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박한 남편을 죽음으로 내 몬 손해배상 가압류
등록일 :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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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일이었는데도 다시 떠올리려고 하니까 너무 힘들었습니다. 잊어버리고 싶었는데, 마음의 상처가 깊어 잊혀지지 않습니다.

 

남편은 친구 소개로 만났습니다. 한국중공업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순박한 경상도 남자. 융통성은 별로 없었지만, 그저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바깥 얘기를 잘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남편이 회사에서 노동조합 일을 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세탁기를 돌리면 호루라기도 나오고, 머리띠도 나와서 노조 일을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국중공업이 두산으로 넘어간 후 불이익을 많이 당하면서 남편은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집에서 남편이 참여하는 직장 모임을 몇 번 했습니다. 친목 도모도 하고, 노조 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노조에서 파업을 하게 됐고, 남편은 대의원이어서 파업에 적극 참여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공장 안에서 열린 가족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생활비가 너무 부족해 두 딸아이는 학원도 다니지 못했습니다. 남편은 노조 활동을 해서 빚까지 졌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이 2002년부터 식당에 가서 주방일을 하며 간신히 먹고 살아야 했습니다. 남편은 해복투(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활동에 바빠 집에도 잘 들어오지 못했고, 언젠가부터는 생활비를 한 푼도 주지 않았는데, 월급이 압류되었다는 사실은 남편이 죽고 나서 알게 됐습니다.
 
2002년 겨울이었습니다. 마트에서 김치냉장고가 당첨되어 너무 신이 났습니다. 저는 남편과 김장을 해서 김치냉장고에 담았습니다. 2003년 새해가 밝았는데 평소와 달리 남편이 집안일을 많이 도왔습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남편은 아버지 산소도 다녀오고, 형제들도 만났다고 합니다. 1월 8일 날이 굉장히 추웠고, 수도꼭지가 얼어서 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수도꼭지를 고치고, 보일러도 손을 봤습니다. 그리고 45만원이 든 봉투를 줬습니다.
 
9일 아침, 출근하면서 남편이 내가 없이도 잘 살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아침부터 뭔 소리냐고 퉁을 줬더니 남편이 저를 안아주면서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하고 출근했습니다.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바빠서 금세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회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이 분신해 자살했다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혼이 나간 상태로 회사로 달려갔습니다. 남편이 노조활동으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임금이 가압류돼 6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회사가 남편에게 다른 지역으로 가면 가압류를 해제해준다고 회유했는데 남편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평범한 가정주부가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회사의 책임을 묻는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전태일 열사 이소선 어머님이 오셔서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함께 싸워주셨고, 63일 만에 회사의 사과를 받고 장례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우리 남편과 같은 억울한 죽음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이 법을 막지 말아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23년 11월
두산중공업 고 배달호 열사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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