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찬욱의 총반격
  • 반둥회의 68주년에 부쳐
한찬욱 (사월혁명회 사무처장)
등록일 :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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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955년 4월 18일 인도네시아의 도시 반둥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의 총 29개국 대표가 모여 <반둥회의>를 개최한 지 68주년이 되는 날이다. 

 

여기에 참가한 나라들은 문화·인종적으로 공통점은 별로 없었으나,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통치를 경험했고, 여기에 맞서는 반제(反帝) 민족·민중해방의 역사를 가진 나라였다.

 

그런데 당시 냉전 식민주의는 군사적 침략과 영토 점령이라는 과거의 제국주의 방법이 아니라, 경제·문화적 지배로 더욱 세련되고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하여 다시 침략하고 있었다.

 

회의에 참여하였던 나라들은 “원자폭탄과 달러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식민주의를 끝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신생국으로, 군사·경제력이 미비한 힘없는 나라들은 정치적인 힘을 모아 연대하여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이것이 바로 제3세계였다.

 

제3세계란 자본주의 1세계와 사회주의 계획경제 2세계를 제외한 나라가 아니라, 과거 식민지였던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의 연대와 단결을 실현하는 세계였다.

 

반둥회의는 1세계와 2세계를 대표하는 미국과 소련 양측에게 ‘평화 10원칙’을 선언하면서, 그 어느 쪽에도 군사적으로 가담하지 않는 비동맹 중립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미·소 양 진영으로 분할된 적대적 공존체제인 ‘냉전’을 거부한 것이다. 

 

물론 냉전은 평화로웠지만, 그것은 유럽에 국한된 것이었다. 냉전 기간에 중국 국공내전(1946~1949), 한국전쟁(1950~1953), 인도차이나전쟁(1946~1954) 등 아시아 지역은 ‘열전’이 벌어졌다.

 

그래서 반둥회의는 미소 양 진영 참가 거부와 반제(反帝) 그리고 반식민(反植民) 민족자결 평화공전을 모색했다.

 

▶️ 비동맹운동

 

비동맹운동은 냉전에 대한 제3세계의 대안이자 응답이었다.

 

냉전은 신생국들에게 한 진영의 선택을 요구했으나, 유럽 식민주의에서 막 벗어난 아시아와 아프리카 신생국 대부분은 신식민주의로 보이는 동맹에 가입하기를 꺼렸다. 따라서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고 중립 노선을 걷겠다는 ‘비동맹’은 각국 지도자들에게 대안으로 떠올랐다.

 

1956년 말 비동맹 지도자 중 한 사람인 인도 네루 총리는 미국에서 “비동맹은 사고와 행동의 수동성, 믿음이나 확신의 부재를 뜻하지 않습니다. 비동맹은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에 다가가는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접근법입니다. 우리는 각국이 자유를 누릴 권리뿐 아니라 자국의 정책과 삶의 방식을 결정할 권리도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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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반둥회의 모습

 

그리고 마침내 유고슬라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첫 비동맹 정상회의가 열린다. 알제리 전쟁이 격화되고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는 “세계의 긴장(World Tension)”이 주 의제였으며, 21개 참가국은 세계정세에 우려를 표하며 무장해제, 핵무기 실험의 중단, 냉전 거부와 평화공전, 유엔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리고 비동맹운동 회원국 자격에 대하여 “외국 군대나 기지가 주둔하는 나라나 강대국의 동맹국은 가입할 수 없다”라는 분명한 원칙을 세운다. 이제 비동맹은 반둥회의의 아시아 아프리카를 넘어서서 동서로 양분된 상황에서 국제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등장한다.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비동맹의 목표에 대해 말한다.

 

“비동맹은 중립이 아닙니다. 우리 여기에 혼동이 없도록 합시다. 비동맹은 홀로 떨어져 경건한 척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중략) 비동맹 정책은 전쟁이 나면 중립을 취하는 정책이 아니며, 비동맹은 아무 색깔 없이 중립을 취하는 정책이 아닙니다. 비동맹은 독립, 영구 평화, 사회 정의, 자유로워질 자유라는 대의에 대한 적극적인 헌신을 말합니다. 비동맹은 이런 대의에 복무하고 인류의 사회적 분별과 조화를 이룹니다.”

 

▶️ 삼대륙회의

 

1966년 1월 쿠바 아바나에서 3대륙의 혁명적 운동이 한자리에 모여 제1회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인민 연대회의(삼대륙회의)를 개최한다. 반둥에서 시작된 반식민 반제국주의 운동이 전 세계로 확장한 것이다. 

 

삼대륙회의는 반둥회의와 비동맹운동의 연장선에 있지만, 3대륙 전체의 민족해방 성향의 정권과 운동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 대한 연대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견해 차이가 있어 다르기도 하다.

 

비동맹운동은 민족해방 투쟁은 지지하였지만, 베트남 전쟁에 개입할 수단이 없는 한계가 분명한 운동이었다. 또한 비동맹운동과 소련이 베트남을 비롯해 아직 식민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민족을 위해서 더 확실한, 즉 무장 투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전투적 입장이 최고조에 달한 회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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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혁명의 지도자들

 

삼대륙회의는 평화와 사회주의를 목표로 설정하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장 투쟁은 물론 의료, 경제, 문화 등 전 분야를 사용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러나 1965년 2차 아시아 아프리카 회의인 알제리회의가 무산되고,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으로 인한 무력충돌 그리고 인도네시아 공산당 학살로 반둥회의 평화 원칙이 무너진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제3세계의 부상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가 급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해체 이후 최대의 지정학적 사건으로 향후 국제질서의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대리전쟁에,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시아 제재를 나셨던 나라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사우스”라는 북반구의 저위도나 남반구에 위치한 아시아·아프리카·남미의 개발도상국이 최근 미국과 중·러 간의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어느 진영에도 휩쓸리지 않으려는 중립적이고 균형 잡힌 외교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

 

2023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인도는 1월 12~13일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 정상회의’를 개최해 전쟁으로 개발도상국들이 ▲과잉채무 ▲식량·에너지·빈곤 위기를 겪고 있다며 “서구는 개발도상국 위기에 눈을 돌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즉 잠복해 있던 과거의 제3세계, 비동맹운동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최근 새롭게 부상하는 비동맹정책.jpg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새롭게 주목받는 제3세계 

 

물론 이번 운동에도 인도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서방 진영이었던 중동지역의 변화가 의미심장하다. 

 

중국 시진핑은 3월 10일 베이징에서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과 핵협상 복원 중인 이란의 국교 회복을 중재했다. 이 사건은 동서 양 진영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글로벌 사우스의 전통적 친미 국가들이 반제자주노선으로 돌아선 것임을 보여 준 것이다.

 

그리고 2023년 3월 20~23일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냉전 때 형성된 것과 유사한 군사·정치 동맹을 구성하지는 않으나, 이런 형태의 국가 협력보다 우월하다. (중략) 블록을 형성하지 않고, 대결적 성격을 갖지 않고,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라고 군사·정치 동맹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다.

 

이번 중·러 정상회담의 성명은 국제질서의 다극화와 반제자주노선을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한국의 반제자주 민중진영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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