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허영구(전민주노총 부위원장)
등록일 :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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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으나 아직 완연한 봄이 오지는 않은 일요일 정오 산불재난특수진화대에서 일하는 지인이자 동지를 만났다. 경복궁역 통인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차 한 잔 마신다. 찻값이 너무 비싸 이 동네 임대료가 엄청나겠다는 이야기도 주고받는다.

 

카페를 나온 뒤 이런저런 가게와 윤동주 하숙집 터를 지나 수성동 계곡으로 향했다. 겸재 정선의 그림 ‘수성동’의 실제 위치와 근처에 ‘불국사’라는 절이 있다는 점도 안내했다. 수성동은 청계천의 지류 옥류동천이 흐르는 계곡으로 인왕산에서 발원한다. 그러나 수량이 많지 않아 현재의 청계천은 한강에서 물을 끌어 올려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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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동 계곡 (사진출처  : 나무위키)

 

사직단에서 윤동주문학관으로 가는 인왕산자락길을 건너 석굴암으로 향한다. 수성동 근처에 불국사라는 절이 위치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계단을 포함한 등산로를 따라 오르자 서울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위치하고 있다. 바로 근처가 석굴암이다. 지인은 다른 약속이 있어 먼저 하산했다. 

 

혼자 느긋하게 정상으로 향한다. 휴일을 맞이해 많은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도심에 있는 산이라 젊은이들도 많고 외국인들도 많이 눈에 띈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내사(四)산과 외사(四)산이 있는데 내사산 중 인왕산의 자태는 겸재가 진경산수도를 그리기에 충분한  소재였을 것이다. 무학대사가 이성계와 함께 한양을 조선의 수도로 정한 것은 치산치수라는 과학에 근거했을 것이지만 고려를 지우기 위한 정략적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정상에 오르자 바람이 차갑다. 미세먼지와 황사로 멀리 경관은 바라볼 수 없다. 북악산 아래 청와대도 흐릿하다. 최고권력자가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고서 정치도 안개 속이다. 어느 시대 어떤 권력도 정략적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권리를 위임받은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 완연한 봄은 아니지만 나뭇가지에 달린 꽃눈이 바람을 맞으며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 도심의 산은 아름답지만 역시 눈에 보이는 궁궐, 청와대, 치솟은 건물로 인해 온전히 자연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산성을 따라 하산한다.


509회, 인왕산, 2024.3.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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