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심인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 분회장)
등록일 : 202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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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 초기에 물량감소를 이유로 무급휴직과 인원축소를 진행할 때  동희오토 분회가 지역과  연대하여 함께 대응하고 있다. 

 

동희오토는 충남 서산에서 기아차 모닝, 레이, 스토닉, 니로플러스(택시 모델)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전체 160여 명의 사무관리직만이 정규직이고,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 1,250여 명은 모두 17개 하청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 2005년 민주노조 건설투쟁, 2008년 어용노조 민주화 투쟁 등으로 120여 명이 해고되었고, 그 해고자들이 2010년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투쟁을 전개했다. 그 투쟁을 전개한 7명의 노동자들이 복직을 했고, 동희오토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서산지역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런데 2020년 상반기에 코로나가 시작되고 동희오토에서도 물량감소를 핑계 삼아 무급휴직과 몇 개 업체에서 인원 축소가 자행되었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와 지역의 투쟁으로 무급휴직은 막아 냈지만, 해고까지 막아 낼 수는 없었다. 해고된 분들 중에서 15명이 우리 지회와 연결이 되었고, 그분들과 함께 ‘불법파견 소송’에 들어가게 된다. 법률적인 문제로 원청 사용자성 문제가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여러 고민을 통해 내린 결정이었다.

 

ㅡ 동희오토 1·2심 재판 과정의 문제 

 

당시 지회는 ① 불파 승소를 통해서 최소한의 고용안정이 되어야 조합원 확대가 가능, ② 원청 사용자성에 대한 확인을 통해서 기본적인 조합활동의 보장, ③ 해고자들이 부당해고를 인정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판단이었다. 자동차 공장 직접생산공정에서의 불법파견은 수많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 굳어지고 있었다. 지난 6월 17일 대법원은 동희오토와 동일한 근로 형태인 현대모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 불법파견임을 확인하였다. 역시 7월 11일 아사히글라스도 대법원에서 승소하게 된다. 그리고 8월 말 현대차와 지엠에서의 대법원 선고도 있었다.

 

이런 판례에도 불구하고 올해 1월 11일 대전법원 서산지원과 6월 27일 대전고등법원에서 동희오토 노동자가 패소한다. 1심은 그간 대법원 판례에 대한 자본 측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면서, 기간의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판결이었다. 2심은 한술 더 떠서 1심에서도 인정한 원청이 작성한 작업표준서마저도 부정하고, ‘원고들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컨베이어 벨트 공정에서의 도급계약은 그 구체적 내용과 상관없이 모두 부정되는 것이므로 심히 부당하다’라고 정치적 판결을 자행했다.   

 

먼저 ‘후관예우’라는 1심 재판부 구성의 문제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피고측 법무법인은 화우인데, 1심 재판부 임동환 판사는 2021년 10월까지 화우 변호사였다. 임동환 판사는 임용 후에 연수를 거쳐 2022년 3월부터 동희오토 재판을 담당했는데, 최소한 스스로 회피신청이라도 했어야 했다. 다른 판사는 매년 정기인사로 바뀌었지만, 오히려 임동환 판사는 2024년 1월 선고까지 진행했다.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다루는 1심 재판부 구성의 문제는 심각한 것이다.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지회 사업계획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선고를 내리지 않고 공판을 재개하는 등의 편파적인 재판 진행은 확실했다. 로스쿨출신-재판연구관-대형로펌-판사임용을 하면서 전관예우가 아니라 전형적인 ‘후관예우’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2심 재판부는 5월 2일, 1차 공판부터 사건을 종결하겠다고 다그쳤다. 원고 노동자가 뇌경색으로 쓰러졌으니 추가 자료 제출에 대한 시간적 여유를 달라는 요청도 묵살되었다. 불법파견을 입증하는 추가 제출 자료들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오히려 민법을 근거로 컨베이어 벨트 작업공정 특성상 업무매뉴얼 제공 등의 작업지시가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 판례들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2심 재판부는 추가로 제출한 핵심적인 증거들과 6월 17일 현대모비스 판례 등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5개월 만에 판결을 내려 버린 것이다. 

