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등록일 : 2024.06.12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대표인 마린 르펜(가운데)이 손을 들고 있다.jpg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대표인 마린 르펜(가운데)이 손을 들고 있다.

 

ㅡ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난민 양산하는 미국과 나토의 '전쟁정책'에 반발

 

유럽연합(EU) 선거에서 기존 좌우정당과 녹색당이 패배하고 극우 진영이 약진했다.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은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71석을 얻었으나, 이번 선거에선 53석 확보에 그쳤다. 반면 유럽보수와개혁(ECR)과 극우인 정체성과민주주의(ID)는 각각 73석, 58석으로 2019년보다 총 12석 늘었다. 

 

각국 극우정당들이 공통적으로 내건 슬로건이 반이민이지만, 그 본질은 전쟁으로 인한 생활고이다. 극우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난민 유입, 극단주의 테러 증가 등으로 인한 사회불안을 아젠다로 활용했다. 좌파는 생활고가 미국의 전쟁 정책으로 인한 것임을 각인시키는 것에 실패함으로써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결국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본질적인 원인은 경제난에 대한 각 정당의 정책에 대한 심판이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유럽에서 난민 증가, 물가인상, 고금리 등 생활고가 높아지자, 집권당에 대한 불만이 표로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선거 직전 설문조사에서 독일의 30대 미만 젊은이들은 인플레이션(65%), 비싼 집값(54%), 노후 빈곤(48%), 사회 분열(49%), 불법이민 및 난민 증가(41%)을 현안으로 선택했다. 이밖에 고금리와 연금도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좌우 정당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친환경 정책에 예산을 배정하는 것에 유권자들이 불만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일반 유권자들은 생활고 해결, 금리인하, 전쟁반대, 난민 유입을 막는 국경폐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선거 직전 6일 기준금리를 1년 11개월 만에 0.25%포인트 내렸다.


ㅡ 경제난 겪는 서민들 “친환경 정책은 한가로운 소리”

 

녹색당의 부진 역시 전쟁으로 먹고 살기 힘든데, 기후 문제, 산업전환 문제가 너무 한가롭다고 여기는 유권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유럽 각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2035년까지 신규 내연차 판매 금지 등 친환경정책에 대해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으로 가격이 치솟은 가스발전소를 폐쇄하고 원자력발전소를 늘려 대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농민들은 유럽연합(EU)의 친환경 규제에 항의해왔다. 경제성장 둔화,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 위기 등으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 규제, 세금 부담까지 져야하는 농민의 불만이 크다.

 

유럽의회 선거결과가 국내 선거에 반영되면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와 독일에도 극우세력이 집권할 수 있다. 프랑스 집권정당인 중도우파가 패배의 충격으로 조기총선을 선언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이번 선거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PD)을 누르고 제2정당으로 발돋움했다. AfD는 2017년 총선에서 제3정당으로 부상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극우정당이 최초로 원내에 진출했다. 

 

프랑스 극우 정당 지지자들이 6월 9일 파리의 당 선거 본부에서 선거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jpg
프랑스 극우 정당 지지자들이 6월 9일 파리의 당 선거 본부에서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ㅡ 미국에 종속된 유럽공동체, 해체냐 독자노선이냐

 

유럽의 민심은 미국의 중동과 동유럽에서 전쟁정책 반대, 미국으로부터 거리두기, 미국을 따르는 나토와 유럽연합에 대한 실망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조에서 프랑스의 RN이나 독일의 AfD, 이탈리아 극우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 등 전 유럽에서 독자노선이 강화될 수 있다. 

 

프랑스 국민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은 물론 극우 당선자들 중 일부는 러시아, 중국과 밀접한 사이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고, EU의 국방비를 증가시키려는 미국의 정책에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럽 각국은 미중 경제전쟁에서 미국 편에 서기보다는 사안별로 중국과 협력하는 등 유럽의 이익을 추구하는 독자노선을 걷을 수 있다. 미국이 유럽연합과 나토에 계속 미국을 위한 경제정책과 안보정책을 강요할 경우 유럽공동체가 이완되거나 독자노선을  걷을 수 있다. 미국의 전쟁 정책이 유럽공동체를 위기로 몰고 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미국의 전쟁정책 반대, 난민 유입반대라는 민중들의 주장이 극우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전쟁정책으로 인한 난민 증가 반대가 극우로 볼 수는 없다. 유럽의 좌파들도 일반적인 이주반대와 전쟁으로 인한 난민 폭증 반대를 구별하지 못하고 극우로 폄하하면서 유권자의 정서를 읽지 못했다. 결국 이러한 전통적인 우파와 좌파의 한계로 인해 극우가 민심을 얻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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