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울산함성 편집위원)
등록일 : 2023.09.04
미국경제.png
미국  증권거래소

 

1. 연준이 이제 물가를 거의 잡았다?

 

국내외 언론들은 요즘 미 연준이 거의 물가를 다 잡은 양 얘기한다. 그리고 그동안 고금리 정책의 원인이 물가이었기에 조만간 금리도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심지어는 ‘고용통계’를 들어 미국 경제가 왕성한  ‘활황’이라고까지 강변한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야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이에 따라 시장 채권 금리도 따라 하락할 텐데, 지금은 반대 상황이다.  사실상 완전 고용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경기가 좋은 데다 돈 쓸 곳 많은 미국 정부가 국채를 계획보다 더 찍어낼 예정이어서 금리가 연일 오르는 중이다.              ( 한국경제, 2023.8.19)

 

상반기 2.2%를 기록한 미국 경제에 대해 “사실상 완전 고용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경기가 좋다고 말하면서, 5.5% 성장을 기록한 중국 경제에 대해선 디플레이션 운운하며 ‘붕괴설’까지 나돈다. 요즘은 도대체 경제학적 상식이 어디로 갔는지 사람을 헛갈리게 한다. IMF의 발표에 따르더라도 중국 경제의 세계경제에 대한 성장 기여도는  요즘 30%다.


그런데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이 처럼 날마다 쏟아지는  시중 언론의 논조에 물들었는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시작된 자본주의 위기가 한고비 지난 것은 아닌가라는 견해가 일각에서 고개를 쳐든다. 과연 그럴까?


우선 미국 경제가 왕성하다는 근거로 거론된 ‘완전 고용’ 지표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바로 위 기사가 나온지 며칠 뒤 이와는 정반대의 기사가 올라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이 8월 21일(현지시간) “지난 3년간 근로자 구하기에 혈안이었던 미국 기업들이 과거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라면서 “ ‘임금 상승과 일자리 천국’ 시대는 이제 끝난 것으로 보인다”라는 보도를  냈는데, 아래는 이를 전한 한국 신문의 기사 내용이다. 

 

신문은 미국 고용 전문 온라인기업 ‘집리쿠르터’가 최근 웹사이트에 올린 2만여개의 신규 일자리 1년차 연봉을 분석하고 “이들의 평균임금이 지난해보다 훨씬 낮아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현상은 팬데믹 기간 신규 고용률과 임금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첨단 정보통신(IT), 배달·택배·운송·보관 서비스, 제조업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美 ‘구인난’ 끝났나… 기업들 임금 깎기 시작”, 국민일보, 2023.8.23.)

 

도대체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 한쪽에선 완전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미국 경기가 좋아, 과부하가 걸린 경제를 연착륙 시키기 위해 미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또 다른 한편에선 이미 고용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고 , 신규 일자리 평균 임금은 대폭 낮아졌다고 전한다. 


좀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  위의 국민일보 기사를 좀 더 인용해보자. 


줄리아 폴락 집리쿠르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노동부는 이달 근로자 임금상승률이 5.7%로 여전히 플러스 상태라고 발표했다”면서 “하지만 그건 신규 취업자가 전체 근로자의 4%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규 채용이 이전보다 크게 줄고 있으며 신입 근로자의 임금 역시 훨씬 적게 책정되고 있다는 의미다. (위 국민일보 기사)

 

이 기사가 전하고 있는 것은 미국에서 '고용 피크'가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신규채용이 대폭 줄고 있고, 신규채용 임금 수준 역시 이전보다 ‘훨씬 적게’ 책정되고 있음을 들었다. 


