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쉐(马雪)/ 김정호 번역
등록일 : 2024.05.13
비행 중에 날아간 보잉사 여객기 문짝.jpg
비행 중에 날아간 보잉사 여객기 문짝.

 

미국 연방항공청은 보잉이 787 드림라이너에 대해 필요한 검사를 했는지, 직원이 서류를 위조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 1년여 동안 이 회사가 만든 주력 기종에서 빌트인 비상문 탈락, 이륙 시 타이어 낙하, 엔진 공중 발화 등 안전사고가 빈발하면서 안전과 엔지니어링 실력을 자랑했던 보잉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더 깊은 관점에서 볼 때, 보잉이 직면한 생산 및 안전 딜레마는 미국 제조업이 직면한 생산 둔화, 공급망 단절, 숙련된 기술 인력 부족, 강제적인 비용 절감과 같은 여러 문제를 비추는 거울이다.

 

첫째, 보잉의 혼란스러운 생산 상황은 미국 제조업의 '경착륙' 위험이 더욱 누적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자료에 따르면 보잉은 2024년 1분기에 총 83대의 항공기를 인도했는데, 이처럼 '100대 미만'이라는 숫자로 인해 이 항공기 제조업체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부진한 1분기를 경험했다. 이에 비해 2023년 같은 기간 인도량은 130대였다. 지난 1월 미국 알래스카 항공의 보잉 여객기 문 마개가 빠진 이후 이 회사의 항공기 생산량은 계속 줄어 생산성이 떨어졌다. 보잉사 근로자 일지에 따르면 근로자들이 해치 프레임 주변의 손상된 리벳을 수리하는 데 예상 시간의 50배가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잉은 그간 '미국 제조업의 왕관'으로 불리우며 높은 기술력, 고부가가치, 강한 경쟁력 등의 특징을 자랑했다. 그것의 생산 둔화는 미국 제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 현재 미국 제조업은 위축되어 있다. 미국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하는 구매관리자지수는 지난 15개월 중 12개월 동안 저점을 맴돌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크게 위축된 2008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미국 제조업의 경착륙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유가 하락 등 일부 요인이 뒷받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조업 경제는 여전히 침체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철도 운송 컨테이너 총수는 2023년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하여 제조업 수요가 약세를 나타내고, 에너지 사용과 같은 기타 중요한 지표의 감소 또한 미국 제조업 경제가 주기적인 불황에 빠졌음을 보여준다.

 

둘째, 보잉은 공급망 붕괴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는 미국이 소위 '공급망 안전 탄력성'과 경제 효율성 간의 관계를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없음을 반영한다. 보잉의 혼란스러운 생산과 빈번한 사고는 또한 점점 더 많은 부품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는 산업 사슬의 공급망을 교란하는 미국의 지정학적 고려에 기인한다. 가장 최근 사례가 보잉 787 여객기가 열교환기 공급 부족, 객실 좌석 부족 등의 문제로 인도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강력한 러시아 제재로 보잉 787 여객기의 열교환기 공급업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터진 직후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고 생산을 미국과 영국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보잉이 787기 생산을 늘리려고 하자 미국과 영국으로 이전한 새 생산라인은 열교환기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핵심 부품의 부족은 생산을 지연시켜 가뜩이나 부족한 보잉의 현금 흐름을 약화시키고 있다.

 

과거 미국 제조업체가 글로벌 투자 및 조달에서 고려하는 주요 요소는 비용, 효율성 등이었다.  미국의 '해외 아웃소싱'은 일반적으로 더 저렴하고 빠르고 유연하며 효과적인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현재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이 소위 '예상할 수 없는 시스템 충격'을 고려하여 적응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주요 대규모 제조업체는 종종 고도로 전문화되고 체계적인 생산 조직 능력을 갖춘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기계, 전자, 화학, 소프트웨어 및 기타 링크의 제품 공급에서 모두 '자급자족'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산업 체인 공급망의 다른 개체에 의존해야만 한다. 미국 정부가 '디커플링 및 체인 끊기'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미국의 많은 대형 또는 중소 제조업체는 공급망 수준에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 현지 제조업체 네트워크 클러스터(군집)는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셋째, 보잉의 숙련 노동력 부족은 미국 제조업의 기술 발전과 숙련 노동자의 공급 불일치 문제를 드러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관광업이 점차 회복됨에 따라 시장의 새로운 항공기 수요가 급증했다. 보잉을 비롯한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꾸준히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많은 직원을 새로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선진 제조업이 요구하는 노동자와 그 기술 유형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노동자는 새로운 제분야의 전공 능력을 필요로 하며 기계, 전자 및 소프트웨어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기술 문턱이 훨씬 높아졌다. 한편 코로나19 발생 후 미국 노동 시장은 항상 부족 상태에 있으며, 이 때문에 보잉의 첨단 기술 채용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졌다.

 

현 상황은 미국 제조업의 기술 발전 속도가 노동 기술의 발전 속도를 크게 능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신기술에 의해서 대규모 노동력을 대체하고, 다른 한편으로 생산 공정에 적응하여 진화를 빠르게 최적화할 수 있는 고급 노동자가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은 효과적인 근로자 훈련 시스템이 부족하다. 현재 조사 가능한 50개의 연방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중 일부는 내용이 중복되고 운영이 불투명하며, 정부가 지원하는 훈련은 후속 고용 요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 최근 몇 년 동안 재개된 미국 정부의 '견습생 프로그램'의 실질적 효과도 제한적이며, 높은 직원 이동성과 같은 요인으로 인해서 미국 제조업체가 근로자 교육을 제공할 동기 또한 부족하다. 이 때문에 이런 조치가 실제로 빈자리를 채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비용을 줄이고 다양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 보잉은 기술 집약도가 낮은 생산 링크를 부분적으로 더 저렴한 지역으로 이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잉의 조립 작업장은 과거에는 주로 워싱턴 주에 있었지만 지금은 노동력과 땅값이 더 저렴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새로운 조립 라인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생산 라인을 이전하는 것은 여전히 비용 상승, 노동력 부족, 부품 공급 중단 및 생산 능력 제한과 같은 많은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수 없다. 보잉의 생산대란과 잦은 사고도 늪에 빠져드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의 축소판이 되고 있다. (저자는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미국소 부연구원)

 

2024.05.10

(원문보기)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HjEyvvcO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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