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조우 봉기는 3일 만에 실패로 끝났다. 조선 혁명가 200여명과 중국인 6천여 명이 무리죽음을 당했다. 비록 ‘삼일천하’로 끝났지만 광동코뮌의 충격과 감동은 이후 김 산의 삶과 활동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선 코뮌 참가자들의 들끓는 혁명적 열정과 낙관주의는 그의 영혼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봉기의 날. 그가 숙소로 사용하던 여관에서 20여명의 조선인들이 비밀집회를 가졌다. 그들의 심장은 혁명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찼다. 다른 것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심지어 목숨까지도.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우리 중의 누군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어떻게 하면 적을 때려 부술 수 있겠는가 하는 것만 이야기했다. 성공하면 조국이 해방될 수 있어! 조국을 생각할 때면 우리의 가슴은 미래로 치달았다. 조국…!”
무장대오를 이끌고 코뮌에 참가한 조선인 지도자 박 진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김 산이 그의 부대와 부대원들을 보고 부러운 나머지 “형님네 사람들은 지금이 너무 행복해 보여요. 지금까지 그렇게 많이 싸워 왔는데 이제는 평화로운 생활이 그립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박 진은 이렇게 대답한다. “하하, 조선혁명이 완성되기 전까지 내게는 평화가 단지 고통일 뿐이야!”
하지만 봉기가 실패로 돌아간 뒤 돌아온 반동의 칼바람은 매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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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웨일즈에  의해서  1941년 뉴욕에서 발행된  <아리랑 의 노래, 한국인 혁명가의  삶> 초판책자(가운데)
광복 후 번역문이 잡지 '신천지'에 연재되다가 1946년 중단된 뒤 1984년에야 한글판  <아리랑> 초판이 발행되었다.   

 

끝내 넘지 못한 ‘해방의 고개’

 

1930년과 1933년, 두 차례에 걸쳐 일제에 체포돼 악랄한 고문과 회유에 시달렸으나 끝내 굴복하지 않고 석방된 김 산.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동지들의 환영이 아니라 불신과 당적 박탈, 그리고 가난과 병마였다. 그러나 김 산은 굴하지 않는다. 김 산은 김충창(고려대 설립자인 김성숙의 가명)과 함께 조선민족해방동맹을 결성하고 대표 자격으로 중화소비에트의 수도 연안으로 파견된다.
그러나 무장투쟁으로 조국해방에 여생을 바치겠다던 그의 꿈은 실현되지 못하고, 1938년 아깝게 트로츠키주의자라는 누명을 쓰고 33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마감한다. 중국공산당은 김 산이 처형된 지 45년이 지난 1983년에야 “그의 처형은 특수한 역사 상황 아래서 발생한 잘못된 조치”라며 명예를 회복시켰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그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아리랑>에서 김 산은 자신의 삶을 이렇게 담담하게 회상한다.
“내 전 생애는 실패의 연속이었어요! … 그렇지만 나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역사를 창조하는 인간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어요. 중요한 것은 단 하나뿐 민중과의 계급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배웠어요. 왜냐하면 민중의 의지는 역사의 의지이기 때문이지요. … 그 무엇도 사람이 역사라고 하는 운동 속에서 점하는 자리를 빼앗을 수 없지요. 그 무엇도 사람을 빠져나가게 할 수 없어요. 유일한 그의 개인적 결정이라고는 전진할 것인가, 아니면 후퇴할 것인가? 싸울 것인가, 아니면 굴복할 것인가? 가치를 창조할 것인가, 아니면 파괴할 것인가? 강해질 것인가, 아니면 나약해질 것인가? 하는 것밖에.”
김산의 생애를 관통한 화두는 ‘민중에 대한 신뢰’였던 것이다. 

 

(※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된 글로 저자인 정용일 님의 양해 하에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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