이는 분명 최근 미 연준의 고금리 정책을 ‘경제의 활황' 탓으로 돌리는 해석과는 배치된다. 그럼에도 8월 전체 임금상승률이 5.7%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기존 취업 고용 부문에서 발생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즉 ‘고물가’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과 관련이 있는데, 노동자들이 그동안 높아진 물가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파업 등을 통해 임금인상을 쟁취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필자의 해석은 국내  언론의 최근 보도에 의해 뒷받침 된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일(현지시각) 8월 비농업 신규 고용자 수가 18만7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7만명을 상회했지만 지난 12개월 평균 증가폭(27만1000명)보다는 크게 낮다. 특히 8월 실업률은 전월 대비 0.3%포인트 오른 3.8%를 기록해 지난해 2월(3.8%) 이후 1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이같은 지표는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식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식어가는 美고용시장, 긴축 기조 꺾이나…韓금리 영향은”, 연합뉴스, 2023.9.2.)

 

2. 또 하나의 복병 ‘재정적자’

 

이 같은 보도에 따르면 미 연준이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왕성한 경기’ (완전고용에 가까운) 탓이 아니다. 그렇다면 경제가 이처럼 이미 식어가고 있는데도 미 연준이  여전히 금리 인상 카드를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그 주범은 연방정부 국채 이자율의 상승 때문이다. 8월 21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35%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7년 11월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도표1 참조)

 

                         [도표1] 미국 국채 금리의 중장기 변동 상황 (2006.3~ 2023.8.)

중장기 국채.png

 

미국 국채 금리 상황을 좀 더 살펴보기 위해, 최근 몇 년 간의 중단기 동향을 볼 수 있는 챠트를 하나 더 소개하도록 하자. 


[도표2] 미국 10년 만기 국채 이자율 동향 (2019.12~ 2023.06)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png
출처:  https://kingworldnews.com/beware-the-great-unwind-and-full-blown-collapse-that-is-coming/

 

위 그래프에서 청색은 국채 이자율이고, 적색과 녹색은 각각 그것의 55일 이동평균선, 200일 이동평균선을 나타낸다. 위의 10년 만기 미국 국채 이자율 차트는 기술적 분석에 따를 경우  국채 이자율이 강한 상승세를 앞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채권 수익률인 이자율은 단기 상승 이동 평균(55일선, 적색)보다 높으며, 이는 다시 상승하는 장기 이동 평균(200일선, 녹색)보다 높다. 2020년 3월과 2022년 10월 사이에 초기 상승 후, 채권 수익률은 그 이후로 지속되는 힘의 비축 기간에 들어갔고(주: 2022.12~2023.6) 지난달 두 이동 평균과 수렴하는 3.75%에서 굳건한 지지선을 찾았다.

(https://kingworldnews.com/beware-the-great-unwind-and-full-blown-collapse-that-is-coming/)

 

이러한 챠트를 지켜보고 있을 월가의 투자가들은 그 의미를 민감하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런데 흥미있는 사실은 최근 미국 연방 국채 가격의 가파른 하락(국채 이자율의 상승)이 단지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유로권 채권과 영국 국채, 일본 국채도 비슷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는 10년 만기 영국 국채와 독일 국채 차트다.

 

[도표3] 영국과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영국, 독일.png
출처:  https://kingworldnews.com/beware-the-great-unwind-and-full-blown-collapse-that-is-coming/  왼쪽이 영국, 오른쪽이 독일이다.

 

