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윤병태
등록일 : 2023.04.29

불나방-1.jpg

 

나는 불나방 
어두운 골목길에서 
등불을 찾아가는 불나방 
어쩌면 그 삶이 아름다울 수 있지만 
나는 또 다른 행복을 찾아 
가끔 부서지는 햇살 아래 앉아 
겨울 어느 날 
녹지 않은 산봉우리 흰 눈을 바라보며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네 

 

세상에 태어나 
삶의 장벽을 깨트리려고 
나는 어디에서 왔는지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인지 
먼 하늘을 보며 외쳐보지만 
세상에 순종하며 사는 그들은 
나의 투쟁이나 우리 혁명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듯이 
분단된 남측의 행복을 
말없이 쫓아가며 살고 있네 

 

내가 이건 아니야 하고 외치면 
그들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우겼지 
그들의 정의를 그냥 받아 들여야 하나 
남모르게 사색에 잠길 때 
잔잔하게 밀려오는 청년시절 

 

흙 묻은 군홧발에 짓밟혔던 동지들 
꽃잎처럼 떨어졌던 청년학생들 
뒷골목길 쓰러졌던 불나방의 죽음들 
그들은 등불을 찾는 불나방처럼 
치열한 삶과 투쟁으로 살아갔었지 
그래 덧없는 세월을 탓하면 무엇 하랴 
이제 다시 꽃피는 고향의 봄을 찾아 
동지들의 죽음을 되새김하며 
부끄러운 삶을 묵묵히 살아가야 하네 


 * 윤병태 시인은 대구이육사기념사업회 회원으로 민족작가연합 회원으로 글을 쓰며 환경미화원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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