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찰이 가장 체포하고 싶었던 독립운동가

‘조선공산당재건 경성준비그룹’ 기관지 <적기> 3호의 등사를 막 끝낸 다음날인 1936년 12월 25일, 이재유가 집을 나서다 잠복하고 있던 일경 감시망에 걸리게 된다. 이관술은 일제강점기 후반 일본 경찰이 최우선 체포 대상으로 꼽히게 된다. 그 당시 이관술에 대한 신문기사를 보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등장하는 홍길동 같은 모습이었다. 
1939년 1월 이관술은 여동생 이순금부터 시작해 차례로 전국을 돌며 김삼룡(충주), 정재철(부산), 권우성(마산), 이기성(부산) 등을 만났다. 그리고 ‘경성콤그룹’ 이름을 걸고 새로운 기관지 『꼬뮤니스트』(1939.9)를 발간했다. 경성콤그룹은 일제강점기 말 다양한 소규모 사회주의 계열 항일조직 중 독보적인 존재가 된다. 체포와 검거로 결성과 해체를 반복하는 국내 조직 중에서 가장 굵은 획을 그었다. 

해방 후, 미군정이 놓은 덫에 걸려 산화하다

해방 직후 이관술과 사회주의 세력의 정치적 위상은 중도우익성향의 단체인 ‘선구회’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1945년 12월 잡지 <선구(先驅)>에 발표된 결과를 보면 “가장 역량이 뛰어나고 양심적인 정치가”를 물어 본 결과 ‘여운형 33%, 이승만 21%, 김구 18%, 박헌영 16%, 이관술 12% 순으로 집계가 된다.   
미군정은 조선공산당에 대한 민중의 지지가 갈수록 높아질 때 ‘조선정판사 화폐위조사건’을 기획했다. 조선공산당이 매입한 적산건물 1층에 있던 인쇄소 이름이 정판사인데, 인쇄소를 인수받기 전 일부 직원이 일제강점기 때 지폐원판을 빼돌려 우익계 인사들에게 팔았던 것이다. 미군정 경찰은 범인을 체포한 뒤 사건을 조작해 조선공산당에게 뒤 짚어 씌웠다. 그리고 고문으로 얻어낸 허위자백을 앞세웠다. 결국 당 재정부장인 이관술을 덫에 가둔 것이다. 1946년 5월에 이관술이 검거됐으니 해방 후 겨우 8개월이 지난 때였다. 지금은 정판사 사건이 부당한 재판이었다는 박사학위 논문도 나올 만큼 명백한 조작사건이지만, 당시 미군정이 계획한 대로 이관술은 무기징역을 받고 대전교도소에 수감됐다. 

항일 혁명가 이관술이 산화한 70주년을 맞아...

이관술은 1950년 6월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일주일이 지난 7월 3일에 대전 골령골로 끌려가 총살당한다. 이것은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은 불법적인 처형이었다. 그리고 한 달 뒤에는 울산 범서에 살던 이관술의 동생과 맏사위도 경찰과 군인들에게 끌려가 보도연맹원으로 학살된다.  일제강점기 일본 경찰이 그렇게 잡으려했어도 탈출을 거듭했던 혁명가였지만, 오히려 해방된 나라에서 비운의 운명을 마감한 것이다. 이관술은 아직 그 치욕스러운 누명을 모두 벗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2006년 <이관술 1902-1950> 평전이 나오면서 세상으로부터 온전한 주목을 받게 됐고 , 과거사위원회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2012년 이관술의 막내딸 이경환 여사와 외손녀 손옥희가 낸 국가상대 손해배상소송으로 “부당하게 사형이 집행됐다”는 판결을 얻기도 했다. 작년 봄에는 뜻있는 이들이 모여 『학암이관술기념사업회』를 만들기도 했다. 
이관술의 유족들은 진정한 명예회복을 바라며 국가유공자 서훈신청을 작년 말에 했지만 보훈처 심사위원회는 최근 심사보류 결정을 내렸다. 보수세력이 ‘빨갱이’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탓이다. 이관술이 산화한지 70년이 지났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배문석 (울산노동역사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