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김정호 번역
등록일 : 2024.03.09
수출선적을 위해 대기중인 중국차들.png
수출선적을 위해 대기중인 중국차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29일 이른바 "미국 자동차업계의 국가안보 리스크 대응 성명"을 통해 중국산 자동차가 미국 시장에 '넘치도록' 허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미국 전역의 거리에는 중국산 자동차가 전혀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중국의 도로에는 미국 브랜드의 차가 곳곳에 널려 있다. 이처럼 미리 앞서가는 '우환의식'은 과연 중국 자동차가 미국을 '국가 안보 위험'에 내몰았기 때문일까? 만약 워싱턴에 '피노키오 코가' 있다면, 사람들은 그것이 한치 더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정부가 기왕에 중국산 커넥티드카에 대한 국가안보 리스크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는데도, 미국에서 조사 대상을 찾지 못하게 되면 어떻하나? 미국 내 여론은 당장 이런 조사가 자동차에 중국산 부품 사용을 제한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이는 일종의 조건반사적 무의식이며, 미국 자체 자동차 제조사들은 실제로 이런 조치를 우려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 상무부가 "자동차업계와 긴밀히 협력하여 모든 조치의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또한 상무부가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에 부당한 위험을 초래하는" 거래를 겨냥하되, "선진적인 차량 안전 기술에 단기적으로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저 위험 거래"를 방해하지 말도록 촉구했다. 말을 빙빙 돌리고 있지만, 참 뜻을 이해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최근 워싱턴의 행태로 보건데, 미국산 자동차를 뜯어낸 후 돋보기를 들이 대며 중국산 부품이 어떤 것인지를 찾아낸 뒤 그것을 제거해 버리는, 그런  식의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선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되는 건 미국 자동차업체들 자신이니,  상무부의 '행동 범위'를 미국 자동차업체들과 상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 안보 위험"은 명목일 뿐이고,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를 괴롭히는 것이 워싱턴의 이번 작전의 실제 목적은 더더욱 아니다. 백악관은 성명 첫머리에서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와  노동자가 세계 최고라고 추켜세운다. 상징적인 '빅3'와 미국 자동차 노동자가 품질과 혁신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활기찬 자동차 산업은 미국 경제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용기를 북돋우고 있는데, 동시에 자신의 본심을 드러냈다.

 

사실, 우리는 오히려 미국 자동차 업계에 대한 백악관의 '자기 만족적 감정'이 진실이면 좋겠다. 만약 미국 자동차 업계가 그렇게도 좋다면,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도 않은 중국 전기차에 대해 굳이 적대적일 필요가 있을까? 미국은 일찌감치 중국 전기차를 향해 높은 관세 장벽을 쌓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적지 않은 미국 언론들은 워싱턴이 "관세만으로는 중국 브랜드 전기차를 영원히 미국 시장에서 배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통속적으로 말하자면, 미국의 관세 장벽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해외 진출 물결을 막지 못할 것 같으니, 워싱턴은 장벽을 더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 바퀴 위에 세워진 나라"로서 미국의 자동차문제는 경제 문제가 아닌 '정치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블루칼라 노동자가 집중된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는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로 알려져 있고, 대선이 있는 해에는 미국 양당의 중점적인 경쟁 대상이 된다. 백악관이 중국 전기차에 대한 조사 방침을 내놓은 것은 선거를 의식한 측면이 있다. "중국 전기차가 미국 자동차 업체를 파괴할 것인가?" "중국 전기차가 디트로이트를 파괴 공처럼 덮칠 것이다" 이런 식의 화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처럼.

 

물론 미국에도 똑똑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2월 28일 뉴욕타임스 중문 인터넷사이트에 게재된 한 기사는, 미국 정부가 미국의 자동차시장을 세계와 격리시키지 말것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럴 경우 미국은  자동차 산업이 낙후되고, 비용이 많이 들며 연료 소비가 많은 대형 모델로 가득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 전기차의 실력도 충분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뤄졌다. 테슬라는 미국 전기차 업체지만, 중국은 일찌감치 그것을 받아 들여 상하이 공장을 짓게 했다. 미국 빅3는 수년간 중국 시장을 일궈 왔지만, 중국은 결코 그들을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 도로에서 달리는 차는 세계 각국에서 온 것들로, 미국·일본·유럽·한국 등 거의 모든 나라들보다도 다양하다. 강한 경쟁상대가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 전기차는 자신의 덩치를 키운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기사를 내보낸 바로 다음 날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중국의 커넥티드카로 인한 '국가 안보 리스크'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이것은 얼마나 신랄한 풍자인가! 벽을 그렇게도 높게 쌓았음에도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러면 참호를 하나 더 파보도록 하라.

 

2024.03.02

(원문보기)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GnrTGxROv3

 

[울산함성 무료구독 신청]  https://t.me/+ji13hLs-vL83ZTBl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미국이 인도를 위해 제조한 독주 

2024.03.25

중-호주 관계 지속 회복 기대

2024.03.20

보잉의 '골칫거리', 미 제조업의 거울

2024.03.20

니제르, 미국과 '불공평' 군사협정 파기..."기지 폐쇄하고 떠나라" 

[류경완의 국제평화뉴스 24.03.18(640)]

2024.03.18

중국경제, 물가지수 회복세 완연

2024.03.18

워싱턴 정치인들, 또 틱톡(TikTok) 뺏으려 싸움 걸다

2024.03.14

일본, 중국군사비 두고 시비할 자격 없다

2024.03.14

"미국만 위하는 자들의 사익을 위해 한국 벼랑 끝으로 내몰려"

[류경완의 국제평화뉴스 24.03.11(639)]

2024.03.11

남중국해 문제를 확대해가는 필리핀의 의도

2024.03.11

보호주의로 미국 전기차는 만회할 수 있을까?

2024.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