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정책위원장)
등록일 :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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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 미·중 기술패권 전략경쟁과 같은 전 세계적인 전환의 시기에 국가 과학기술정책이 국가독점자본주의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국가는 일국 단위에서 과학 공동체와 사회와의 구조적 결합과 상호작용이면서 동시에 과학기술 지식을 생산하는 체계로서 국가과학기술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한다.

 

국가는 법률과 제도를 통해 연구기관 (대학, 국공립연구기관, 공공연구기관, 민관 컨소시엄 등)과 매개 조직 (과학기술 관련 정부부처, 재단, 연구회, 정책 및 평가기관 등)의 임무와 역할, 권한을 규정하고 관리⸱운영함으로써, 1)R&D 수요의 수렴, 2)R&D를 위한 자원의 제공과 배분, 3)R&D 수행과 관리, 4)R&D 성과의 관리와 확산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국가가 규정하고 관리⸱운영하는 연구기관과 매개조직, 이 조직들을 지배하는 법률과 제도를 통칭하여 국가과학기술시스템이라 부르는데, 일국 차원의 사회복지와 경제성장의 증진은 국가과학기술시스템을 통한 기술혁신과 기술확산을 통해 가능해진다. 일국 차원의 생산력과 문제해결 역량은 그 나라의 국가과학기술시스템에 달려있다.

 

일국 차원에서 국가과학기술시스템의 역량은 1)정부 R&D 예산 집행 체계, 2)연구조직의 전략적 자율성, 3)과학 엘리트의 역량, 4)과학기술노동의 구조 네 가지 핵심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첫째, 정부 R&D 예산 집행 체계는, 정부가 R&D와 고등교육에 연구개발비를 배정하는 절차와 방식이다.

 

정부 R&D 예산 집행 체계에는 다음 요소들이 포함된다: R&D 예산을 지원하는 정부부처와 펀딩 에이전시의 다양성, 펀딩 에이전시의 예산권과 연구과제 기획⸱관리⸱평가에 대한 역할과 권한, 국가전략과 공공정책, 임무중심 R&D 예산 지원 방식, 기관 차원의 출연금 예산과 경쟁적인 과제 기반 R&D 예산의 혼합 형태, 연구자가 신청하여 획득할 수 있는 외부 과제 기반 펀딩의 범위, R&D 성과 평가를 예산 및 자원 배분에 적용하는 방식, R&D 성과를 활용하고 사용하는 법적 수요자의 다양성 등.

 

둘째, 연구조직의 전략적 자율성은, 대학이나 출연연과 같은 연구조직들이 자원을 배분하고 성과를 감독하고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조직적 역량과 전략적 독립성을 개발하고 수행해 내는 능력과 독립성을 갖고 자기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여 연구관리를 수행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셋째, 과학 엘리트의 역량은, 과학 엘리트들이 이익집단으로써 스스로를 조직할 수 있는 능력과 연구조직과 각 과학기술 분야에서 자원 배정 방식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 정치인 및 정부 관료와 관계를 맺는 방식 등을 의미한다.

 

넷째, 과학기술노동의 분할 구조는, 대학과 출연연 등 연구조직을 포함하는 전체 과학기술노동 시장의 구조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연구자들의 고용과 직업이 조직되는 방식, 이론 중심의 연구와 임무중심 연구, 기술이전 등과 같이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연구조직 간의 조직적인 분리 정도와 고정성 등이 포함된다.

 

연구조직의 전략적 자율성이 자원을 배분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자율적 능력에, 과학 엘리트의 역량이 자원 배정 방식을 통제하는 능력에, 과학기술노동 시장의 분할 구조가 연구자들의 고용과 작업이 조직되는 방식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정부 R&D 예산 집행 체계가 다른 세 요소에 비해 우선성을 갖는다.

 

국가과학기술시스템의 역량은 전적으로 정부 R&D 예산 집행 체계의 효과성과 효율성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일방적⸱일괄적⸱졸속적⸱위법적으로 R&D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대학과 출연연 등 공공연구기관 노동자들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출처 : <노동자신문> 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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