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이면 한국의 노동자들이 치르는 큰 연례행사가 전국노동자대회다. 마치 농부가 가을걷이를 통해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듯, 이 대회를 거쳐 노동자들은 한해 투쟁을 총결산한다.

 

1. 11월 전국노동자대회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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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11.13.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제1회 전국노동자대회 참가들이 노동법개정을 외치고 있다.

 


11월 전국노동자대회의 정식 명칭은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노동자대회’ (약칭 전노대)이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불사르며 산화한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개최하는 대회의 의미를 지닌다. 개최 시기를 매년 11월 13일 전후로 맞춘 것도 그런 연유에서이다.
제1회 전노대는 1988.11.13 연세대학교에서 개최되었다. 1987년 7~8월 대파업으로 전국 각지에서 속속 설립된 민주노조들이 처음 함께 결집하였다. 이 대회에서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건설을 천명하였으며, 1990년 1월 22일 전노협은 마침내 출범을 선언하였다. 
1994년 대회에서 민주노총 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1995년 제7회 대회에선 역사적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창립을 선포할 수 있었다. 

 

2. 촛불정국에서는 ‘민중총궐기대회’로 진행

 

2015.11.14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제27차 전국노동자대회는 ‘제1차 민중총궐기대회’ 형식을 겸했다. 민주노총, 전농, 전빈 등 여러 단체들이 공동 주최하였는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노동악법 반대와 청년실업 문제, 교과서 국정화 문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소홀, 농민문제, 빈곤문제 등에 항의하였다. 13만 명이 참가한 이 대회는 집회 양상 또한 격렬하였다. 113명 부상, 51명이 연행되고 버스 50대가 손상 됐다. 전국에서 상경한 농민 3만 명은 따로 농민대회를 열었으며, 청년 2,000여명도 오후 2시 마로니에 공원 인근에서 ‘헬조선 뒤집는 청년총궐기’ 선포식을 하였다.
2016.11.12 전국노동자대회도 ‘제6차 민중총궐기’ 형식으로 거행되었다. 이때의 참가 인원은 무려 106만 명까지 불어났는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자 처벌,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책임자 처벌, 새누리당 해체가 구호로 외쳐졌다. 또 이 같은 총체적 국정문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였다 .

 

3. 코로나19 사태 하의 ‘불평등 타파’ 무기

 

올해 제32회 전국노동자대회는 11월 13일에 예정되어 있다. 지난 10월 20일 ‘하루 일손 놓기’ 형식으로 진행된 총파업은 그 예행연습의 성격을 지녔다. 근래 보기 드물게 전국적으로 26만 명이 참여하였는데, 서울과 13개 지역본부에서는 ‘불평등 타파와 평등사회 대전환’을 요구하는 동시집회를 가졌다. 코로나19 전파를 핑계로 경찰이 집회불허 조처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만 2만7000명이 모였다. 부산 1만 명, 대전‧광주‧대구 등 전국적으로 7만 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하였다. 이 같은 조합원들의 예상 밖의 뜨거운 호응은 코로나사태 하에서 노동자들의 고통이 극심하고 인내가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대선을 앞둔 시기인 만큼, 민주노총은 올 11월 전노대를 개최한 후 내년 초에 다시 각계각층과 지역별 민중대회를 열어 ‘2022년 1월 민중총궐기’투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4. 의의 ―노동해방을 준비하는 노동자계급의 전국적 ‘정기 동원훈련’

 

전국노동자대회가 올해로써 32회째다. 그간의 전국노동자대회를 둘러보면, 매 시기 노동자계급을 둘러싼 주‧객관 정세를 민감히 반영하여 한국 노동운동의 전망과 과제를 분명히 제시하고, 그것을 전국 노동자들이 함께 공유하는 계기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또 정세에 걸맞게 중앙으로 총결집하거나, 전국 동시다발적인 분산 집회 개최 혹은 민중총궐기의 일환 등으로 그때그때 마다 다양한 형식을 취하였다. 그리하여 매번의 대회를 통해서 한국 노동운동은 내부적으로 노동자들의 단합을 과시하고 투쟁의지를 고취시키는 한편, 민주노총의 조직력을 가동하는 기회로 삼았다. 또 대외적으로는 농민, 빈민, 청년층 등 제 계급과 계층이 함께 궐기하고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이 같은 전국노동자대회는 노동자계급의 전국적인 정기 동원훈련이자, 향후 결정적 진군을 향한 준비로서의 의의를 지닌다. 이미 민주노총으로 조직된 노동자계급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부대이며. 전 계급, 계층을 대표하는 영도계급으로서 노동자들이 한번 나서면 세상을 뒤흔들고 정권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매년 전국노동자대회를 통해 입증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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