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손미아 (강원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등록일 : 202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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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데일리메디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정부가 쏘아 올린 “의사 수 2,000명 증원계획안”에 의해 의료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의사 수 2,000명 증원계획안”이 410 선거용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지워지지 않는 상황에서 의사들은 윤석열정부를 향해 정면 투쟁을 해나가고 있다.

 

의사들이 이 투쟁에서 정당성을 가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내걸었던 윤석열정부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비민주적인 태도와 행동에 대해 거센 저항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의사집단이 간과한 것은 무엇인가?

 

투쟁의 기백은 좋으나, 그 방향과 목표가 잘못되었다. 개업 의사들이 “의사 수 2,000명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로 자신들의 소득이나 임금수준이 저하되는 것을 든다면, 이는 윤석열 정부와의 투쟁에서 이겨도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지는 것이다.

또한 전공의들이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고강도의 노동강도, 장시간 노동, 저임금으로 시달린다고 호소하면서도 현재 그들이 처한 노동환경 노동조건을 개선하려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아니라 그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저’하는 것이라면 이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건 의료의 의미가 무엇이고, “의료 상품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 상품화”의 의미는 의료의 사용가치가 가치로 나타나면서, 의료의 사용가치, 즉 의료의 유용성이 상품의 가치관계 속에서 그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의 보건 의료 노동은 인류에게 매우 유용한 서비스, 즉, 사용가치이지만 이것의 생산에 지출된 노동이 이 서비스의 가치로 나타남으로써 자본주의 사회의 보건 의료 노동이 가치 중심의 서비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의사들은 자신들의 노동이 사용가치의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자신들의 유용노동의 중요성을 버리고 가치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의사들의 노동은 인류의 건강을 돌보는 의미에서 볼 때, 보편적인 노동의 측면에서 볼 때, 참으로 고귀한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사들의 질적 유용노동이 무시되고, 양적 추상적 노동이 강조되면서 의사의 노동이 화폐로 환산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고귀한 질적 유용노동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의 노동의 사용가치 즉 유용노동을 무시하고, 가치, 즉 추상노동이 가치화된 화폐로만 환산하기 때문에, 의사들의 노동이 화폐로만 취급되어 버리고, 의사들은 화폐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불행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의사들이 화폐의 노예가 되어버린다면 의사들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드러난 의료상품화의 희생양이다.

 

또한 의사들은 자신들의 노동이 인류를 살릴 수 있는 위대한 노동인 것을 모른 채 자신들을 스스로 “자본화된 인간”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 자본주의 사회의 이윤추구 중심의 “의료상품화”를 해결하는 방법은 자본주의 사회를 지양하고 가치중심, 화폐 중심의 사회가 아닌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질적 노동을 무시하고, 양적 노동만을 화폐로 환원하는 이 자본주의 모순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의사들도 자신들의 노동이 화폐로만 환산됨에 따라 잃어버린 질적 노동을 되찾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 질적 노동이 의사들의 주머니에 화폐로 들어가는 사회가 아니라 의사들이 사람을 살리는 유용한 노동을 통해서 사회의 대다수 대중에게 존경받고 신뢰받는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문제의 본질을 깨닫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회의 대다수 대중과 논의해야 한다.

 

대다수 대중에 속하는 우리도 그동안 이 문제를 “가진 놈들의 전쟁이야” 하면서 강 건너 불 보듯 쳐다본 측면이 있지 않나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보건의료는 사회적으로 계속 발전시켜야 할 필수 재화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적 재화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해 대다수 대중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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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는 3월18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을 맞아 서울지역 공공의료,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출처 : 보건의료노조

 

“공공의료의 확대”, “지역의료의 확대” 등은 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공공의료 확대”라는 말에는 어떠한 계급관계나 계급의 힘 관계 등을 지적하는 내용도 없다는 데에 있다. 의료의 사유화를 계급관계를 통해서 드러내고, 노동자계급의 힘으로 사유화 폐지를 해나갈 때만이 “공공의료 확대” 이슈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보건의료에 대한 진보적 대안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보건의료부문에서 생산자들의 사회적 관계가 중심인 체계로 만들어야 한다. 보건의료부문에서 사회의 물신성을 없애고 총노동에 대한 생산자들의 사회적 관계가 중심인 사회를 위한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건 의료의 생산과정에서 의료의 상품화, 사적소유, 이윤추구를 지양하고 사회적 의료, 공동체적 의료를 지향해야 한다. 의료를 생산하는 보건의료인력이나 지역사회주민들이 공동체적인 협동활동으로 의료서비스를 생산해야 한다.

 

둘째, 사회가 의료를 부담하는 보건의료 정책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동의 생산수단으로 일하며 다양한 개인들의 노동력을 하나의 사회적 노동력으로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칼 맑스, 자본론)을 고려해 볼 때,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의 총생산물은 사회적 생산물이 되어야 하고, 사회구성원들의 질병이라는 위험에 대해서 사회가 보건의료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가치중심을 지양하고, 사용가치 중심으로 가야 한다. 가치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지양해서 의료서비스가 화폐와 교환되는 의료의 상품화를 지양하고, 의료의 사용가치(유용성)을 증대시켜서 의료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출처:  <노동자신문> 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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