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해부한다
  • 완성차노조 무력화, 비정규직 착취구조를 위해 만들어진 모듈과 직서열
등록일 : 2023.06.19

편집자 주 : 지난 2022년6월17일 현대차 현장신문 <노동자함성> 주최로 “자동차산업 원•하청 계급적연대 어떻게 가능한가?”를 주제로 현장 활동가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 내용을 <울산함성>에 몇차례 연재한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계급적 연대를 실천하는 중요한 조직이다. 한국 사회에서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연대를 실현한 모범적인 조직으로 ‘전노협’을 거론한다. 그리고 그 전노협을 계승한 조직으로 자처하는 것이 제조업 노동조합의 중심인 금속산별 즉, 금속노조다.

 

금속노조는 2001년 창립된 이후 20여 년이 지나는 동안 18만6천 명으로 조직적으로 규모가 늘어났고, 자동차, 철강, 조선, 전기·전자업종 등 핵심 사업장을 아우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금속노조는 한국 노동조합운동을 대표하는 조직, 모범적인 실천투쟁으로 전개하는 조직으로 평가받고 있는가?

역사적으로나 규모 면에서 한국노동조합을 대표하는 금속노조가 현실에서는 더 이상 한국노동조합운동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제조업의 모든 산업은 원청과 하청으로 분할되어 있는데 금속노조는 계급적 연대와 실천투쟁으로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얼마나 있는가?
정치권력과 재벌, 제국주의에 대항해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얼마나 투쟁했고, 투쟁할 의지가 있었나?        

 

지금 금속노조는 한국사회 민중운동, 변혁운동, 노동운동 내에서 존재감을 상실했다. 소속 조합원들의 생존권 투쟁에는 얼마나 충실했나? 지난 10년여간 금속노조 위원장이 투쟁의 책임을 지고 구속당한 적이 있었는가? 이 시기가 자본과 노동이 큰 문제 없이 평화로운 시기였나?  
원·하청, 중소기업·대공장노동자로 분열되어 있는 조합원들로부터 통합지도력으로서 존재감이 없다. 가장 치열한 생존권 투쟁 현장에서 모든 조직력을 동원한 승리하는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계급적 연대를 분명히 하는 원·하청 연대투쟁이 살아나야 하고, 승리하는 투쟁을 조직해 금속노조가 18만6천 조합원이 똘똘뭉친 투쟁대오를 만드는 투쟁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금속노조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계급적 연대와 실천이 살아나야 한다.         

 

1. 왜 완성차, 부품사 노동자 연대가 절실한가? 

 

현대차는 생산비용 절감, 노조 조직력 약화를 위해 자동화, 모듈화, 외주화를 시도해왔다.
모듈, 직서열(JIS) 등 완성차 생산과정에 직접적으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업장들이 현대차그룹 정몽구 일가의 이윤추구 욕망에 의해 비정규직, 무노조 사업장으로 착취구조에 최적화되도록 만들어졌으며, 전기차 등장 등 자동차산업 현실 변화과정에서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다. 

 

완성차노조 무력화, 비정규직 착취구조를 위해 만들어진 모듈과 직서열
 

“한국 완성차 생산 공장에 모듈화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현대자동차 울산 3공장에서 아반테 XD 3세대( 2000.4 ∼ 2006)가 생산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사측에서는 아반테 XD 생산을 준비하는 동시에 모듈 라인을 5공장 옆 현대모비스 울산공장에 깔았다. 현대차노조 집행부와 대의원회, 그리고 현장 조합원들은 현대모비스에 깔린 라인과 이미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모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핵심 모듈 분야는 외주화되고 있다. 핵심 모듈은 상당히 긴 조립 공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이 외주화되면서 노동자들은 직무이동, 공장이동을 할 수밖에 없다. 사내 모듈화를 합의해 놓고도 이를 실현하지 못한 (2004년)울산 5공장 사례 이후 모듈화 대응에서 ‘사내 모듈’은 생색내기용으로 전락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생산 모듈화 현황과 작업장 변화. 이종탁.  매일노동뉴스 2005.9.29.)

 

“1공장에서 올해 최고의 이슈는 신차(MC카) 협상을 하면서 사측이 요구하는 37% 모듈화를 저지하는 것이었다”  <굴욕적인 날치기로 합의로 끝난 모듈협상 2004.11.10. 현장투>

 

현대차 1공장의 경우 1세대 베르나(1999년 생산) 모듈화 15%→클릭(2002년 생산) 모듈화 27%였는데 신차인 MC카(2세대 베르나, 2005년 생산) 협상을 하면서 모듈화 37% 요구한 것이다. 결국 회사측이 요구했던 205명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아니었지만 97개의 일자리를 날리는 협상에 합의했다. 