영국의 국채 수익률(왼쪽)은 미국 국채보다 훨씬 더 큰 상승 모멘텀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독일 국채 수익률(오른쪽)의 상승 모멘텀 역시 그간 얼마 동안의 횡보세를 상향 돌파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력하다.  이는 선진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비슷한 처지에 있으며, 만약 경제위기가 도래할 경우 그것은  특정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다시 미국 상황으로 돌아가서, 위의 도표2는  사실상 미국 국채 금리가 그동안 꾸준히 올라왔음을 보여 준다.  즉 그간 미국의 고금리를 이끌었던 것은 물가만이 아니라 국채 역시 또 다른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물가 요인이 워낙 급해서 국채는 덜 부각 되었을 뿐, 최근 물가가 어느 정도 급한 불을 껐다 싶자 이제 국채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 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듯 미국의 국채 금리가 최근 급박하게 오르는 것일까? 그것은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큰 폭으로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예상보다 9년 앞당겨 32조달러를 돌파하여 지난 6월15일 기준으로 32조400억달러를 기록했다. GDP 대비 비율은 122.8 %에 이른다.  이에 더해 미국 정부가 추가적인 국채 발행을 통해 대규모 부양정책을 집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의회 예산국에 따르면 이에 따라 내년 회계연도부터 9월 말까지 재정적자는 1.571조 달러, 이듬해에는 1.761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충당해야 한다. 부채의 덫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자를 제거하고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흑자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지금의 환경에서 필요한 규모의 지출 삭감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 중러를 군비경쟁으로 이끌기 위한 대폭적인 국방비 증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야 하며, 특히 2024년이 대통령 선거의 해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연방정부의 이러한 대규모 국채 발행은 시중 유동성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국채 금리를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리고 이렇듯 국채금리가 급상승 하는 상황에서 미연준만 기준금리를 낮출 수는 없다. 시장경제 하에서 기준금리는 기본적으로 시중 유동성 상황을 잘 반영하여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3. 왜 해외의 미국 국체 매수세가 대폭 축소되었을까?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그것은 미국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라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미국 국채는 거의 ‘달러’와 마찬가지로 공신력을 갖고 각국 투자가들의 선호의 대상이었다.  비록 연방정부가 미국 국채를 많이 발행하더라도 그 상당 부분은 해외 투자가들에 의해 소화되어 미국 국채 가격 하락(국채 이자율 상승)을 방지할 수 있었다. 

 

미국 연준의 '자금순환 동향'에 따르면  미국 국채에 대한 해외 보율 비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13년  1분기로, 이 무렵 그 비중은 무려 48.6%에 이르렀다.  거의 절반 가량이 외국인에  의해 매입되었던 것이다. 

 

주체별 매수.png
 출처:  http://news.bizwatch.co.kr/article/opinion/2013/08/20/0016

 

그렇다면 지금 미국 국채 가격이 급락하는 이유 역시 자명해 진다. 그것은 대부분의 미국 국채가  지금 국내에서 소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기사를 보도록 하자.

 

(미국 연방정부) 총 국가채무 31조5000억 달러 중 공중보유 국가채무는 24조6000억 달러로 전체의 78%이다. 지난해 미 GDP의 97%에 해당된다. 이 채권자 '공중' 가운데 외국인, 외국 사업체 및 외국정부 등 '외국 채권자' 분은 올 3월 말 현재 7조5000억 달러다. 공중보유 국가채무의 31%이며 총 국가채무의 24%다. 즉 미국은 나라빚의 4분의 1 정도를 외국에게 지고 있는 것이다.” (뉴시스, 2023.05.25)
 

이 기사에 따르면  미국 국채의 '외국 채권자' 비중은 2013년과 비교할때 10년 사이에 48.6%에서 24%로 절반 이상 하락했다. 그 이유와 관련하여  필자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에  외국 채권자의 비중이 이처럼 축소될 것을 예측한 바 있는데,  독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그와 관련된 부분을 잠깐 소개토록 한다.

 

미국의 국채는 60~70% 정도가 미국 내 투자가들에 의해 소화되고, 나머지 30~40%는 해외 투자가에 의해 소화되었다.  이 경우 해외 투자국들은 주로 중국, 일본, 브라질, 유럽연합 국가, 홍콩, 사우디, 대만 등이며 여기에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가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과 이들 사이에는 ‘미국의 무역적자→ 대미 흑자국가의 미국 국채 매입’이라는 일종의 선순환 관계가 형성되어 왔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의 동향은 미국 국채 문제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이번 코로나사태로 인해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동시타격’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피해가 앞서 언급할 정도라면 다른 나라들은 그보다도 훨씬 큰 타격을 받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존 대미 채권국들도 이번 코로나사태의 영향으로 미국 수출을 포함한 대외 수지가 전반적으로 적자로 돌아서거나, 혹은 흑자 폭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일본 역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간 대규모 무역흑자에 기대어 일본 정부는 GDP의 240%에 달하는 국가부채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버텨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사태로 인해 국제교역이 크게 축소됨에 따라 이전만큼의 대미 흑자를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중략) 당분간 예전만큼 미국 국채에 대한 큰손 투자가로서의 역할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진다. 