 

ㅡ 동희오토 판결의 후폭풍과 대법원 상고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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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20일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 출범식에서 심인호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장이 분회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 참여와혁신)

 

제조업 현장에 파견을 금지하는 노동법을 심각하게 부정하는 판결이다. 1심에서는 자동차공장 노동의 특징인 단순 반복작업의 특징을 부정하고 ‘원고 개별로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입증’하라는 것과 2심의 ‘생산현장에서 일정 정도의 작업지시는 도급계약에서 불가피하다’는 것은 기간의 대법 판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총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도 도급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제조업 생산현장에서의 비정규직이 급증하는 패턴이 있었다. 재벌사와 중견기업은 특정부서 등을 외주화하면서 야금야금 사내하청 형태로 비정규직을 확대, 영세한 공장은 소사장제나 건설업의 일용직을 그대로 차용한 외부파견을 통한 고용이 확대되고 있었다. 그런데 동희오토와 현대모비스가 2000년대 초중반, 하나의 ‘모델’로 성공하면서 고용형태가 급격하게 변화하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관행적으로 동희오토 같은 100% 비정규직 공장은 합법적인 도급이라고 묵인해 왔다. 그러면서 제조업 생산현장에서 동희오토 모델은 불법파견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이 되었다.

 

대부분의 중견기업들도 100% 비정규직 공장이 확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정을 인위적으로 분리하면서 비정규직 공정을 확대하는 것부터 시작. 공장 증설할 때는 당연히 비정규직 공장으로, 새로운 아이템 같은 경우는 자회사를 세워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형태였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사례들이 대거 늘어날 것이며, 아리셀 같은 명백한 불법파견이 사내하청의 형식으로 위장을 하려고 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 보인다.

 

이번 아리셀 참사를 보면,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메이셀은 주소도 아리셀과 동일하며 1·2차전지 제조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한 것으로 보아 사내하청업체로 위장하려 했다고 판단된다. 결국 에스코넥(모회사)→아리셀(자회사)→메이셀(도급으로 위장한 인력파견업체)의 구조는 ‘동희오토 모델’의 더욱 왜곡되고 악화된 고용형태인 것이다. 동희오토에 대한 1·2심 판결은 이런 왜곡된 고용형태를 더욱 부추기는 것이며, 제2, 제3의 아리셀 참사를 예고하는 것이다.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에는 파견을 엄격하게 금지함에도 불구하고 위장도급 형식으로 파견노동이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위장도급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며, 앞으로 제조업 공장은 ① 사업장과 동일한 주소지로 등록된 사업자등록증을 내고(파견업 라이센스도 필요 없이), ② 형식적으로 사용사업주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③ 공장 안에 책상 하나 갖다 놓으면 합법적인 도급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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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동희오토 불법파견 대법원 상고 기자회견

 

ㅡ 앞으로의 활동방향과 과제 

 

불파 승소→조합원 확대→분회 활동의 정상화→다수노조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다양한 계기와 방법을 모색 중에 있다. 분명히 동희오토에 현장을 조직화할 수 있는 계기는 올라올 것이며, 그간의 활동의 성과로 현장에서의 신뢰는 많이 확보해 놓았다. 우리 스스로가 불파승소를 통한 고용안정, 그 이후에야 조합원은 확대한다라는 틀에 갇혀 있던 측면이 있다. 다시금 소수이지만, 면밀한 힘 관계에 대한 판단 이후에 조합원 확대를 전개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너무 현장과 지역에서의 활동, 핵심적으로는 법적인 판결에만 매몰된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현장과 지역활동을 중심으로 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최소한 1심에 들어가는 2020년부터는 100% 비정규직 공장을 알려 나가는 활동을 전개해야 했지만 그러하지 못했다. 1심 패소 후에 부랴부랴 사회화 투쟁을 기획했지만, 분회장이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전혀 전개되지 못했다.

 

그리고 법적인 소송투쟁의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고백하면 법적인 판결중심으로 현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향후 불파 승소가 어려운 청소, 식당, 경비노동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걱정하는 등(김칫국을 마시는 격이었지만) 간접고용철폐가 아닌 법적인 판결중심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 측면도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1심 과정에서 서너 차례 선고가 연기되면서 노동조합의 주요한 투쟁이 재판 일정에 종속되는 것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제대로 점검하고 반성하면서, 원청 사용자성 투쟁을 지속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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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에 소재한 동희오토주식회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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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비정규직 공장 동희오토의 불법파견, 대법원 상고 투쟁

심인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 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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