 ‘대한제국 황후’는 일본군 낭인에 의해 시해, 화장당했다. 1899년 ‘왜세’에 의해 경희궁 회상전 인근 무사들의 활연습장(등과정)은 폐쇄당하고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겨우 자기 백성을 진압하는 데 사용하던 군대조차 1905년 일제에 의해 무장해제 된다. 쓸쓸한 국궁장이다.  


인왕산 호랑이상을 바라보며 왼쪽 길을 조금 따라가면 익숙한 등산로가 나온다. 좁은 계단을 오르면 인왕산 정상이 바라보이고 구불구불 성곽길이 펼쳐진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등산객이 많지 않다. 그러나 가족단위 등산객이 가끔 눈에 띈다. 미세먼지와 운무가 끼어 멀리 조망하기도 어렵고 하늘은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어 흐리지만 부모들과 함께 등산하는 고사리손 아이들은 ‘맑고 청명함’ 그 자체다. 


정상을 앞 둔 마지막 코스 바위 틈새에 20년 넘은 소나무가 뿌리를 내린 채 자라고 있다. 악조건 속에서도 푸른 잎이다. 나약한 인간들에게 힘을 내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후덥지근한 날씨였지만 정상에 서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서울도심의 빽빽한 빌딩 숲이 흐릿하다. 간단한 간식과 물 한잔 마시고 창의문, 윤동주문학관 방향으로 하산한다. 


성곽 계단을 따라 한참 내려오는 데 시멘트 등산로에 깔아놓은 야자(나무) 매트가 닳고 닳아 지푸라기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볼썽사납다. 등산객이 많아서 그런지 질이 안 좋아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전국 산 등산로 곳곳에 야자매트가 깔려 있으니 동남아에서 수입해 온 양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금방 윤동주 문학관에 도착한다. 건너편은 창의문이다. 버스를 타고 광화문으로 나간다. 아이들이 분수대  물줄기 따라  옷이 흠뻑젖은 채 뛰어놀고 있다.

 

오후 5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학살과 가자지구 봉쇄 중단을 촉구하는 ‘팔레스타인 18차 긴급 행동에 참가한다. “총알, 폭탄, 굶주림, 죽음의 행렬을 멈추어야 한다!” 


(518회, 인왕산, 2024.6.29.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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