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노동
  • 1건당 최소 교통 범칙금 3만원에도 못미쳐
등록일 :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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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정동석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장


 7월 6일 오전 10시 울산지방법원 306호 법정에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4건과 고용노동부 정기∙특별안전감독 관련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 1,136건에 대한 선고가 열렸다.

 

현대중공업주식회사 법인과 한영석 대표이사 등 16명이 산업안전보건법과 업무상과실치사 등으로 기소된 2021년 9월 27일부터 2023년 5월 22일까지 19번의 공판이 진행되었는데, 이제 1심 선고가 이뤄진 것이다.

 

이날 법원(재판부 : 제3형사단독, 법관 : 노서영)은 한영석 현중 대표이사 벌금 2천만원, 하수 조선사업부대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박준성 해양플랜트사업부대표 벌금 700만원, 현대중공업 주식회사 벌금 5천만원 등을 선고했다. 형사고발된 16명 중 실형을 선고 받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울산지방법원 앞에서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1심 판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의 송방망이 판결을 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1심 판결은 사법부의 존재 의미를 묻을 수밖에 없는 매우 실망스럽고 충격적인 판결이었다. 울산지역 노동자와 시민들이 기대했던 사법 정의는 없었다”고 강한 실망감을 표시하고, 울산지방검찰이 항소하여 법 위반에 대해 엄중처벌을 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조시형 민주노총 울산본부 노동안전국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최기철 현대중공업지부 부지부장은 “현중은 창사 이후 473명이 목숨을 잃은 살인기업”이라면서, “재판부가 이런 기업에 솜방망이 처벌만 내린다면 현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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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중인 최기철  현대중공업지부 부지부장

 

그는 고발된 3건의 산재사망 사고 원인에 대해 하나씩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사업주가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설투자를 제대로 해서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면, 재해자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사업주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재판부가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것만이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약 3만명의 생명을 지키는 방법이며 474번째 희생자 발생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발언자인 김형기 울산법률원 노무사는 법원의 모순된 태도를 꼬집었다. 법원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피고인의 무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고 밝혔으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대며 형량을 대폭 낮춰 “결국 아무도 구속되지 않은 채 이 법원을 빠져나가도록 했다”고 어이없어했다. 

 

그는 법원이 ‘양정(量定)’ 이유로 밝힌 내용들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했다. 법원 판결이 다룬 2019년부터 2020년 5월까지의 사망사고 이후에도, 유사한 사고가 현대중공업에서 계속해서 발생했음을 지적했다. 예컨대 2020년 2월 22일 발생한 트러스 사망사고와 유사하게,  이후 지붕 공사 중에 안전발판을 마련하지 않아 개구부 사이로 빠져죽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  또 가우징작업 경판 낙하사고(2019년 9월 20일 발생)와 비슷하게 대조립사업부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 그것이다.

 

이렇듯 사고 후에도 비슷한 이유로 사고가 재발되고 있음에도 법원이 “안전조치가 이행됐고 시정조치가 마련됐다”고 판단하여 가벼운 처벌을 내린 것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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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중인  김형기 울산법률원 노무사

 

그는 또한 인천지법의 판결 사례를 들어 울산지법이 “최근 형사처벌 강화방안 움직임과 거꾸로 간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울산법원은 이번 재판에서 피해자 쪽에도 과실이 있기 때문에 “책임의 경합이 있다”고 판결했는데, 최근 인천지법은 항만공사에 대한 판결에서 “피해자가 죽어 마땅한 과실은 있을 수 없다.” “안전대책만 마련했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세번째 발언자로 나선 정동석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장은 “울산지법의 판결이 너무나도 폭력적”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1000건이 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벌금 2천만원 가당키나 합니까? 교통사고를 내도 딱지를 끊어도 최저금액이 3만원입니다. 이렇게 처벌이 가벼운데 어떤 멍청한 인간이 거액의 돈을 들여 산업안전 시설물을 설치하고 안전시설 투자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하청노동자들이 하루에 몇 명이나 다치는지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며, 산재가 은폐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재가 발생하면 4일이상 휴업치료 한 사람에게는 30일 이내 산업재해조사표를 작성해 노동부에 보고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산재은폐’에 해당된다. 그 때문에 “산재은폐를 피해가기 위해 사업주들은 골절되고 인대가 파열된 노동자들을 출근시켜서 출석부를 작성케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산재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경우에도 ‘처벌 불원서’만 있으면 아무리 많은 인원을 죽여도 처벌되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재해자가 차디찬 시신으로 영안실에 누워있을 때 현대중공업 원하청 사업주들과 합의 기술자들이 처벌 불원서까지 받아낸다”고 폭로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발언자인 현미향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울산지법은 중대재해 사망에 대한 가해자로서 동조했다“면서, 이 판결을 주관한 노서영 판사는 ”더 이상 판사 자격이 없기에 앞으로 중대재해 판결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판사 교체를 요구하고 항소를 통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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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중인  현미향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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