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ㅡ 고과제도, 인력부족이 주요 원인…“건강한 일터 절실”
등록일 :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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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연구진과 진행한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 조사연구보고서가 3월 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발표됐다. 

 

 조사 결과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가 참혹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서비스 수면장애 비율은 72%, 삼성전자판매 68%, 삼성SDI 77%, 삼성전자 65%로 2020년 임금노동자 평균 15%보다 5배에 달했다. 우울증세 유병율은 서비스 46.4%, 판매 69.5%, SDI 46.7%, 전자 45.8%로 일반인구 평균 18.4%의 두 배를 훌쩍 넘겼다. 최근 1년 동안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한 비율은 서비스 9.2%, 판매 11.9%, SDI 16.7%, 전자 9.3%(삼성전자 지원 사무직군 28.1%)로 일반인구 평균 1.3%에 비해 10배를 웃돌았다.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근골격계질환 수준도 심각했다. 삼성전자서비스 근골격계 유증상자 비율은 93.1%, 삼성전자판매 92.5%, 삼성SDI 75%, 삼성전자 81.4%로 2020년 임금근로자 평균의 두 배를 넘겼다. 업무 후 육체적으로 종종 혹은 항상 지친다고 답한 비율은 서비스 73.6%, 판매 65.9%, SDI 41.1%, 전자 30.6%에 달했다. 아울러 아프지만 출근해서 일을 하는 ‘프리젠티즘’ 비율이 높았는데, 서비스가 78.7%, 판매 77.7%, SDI 64.5%, 전자 52.8%(전자 제조 생산직 64.4%, 전자 여성 69%)로 나타났다. 노동강도 강화요인으로는 네 사업장 노동자 대부분 고과평가, 과도한 업무량, 부족한 인력을 꼽았다. 성과에 압박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서비스 86.6%, 판매 92.9%, SDI 64.7%, 전자 68.8%에 달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최근 유행하는 세탁기와 건조기 2단 적재에 대해 고통을 크게 호소하고 있었다. 면접조사에 참여한 한 노동자는 “리프트(지그)로 제품을 올리고 내리는데 리프트 자체가 무겁다. 리프트가 들어가지 않는 좁은 공간에는 사람이 든다. 힘을 많이 쓰다 보면 팔꿈치나 허리,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산재노동자 고 황유미씨 영정.jpg
삼성반도체  산재노동자 고 황유미씨 영정

 

 삼성판매 노동자는 일상적인 감정노동으로 상당한 직무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한 노동자는 면접조사에서 “(절차에 따라 응대해도) 해달라는데 왜 안 해주냐고 소리를 지른다. 특히 여직원한테는 소리를 더 크게 지른다. 한 번은 선배가 고객에게 뺨을 맞은 적도 있다. (감정노동 문제로) 힘들어해서 그만두는 직원들도 있다”고 했다. 실적에 따라 고과에 크게 영향을 받는 까닭에 노동자들은 수면장애 등을 호소하고 있었다.

 

 삼성SDI 노동자 다수는 화학물질 노출을 증언했다. 한 노동자는 “연신공정 전처리 약품인 수산화나트륨이 튀어서 5명이나 병원에 간 적이 있다. 살갗이 살짝 녹아 화상 흉터가 생기는 정도의 사고였다. 이런 안전사고가 몇 번이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노동자는 “전해액 냄새가 심하게 나 호흡용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일반 마스크만 사용한다”, 또 다른 노동자는 “월 1회 이상 심한 노출이 있는데 주변에 흘러넘치면 라텍스 장갑이 녹는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한 노동자는 안전사고를 은폐하려는 정황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화학물질 누출 사건을) 보고하게 되면 일이 많아지니 ‘클리닝’하고 끝내자고 했다. 보고하면 병이 왜 깨졌는지 책임 추궁이 들어갔을 것이다. (병의) 보관기간이 길어지고 압력이 차서 그랬던(깨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명확히 원인을 규명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사연구진은 이 같은 조사를 바탕으로 △적정인력 충원 △고과제도 개선 △근골격계 질환 예방 대책 등 작업환경 개선 △산재 신청 상황 개선 등 사고 및 질병 피해 대응 △안전보건교육 개선 △노동조합의 참여로 안전보건관리 체계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종합 제언을 남겼다.

 

 조사연구는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전자판매, 삼성SDI, 삼성전자 사업장 총 1,801명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연구 방법은 온라인 설문조사, 오프라인 면접조사 등 방식으로 진행됐고, 조사연구 기간은 지난해 7월 14일부터 결과가 발표된 4일까지 약 8개월에 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최순영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경규 국회의원이 참여해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자를 지지하며 삼성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함께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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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회 장면

 


◆  금속노조 부위원장 최순영 인사말 
 

 

안녕하세요. 저는 금속노조 부위원장이자 금속노조 전기전자분과장인 최순영입니다.

 

삼성-전자계열사노동조합연대는 지난해 2월 삼성의 전자산업의 노동조합들이 하나로 모여 결성한 단체입니다. 삼성-전자계열사노동조합연대는 여러 노동조합이 상급단체와 조직형태를 뛰어넘어 노동권 확보를 위해 모인 연대체입니다. 금속노조가 삼성-전자계열사노동조합연대에 참여하고 있기에 금속노조를 대표해 인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법원은 삼성 노조파괴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사건에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 미래전략실 임직원, 경총 등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삼성의 무노조경영, 노조파괴가 조직적인 범죄행위임을 명확히 한 판결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판결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지난 시기 무노조 경영으로 삼성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노동3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상황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삼성 노동자들의 수많은 투쟁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에버랜드 삼성지회의 투쟁, 최종범, 염호석 열사가 산화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투쟁, 삼성 반도체 직업병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반올림의 노력 등 많은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투쟁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산업 사업장에는 금속노조를 포함한 많은 노동조합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안으로는 아직 바뀌어야 할 것이 수없이 많습니다. 삼성 자본은 아직도 노동조합에 호의적이지 않으며, 법으로 정한 노동조합의 권리마저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삼성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차별 없이 안전하게 일하며 존중받는 일터는 아직 현실에 와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삼성-전자계열사노동조합연대는 노동자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작년 7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3無 삼성> 운동을 선포했습니다. 삼성 노동자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삼성을 만들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리고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전자판매, 삼성SDI에서 대대적인 노동안전 실태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7개월간 천팔백여 명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결과를 오늘 이곳에서 보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자세히 보고되겠지만 삼성-전자계열사에서의 노동 안전 실태는 글로벌기업의 위상에는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아직도 삼성에서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 이번 실태조사로 밝혀졌습니다. 

 

삼성자본은 노동자의 노동안전이 보장될 수 있도록 자신의 기본적인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삼성이라는 거대 자본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하는 이런 기본적인 역할조차 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노조파괴의 불법성을 인정한 이번 판결 같은 사회적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금속노조는 이번 실태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삼성에서 더 이상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노동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삼성-전자계열사노동조합연대의 구성원들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안전 개선을 위해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모든 사업장에서 나타난 의제에 대해 공동의 요구안을 만들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후속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삼성-전자계열사노동조합연대와 함께 노동자들의 노동인권들이 보장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가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함께 진행할 것입니다.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를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반올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감사드리며, 삼성-전자계열사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금속노조도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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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부위원장 최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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