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허영구(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록일 : 2023.11.28

 

강화대교.jpg

 

연초에 마니산을 다녀오면서 강화도에 있는 산을 가끔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훌쩍 지나 연말이 됐다. 그래서 한 해가 가기 전 고려산으로 향했다. 올림픽대로와 연결되는 김포한강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오른편으로 김포시의 끝인 월곶면 문수산성을 두고 강화대교가 나타난다. 

 

강화대교를 건너자마자 읍내를 통과하는 데 생각보다는 규모가 크다. 강화도에 몇 차례 오가긴 했지만 초지대교를 건너면서 한가한 농어촌으로 생각했는데 읍내를 지나며 색다른 분위기를 느낀다. 읍소재지를 빠져나가 좌측으로 고비고개로에 접어든다. 

 

고비고개.png

 

1차 목적지인 고비고개에 도착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혈구산쪽으로 조금 오른 뒤 구름다리를 건너 고려산으로 향한다. 강화나들길 제5코스다. 활엽수는 낙엽을 떨군 상태라 하늘 높이 솟아 푸른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잘 조성된 잣나무는 짙은 녹색의 이파리를 달고 겨우내 찬바람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산이 그렇듯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눈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바로 정상인 경우는 드물다. 봉우리 하나를 넘자 작은 계곡과 함께 높은 봉우리가 나타난다. 등산로는 완전히 낙엽으로 덮여 있어 미끄러울 정도다. 날씨는 약간 쌀쌀하지만 하늘은 청명하고 새소리는 흥겹다. 

 

photo_2023-11-28_10-23-02 (2).jpg

 

진달래가 유명한 산이라 그런지 봄의 전경을 담은 커다란 사진이 걸려 있다. 진달래며 소나무며 조경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정상(436m)에는 군부대가 있어 바로 오르지 못하고 데크를 따라 오른쪽 아래로 돌아 건너편 낮은 봉우리로 안내한다. 해발 376.5m다. 남북 분단의 현실이고 최전방지역의 모습이다. 

 

위키백과나 관광정보지에 따르면 고려산(高麗山, 高呂山)은 원래 오련산(五蓮山)이었는데 고려왕조가 몽골의 침공 때 강화도로 수도를 이전하면서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되며 고려 고종의 왕릉도 이 산의 중턱에 위치해 있으니 더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한편 고려산은 고구려와 관련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 《강도지(江都誌)》에 따르면 강화도는 475년 고구려 장수왕때 고구려영토로 혈구군(穴口郡)이었는데 연개소문이 고려산 인근에서 태어났고 시루봉 중턱에 살던 집터가 있었고, 말을 달렸다는 치마대(馳馬臺), 말에게 물을 먹였다는 오련정(五蓮井)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시 정상을 돌아 출발지점까지 가기에는 따분할 것 같아 내가면 방향으로 하산한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천리 고인돌군’을 만난다. 청동기시대(기원전 1500년~300년경) 부족장의 무덤으로 지석묘라고도 불리는데 고려산 서북능선을 따라 해발 350~250m 지점 세 곳에 18기의 고인돌이 분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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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고인돌(Dolmen)이 많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뜻하지 않게 고려산에서 고인돌군을 보는 기회를 얻었다.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고인돌군이라 하니 당시는 강화도 해수면이 지금보다 더 높았던 것일까? 고천리 마을까지 내려오면서 보니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이름만큼 잘 관리•보존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석모대교.jpg
황천포구에서 바라본 석모대교

 

 

주차장까지 다시 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간다. 해가 넘어가면서 붉은 노을이 물든다. 차를 몰아 내가면 해안가인 포구에 당도했을 때는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이 주변을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교동도와 석모도가 한눈에 보이는 숨겨진 사진명소 황청포구’(강화군)와 ‘사진이야기’ 표지판을 소개하면 될 듯하다. 

 

“강화도 서쪽 끝에 위치한 황청포구는 교동도와 석모도가 손에 잡힐 듯 눈앞에 보이고, 멀리 북한이 한눈에 들어오는 평화의 포구이다. 일몰이 아름다우며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길게 드리운 역광 사진은 마치 삶을 낚는 듯 여유롭다. 그러나 우리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침묵의 실루엣은 가슴 한구석 묵직한 무엇인가가 깊숙이 박히게 한다. 갯벌에 앉아 한가로이 쉬는 갈매기들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한적하고 운치있는 포구다”

 

어둠이 완전하게 황청포구를 감싸자 건너편 석모도에 불빛이 반짝인다. 저녁식사를 위해 2017년 개통한 석모대교를 건넜으나 여름 휴가철이 아니어서 그런지 띄엄띄엄 팬션에만 불이 켜져 있을 뿐 문을 연 식당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강화도로 건너와서 저녁을 먹고 다시 강화대교를 건너 귀가한다. 강화도 큰 섬 고려산에서 황청포구에 당도하고 석모도까지 건너갔다 왔으니 이 또한 덤으로 얻은 즐거움 아니겠는가! 

 

499회, 고려산(강화), 2023.11.25.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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