(변혁의시대에 진입하다ㅡ"미국 국채의 소화문제(1)", 민플러스, 2020.6.15)


당시 해외 채권자 중 일본이 미 국채 보유 1위, 중국은 G2  갈등으로 미 국채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줄여 2위로 내려와 있었다. 그다음이 영국, 아일랜드, 브라질 순이며, 이 5개국의 보유 비중이 전체 외국인 투자의 절반이나 된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기에, 해외 채권자의 비중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원인을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찾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선 중국 측 상황을 보면, 지난 7월 미국 재무장관 옐런이 중국을 방문할 즈음 그녀의 중국 방문 목적에 관한 다음과 같은 국내 기사가 나왔다. 참고할만하다.


중국 신다(信達)증권은 지난 2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옐런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다면 그의 주요 목표는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을 늘리는 것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4월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전달 대비 4억 달러 감소한 8689억 달러를 기록했다. 과거 1년 동안 미국 국채보유량이 증가한 달은 2개월이었으며, 나머지 10개월은 보유액이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4월 이후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고는 13개월째 1조 달러를 하회하고 있다.(중략)

 

미국으로서는 일본에 이어 2위 미국 국채 보유국인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내에는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과 포위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국채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옐런 방중, 美 국채 매입 요청할 것" 중국 내 전문가들 전망, 뉴스핌, 23.7.4)
 

 

[도표 4]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현황 (2011.6~2022.12)

중국 미국국채.png
출처:  미국 재무부

 

중국에 대한 전면 압박 정책을 펼치는 미국에 맞서 중국 정부가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자 최근 특히 유착이 긴밀한 일본 정부는 무엇 때문에 미국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 국채 매입에 대해서 협조 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한 KB증권 연구원 김효진의 분석이 있어,  아래 기사를 소개한다.

 

"이미 2014년 이후 미국 국채 잔액을 줄이고 있는 중국은 차치하더라도, 여타 국가들의 미국 국채 보유 잔액이 동시에 줄어드는 배경으로 통화 약세무역수지 적자 확대가 지목된다"고 관측했다.
그는 "7월 말 잔액 기준 1위인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며 "통화가치 역시 연초 이후 20% 가까이 절하됐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2019년 이후 미국 국채 보유 잔액을 크게 늘렸던 거의 유일한 나라는 영국인데, 영국 역시 사상 최대 폭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 중"이라며 "파운드화는 1985년 최저치에 근접하는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국 미국 국채 보유 감소하는 이유는?”,인포스탁데일리, 2022.9.21.)

즉 코로나19 사태의 여파, 그리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중국에 대한 탈동조화(디커플링) 정책은 국제무역을 위축시켜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를 가져왔다. 여기에 더해 미 연준의 고금리 정책으로 인한 달러 강세가 일본 등의 미 국채에 대한  매수 여력을 더욱 감소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 국채는 자국내에서 소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다시 미 국내 금리를 인상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  1년 전인 2022년 3월  일본은 개인, 기업, 정부 통틀어 미국 국채를 1조3000억 달러 보유했고, 세계2위 중국은 1조1000억 달러 보유했다. 두 나라가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1년이 지난 2023년 3월  일본 보유액은 1조800억 달러로 11%가 감소했고, 중국 보유액은 더 큰 14%가 준 8695억 달러였다. ( “일본과 중국, 미국 국채 보유액 1년 새 크게 줄어”, 뉴시스, 2023.5.25.) 
 

이렇듯 중국과 일본을 비롯하여 그간 미국 채권의 주요 매입 국가들이 미국의 재정적자 폭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미국 국채 매입 폭을 대폭 줄였기 때문에 미국 국채 가격의 하락을 막지 못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정이 단기간에 크게 변화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고금리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되고 더욱 악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4. 파국을 향해 치닫는 미국 경제

 

미국이 이처럼  국채 대부분을 자국 내에서 소화해야 하는 곤궁에 빠져든 것은 신자유주의 균형 기제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즉 ‘소비중심(미국)’과 ‘제조중심(대미수출국)’으로 나뉘었던 신자유주의 하의 국제 이원 경제구조하에서, 미국의 무역과 재정 적자는 대미 수출국들이 벌어들인 흑자를 통해 메꾸어 졌었다. 이제 그 시스템이 파괴되었는데, 다시 그것이 복구될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희박하다.


