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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중
등록일 :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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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자본가계급의 민주주의

 

흔히들 ‘민주주의’란 다양한 의견 수렴과 토론을 통해 다수의 결정에 따라 어떤 일을 결정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민주적 의견 수렴과 설득의 과정이 없이 폭력적으로 어떤 사상과 정책을 강요할 때 우리는 그것을 ‘독재’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절차는 결국 그 사회의 지배계급이 다른 계급․ 계층의 이해를 수렴하는 과정이며, 자신들의 지배를 설득하고 합리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민주주의 제도가 발전하였지만, 그 당시에도 하층계급이나 평민은 참여가 배제되고, 지배자들의 서로 다른 정치적 이견을 절충하는 과정이었다. 즉, ‘민주주의’나 ‘독재’라는 것은 결국 지배계급이 지배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며, 그 방식의 차이는 지배계급 내부의 힘 관계, 또는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힘 관계로 결정된다.

 

윤석열 정권을 ‘검찰 독재’라고 흔히 표현한다. 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등 노동자 민중은 ‘군부 독재’에 맞서 수많은 투쟁을 하였고, 그 결과 ‘민주주의’를 쟁취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자본을 가진 자들의 민주주의 ‘자본가계급의 민주주의’일 뿐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언론인 회칼 테러’를 언급하는 등 그러한 민주주의조차 파괴하려고 하였고, 그러한 저항이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가계급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자본가계급의 독재’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진보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연합’하여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윤석열 퇴진 투쟁을 하자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자본가계급의 민주주의’의 한계는 이미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정부를 통해 그 한계가 드러났다.

 

김대중 대통령의 정리해고제/변형근로시간제/파견근로제, 노무현 대통령의 기간제법 등 비정규 악법 개정,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개악안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일부에서 아직도 추앙하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 근로복지공단 이용석 열사, 현대중공업 박일수 열사 등 수많은 노동자의 투쟁과 희생, 농민들의 한미FTA 반대 투쟁 등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는 소수의 자본을 가진 자들의 ‘자본가계급의 독재’를 끝장내고 이 땅의 다수인 노동자들의 ‘노동자계급의 독재’를 실현해야 한다. 이 땅의 다수인 노동자와 농민, 도시빈민, 여성, 성소수자 등 민중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도록 정치제도의 전면적인 개편, 자본의 경쟁과 이윤추구가 아닌 노동자 민중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경제 시스템과 친환경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이 땅의 다수인 노동자 민중의 진정한 ‘민주주의’이다!

 

민중 민주주의-노동자계급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의 민주주의는 자본가계급 내의 이해 충돌을 조정하기 위한 민주주의일 뿐이며, 그것은 본질적으로 소수의 자본가계급이 다수의 노동자계급을 지배하기 위한 자본가계급의 독재일 뿐이다. 따라서 그것은 항상 억압과 통제, 군대와 같은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땅의 다수인 노동자 민중이 주인이 되는 사회의 민주주의는 다수의 노동자계급이 소수의 다른 계급을 지배하는 민주주의이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의 민주주의는 억압과 통제, 물리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아닌, 진정한 자유와 평등의 원칙 속에서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고, 소수에 대한 권리 보장이 이루어지며, 충분한 토론과 비판, 설득을 통한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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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민주노총 양경수 집행부의 패권주의적 태도는 자본가계급의 행태와 같다. 진보당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정치 방침을 뒤집는 행위를 하는 것이 그것이다.

 

‘소수’의 집행부가 ‘다수’ 대의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속한 진보당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다. 노동조합 활동은 노동자계급의 민주주의 원칙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권력을 가진 소수 집단의 ‘폭력’일 뿐이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지배계급이 다른 피지배계급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과정, 지배를 위한 형식적 절차일 뿐이라는 인식은 소수 집단의 ‘폭력적 강요’나 ‘패권주의’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이 노동조합 내의 정치적 패권주의와 연결되는 것이다.

 

노조 집행부의 패권주의적 모습은 종종 나타난다. 진보당 성향의 노조 집행부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조직이 장악한 집행부, 그리고 정치적 성향이 없는 경우에도 자신들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조합원들이 따르지 않을 때 교묘한 술수나 비민주적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진보정당이나 민주노총 선거에서 부정 투표 사례는 종종 발견된다. 이러한 것은 모두 소수의 자본가계급이 다수의 노동자계급을 지배하려고 할 때 사용하는 편법과 속임수, 때로는 폭력적인 방식을 배운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민주주의는 그러한 자본가계급의 민주주의와는 달라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민주주의는 편법과 속임수, 폭력적인 방식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다수가 소수를 지배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당하고 평등의 원칙 속에서 충분한 토론과 비판을 해야 하며, 전체 노동자들의 단결이라는 관점에서 소수에 대한 배려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노동조합, 사회주의 정치 조직 활동에는 이러한 노동자계급의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사업이 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민주주의의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것이 모든 것에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은 하나의 사업장에 속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해’ 때문에 가입한 조직인데,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가입하도록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투표를 통해 특정 종교를 지지하도록 할 수도 있는가?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것은 조직의 성격과 내용에 맞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출처  : <노동자신문> 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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