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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주 민중항쟁을 완성시킨 ‘노동운동가 윤상원’

등록일 : 2023.01.19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이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없었다면 1987년 6월 항쟁, 2016년 촛불혁명으로 이어지는 한국사회 민주화의 진전은 어려웠을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이렇듯 승리의 역사로 기록될 수 있었던 데에는 무자비한 군부의 폭압에도 끝까지 굴복하지 않았던 시민군의 저항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민군 지도부에는 ‘광천공단 위장취업자’, ‘들불야학 교사’, ‘전국민주노동자연맹(전민노련) 중앙위원’으로서 ‘노동’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했던 청년 노동운동가 윤상원이 존재하였다.

주택은행을 사직하고 ‘위장취업자’, ‘야학교사’로

윤상원은 1950년 전라남도 광산군 임곡면에서 3남 4녀 중 장남으로 출생했다.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잠시 서울 주택은행에 입사하여 은행원 생활을 하였다. 하지만 6개월 만에 퇴사하고 광주로 돌아온 그는 인근 광천공단에 있는 한남플라스틱에 위장 취업하면서 노동운동에 투신한다.
광주항쟁이 발발하자 윤상원은 그가 이끌던 들불야학팀을 중심으로 '투사회보'를 발간한다. 물자조달조, 문안작성조, 필경등사조, 배포조 등으로 역할이 나뉘어졌는데, 윤상원이 초안을 작성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등사하여 배포하는 식이었다. 비록 많은 내용은 담기지 않았지만 투사회보는 당시 시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소식지였다.

시민 지도부 내의 강경파 대변인

윤상원은 민관수습위원회 내에서도 강경파에 속했다. 그는 5월 22일 꾸려진 ‘수습위’가 정부의 사과 및 책임자 처벌도 없이 투항을 주장함으로써 시민 의사에 반하는 방향으로 투쟁을 이끌 것을 우려했다. 최후의 결전을 몇 시간 앞둔 26일, 무기를 받기 위해 도청 앞뜰 무기고로 모인 시민군 앞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죽음을 각오한 연설을 한다.
“우리는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전두환 살인집단에게 도청을 내준다면 우리는 죽어간 영령들과 역사 앞에 죄인이 됩니다. 우리가 비록 저들의 총탄에 죽는다 할지라도 그것이 우리가 영원히 사는 길입니다.”

5·18은 준비된 것은 아니나, 그 승리의 배경에는 ‘노동운동’이 있었다

일찍이 광주 지역에는 70년대 초부터 가톨릭노동청년회(JOC) 활동을 통해 의식 있는 노동자들이 배출되었다. 최초의 여성단체인 ‘송백회’가 생기는 등 노동운동의 토대가 일정 닦여 있었기에 광주 무장항쟁 초기 기회주의적인 시민군 지도부들이 빠져 나간 상황에서도 10일 동안 광주를 지킬 수 있었다. 노동자들은 도청과 그 근처에 있던 YWCA, JOC 사무실이 들어선 가톨릭센터를 오가며 <투사회보>를 등사해서 뿌리고 붙였다.
“붙이다가 계엄군의 대검에 찔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더 많이 담아가려고 몸빼를 입고 20대 여성 노동자들이 그런 일을 했어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노동운동의 한길에서 5.18 광주를 당당하게 지킨 ‘정향자’⌟)
하지만 사람들은 지금 5.18 광주 민중항쟁에서 ‘노동자’를 떠올리지 못하고 있다. 도청을 사수하며 죽어 간 그들을 단지 ‘시민’이라는 이름으로만 기억한다. 5.18의 진실은 그래서 여전히 복원해야 할 후배 노동자들의 숙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