미국은 그동안 달러패권을 통해 인류역사상 유례없는 약탈자로 군림해 왔다. 천문학적인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로 인해 다른 나라 같았으면 일찍이 파산했을 터지만, 종이쪽지에 불과한 달러를 발행해 전세계의 자원과 부를 무상으로 착취할 수 있는 특권을 활용해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하지만 미국의 이 같은 달러 남발은 결국 전세계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채다.  


다시 말해서, 한국의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자영업자가 지금처럼 고금리와 고물가로 고통을 당하는 이유가 많은 부분 바로 미국의 달러 남발 때문이다. 이점이야말로 현대제국주의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데, 현대제국주의는 국부적 범위에서 성립할 수 있었던 구식민지와는 달리 전세계적 범위에서 존재하며,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를 가지고 합법적으로 전세계 인민을 수탈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한다. 


레닌은 일찍이 <제국주의론>에서 금융자본에 의한 통치야말로 자본주의의 최고 단계라고 하면서, 금융자본은 일체의 경제관계와 일체의 국제관계 가운데서 거대한 역량이자 결정적 역량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오늘날  우리는 미국을 통해서 금융자본의 이 같은 진수를 유감없이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세계화폐에 기반한  제국주의를 가장 '기생적인' 제국주의'라 부를 수 있으며, 그것은 또한 '제국주의 역사 발전의 최고단계'이기에  제국주의의  최종 단계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금처럼 자신의 달러패권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재정적자를 멈출 생각이 없고, 또 멈출 수도 없다. 러시아의 발목을 붙잡고 유럽 동맹국들을 자신의 지휘하에 묶어 두기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야만 한다. 또 중러를 압박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군비 증가를 계속해야 한다. 동북아에서 전쟁 분위기를 고취하고 일본의 재무장을 돕기 위한 군비 지원도 계속해야 한다. 부자 감세도 계속해야 한다… 그 결과 전세계적인 고금리 현상을 일으키고, 자영업자와 서민들을 파멸로 몰아간다.

 

미국 재정적자.png
출처:  https://blog.toss.im/article/never-say-default

 

 

이제 이러한 미국 자신이 파멸할 날만 남았다. 미국이 재정적자를 멈추지 않는 한 그것은 필연적인데, 최근 브릭스의 확충과 이에 따른 ‘국제 이중권력’의 성립은 그간 단일패권 지위를 누려온 미국의 운신의 폭을 크게 좁힐 것이다.


끝으로, 최근 노동자연대나 <노동사회과학연구소(노사과연)>과 같은 ‘국가자본주의론자’들이 일부 국가의 ‘자본수출’을 거론하며 제국주의를 운운하는 것은 대단히 가소로운 일이다. 그들은 자본의 성격 유무를 따지지 않은 채 레닌이 ‘제국주의론’에서 거론한 지표 중 ‘자본수출’만을 따로 떼어 내어 그것을 기계적으로 적용한다. 


1980년대 접어들어 지구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상황에서, 그로인해  필연적으로 국제 분업이 고도로 발달하고 전세계적으로 ‘단일시장’이 성립한 오늘날에 있어, 지구상의 모든 국가는 국제교류를 일상화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본의 국경을 넘나드는 진출입은 자연스럽게 발생하며, 개발도상국 기업들 역시 국제 분업에 참여하는 것은 기본 생존 조건이 된다. 그 경우 이들 사이비 맑스주의자의 기준에 따르면 이러한 개발도상국조차 ‘제국주의 반열’에 들게 되는 셈이다. 이는 지독한 괘변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사실상 제국주의 개념을 희화화하는 기회주의이론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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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파국, 막을 수 없다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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