 

“완성차 모듈화 저지투쟁은 완성차만의 밥그릇 지키기로 제한돼서는 안된다. ...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조건 ‘사외 모듈 절대불가’만을 외치다가 갑자기 모든 것을 내주는 날치기 합의로 끝나는 것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외 모듈 문제 못지않게 현대모비스의 무노조, 비정규직 경영 문제, 부품업체에 대한 부당한 개입과 불평등 거래 및 노조 탄압, OEM 방식의 이중수탈 등의 문제에 적극적인 투쟁으로 개입해 나가야 하고 조합원들에게 알려나가야 한다. 현대모비스에 대한 부품사 노동자들의 투쟁의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두려움을 갖기 때문에 투쟁에 적극 나서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시기에 완성차 정규직 활동가들과 부품사 활동가들 간의 교류와 연대를 통해 공통의 인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굴욕적인 날치기로 합의로 끝난 모듈협상 2004.11.10. 현장투>

 

90년대 신경영전략에 맞선 현장권력 쟁취가 대공장 완성차 공장 내 노동자에 한정된 것이었다면 21세기 현재 모듈화에 맞선 현장권력이란 ‘자동차 연구 - 부품 생산 - 완성차 조립’ 전 과정에 종사하는 노동자 전체를 염두에 두고 각 영역과 공간에서 노동자의 헤게모니와 통제권을 실현하는 것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공장과 중·소영세 사업장의 차이와 차별을 넘어서는 생산과 작업에서의 ‘노동자 헤게모니 시스템’을 고민하고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내모듈이란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이 기존의 공장 안에서 모듈 작업을 하는 것으로 제한되어서는 안된다. 현대모비스라는 괴물을 통해 외주화되어 있는 모듈 생산 시스템을 다시 노동조합의 통제권을 끌어들이는 것이어야 한다.(가능하면 이 통제력을 행사하는 노동조합의 주체적 상태는 산별노조여야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울산 5공장 옆에서 가동되고 있는 현대모비스 공장을 ‘사내화’ 해야 하지 않을까? 울산 현대모비스 공장을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으로 귀속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현대모비스의 전국 공장 모두를 현대자동차로 귀속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완성차 조립공장 바로 옆에서 가동되는 현대모비스 공장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자고 요구해야 하고, 그것을 실현시키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본다.

(현대자동차 생산 모듈화 현황과 작업장 변화. 이종탁.  매일노동뉴스 2005.9.29.)

 

지난 20년 동안 ‘모듈화 반대’, ‘사내 모듈’을 주장했지만 단 한번도 제대로 대응한 적이 없다. 결국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모듈화가 증가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왜 지난 20년 동안 ”완성차 모듈화 저지투쟁은 완성차만의 밥그릇 지키기로 제한돼서는 안된다” “현대모비스라는 괴물을 통해 외주화되어 있는 모듈 생산 시스템을 다시 노동조합의 통제권을 끌어들이는 것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하나도 발전하지 못했는가?


솔직히 지금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현대모비스(사내하청)지회, 현대글로비스(사내하청)지회 등의 실정을 보면 노동자계급 연대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후퇴되어 있다.   

 

20년 전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를 무노조, 비정규직 공장으로써 저임금 노동착취에 최적화된 곳으로 만들었다. 이 시기 부터 완성차노조에서는 모듈화 반대, 사내모듈을 외치다 결국 다 내주는 식의 패배와 좌절을 반복했다.   

 

2023년 지금의 시점에서 모듈화, 서열화 문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현대모비스 사내하청과 현대글로비스 사내하청에서 노동조합이 완성차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정도로 규모와 조직력 면에서 발전했다. 이것이 현대모비스가 궁여지책으로 완전 비정규직-무노조에서 선제적으로 ‘자회사’로 정책변화를 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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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비스 -자동차 라인정지.jpg
당시  현대글로비스지회는  4시간 파업을  하면서  물량 출하는  막지 않았다.  만약 현대글로비스 지회가  파업과 동시에  물량 출하를 막는다면  현대차는 20여분 후   라인이   전면 정지하게 된다.   

 

하지만 완성차지부와 활동가들이 모듈화, 외주화를 바라보는 관점과 대응방식에는 변화가 없다. 완성차를 생산하는데서 모듈화, 서열화는 예전 완성차-부품사와의 관계보다 훨씬 직접적이다.
이것은 노-노 연대를 강화하면 지본 측에 대항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심각한 노-노갈등으로 펼쳐질 수 있다. 이것이 지금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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