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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삶과노동을잇는배움터 ‘이짓’ 선지현

 

코로나19이후 플랫폼 노동은 익숙하다. 2022년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플랫폼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약 80만 명. 전 년 대비 13만 4천 명이나 증가했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단순 중개·소개·알선으로 일을 구하는 종사자를 포함하는 광의의 플랫폼 종사자는 292만 명이라고 한다. 1년 전보다 72만2천명(32.9%)이 늘어나는 등 급증하는 추세다.

 

플랫폼 자본 시장의 성장은 더 가파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국내에서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연간 총 매출은 89조원에 이르고 있다. 1년 만에 28%나 성장했다.

 

가파른 성장만큼 일하는 노동자의 삶과 권리도 월등히 개선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플랫폼 산업은 자본에게는 제대로 된 규제가 없어 온갖 탈법과 편법이 용인되는 반면 노동에 대해서는 노동법 상의 권리 보장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 얘기는 가파른 자본의 성장 이면에 권리 밖 노동자의 불안한 노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게 바로 배달 노동이다.

 

이에 2024충북차별철폐대행진은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 보장’을 구호로 집중행동을 펼치면서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오늘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배달노동자 김배달(익명)씨를 만났다.

 

“30년 동안 공직에 있다가 실직해서 생계 때문에 배달 노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50대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일단 몸으로 해보는 일을 시작했어요. 젊었을 때는 아르바이트로도 많이 해봤으니까요. 그런데 엄청나게 힘들어요. 무엇보다 생명에 위협도 많이 되고 어려움이 많아요”

 

코로나19 이후 우리 삶의 일부가 된 배달. 배달노동자는 급증했다. 최근 주춤하는 추세지만 2023년 기준으로 배달 라이더 숫자는 23만 명에 달한다. 배달을 주업으로 하는 노동자들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배달업 시장규모도 엄청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6조4326억 원에 이른다. 배달앱 시장의 경우 배달앱 3사의 매출은 2023년 기준으로 4조 원이 훌쩍 넘는다(배민 3조 4155억 원, 요기요 2857억 원, 쿠팡이츠 7925억 원. 2023년 금융감독원).

 

언론에서는 배달 노동을 ‘자유로운 노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배달업은 산재하면 떠오르는 제조업, 건설업을 제치고 산재발생률이 가장 높은 업종이 됐다. 왜 이토록 위험한 노동이 됐을까?

 

“자유로운 노동이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배달 노동자가 돈을 벌려면 비나 눈이 오는 악천후, 주말이나, 점심과 저녁 시간일 때 일을 해야 해요. 남들이 일하지 않을 때 일해야 수익이 보장되니까요. 그런 구조에서 배달 노동자는 가족들에게 절대 충실할 수 없어요. 가족을 위해 쉴 때 같이 쉬고 주말에 놀면 절대 돈을 벌 수 없어요. 허울뿐인 자유노동 이죠”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일상을 가질 수 없는 노동자의 노동에 붙여진 ‘자유’라는 말. 참으로 모순적이다. 어쩌면 노동을 통제하는 방식이 다른 업종보다 더 강력할 수도 있다.

 

“배달 노동자들은 악천후에 나가서 일을 하면 수입이 높아요. 평상시에는 단가도 엄청 내려가고 돈이 안 되는데 비오고 눈 오고 하면 수입이 되니까 그 때 일을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 늘 추위와 더위에 노출돼 있어서 건강이 악화되기 십상 이예요. 저는 특수부대까지 다녀온 사람인데요. 건강이 금방 나빠지더라고요. 거기에 제 때 식사도 하지 못하죠. 용변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심각해요. 가게에게 배달 노동자들이 화장실 사용하는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배달 시간에 쫓기니까 또 제 때 못하기도 하고요”

 

위험을 감수해야 돈이 된다는 그의 말에 배달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실제로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근로복지공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1~8월까지 산재 승인 건수가 가장 많은 사업장은 배달의민족(우아한 형제들)으로 1천 273건(승인 건수)이었다. 왜 이토록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신호를 지키면서 배달을 하면 상점, 배달플랫폼(쿠팡이츠, 배민), 고객 등 3곳에서 컴플레인이 생기는 거예요. 그리고 모든 신호를 지키면서 일을 하면 수익이 완전히 낮아지는 거죠. 이 네 가지를 만족시켜야하기 때문에 더 빨리 가는 거예요. 위험한 질주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거예요.

 

배달의 민족 같은 경우는 작년에 7천억을 벌었단 말이예요. 그런데 모두 그 돈이 독일로 가요. 우스갯소리로 배달의 민족을 배신의 민족이라고 말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 높은 매출에는 라이더의 위험의 질주가 있는 겁니다. 이걸 바꾸려면 일정하게 안정된 수익을 보장받아야 해요. 청소, 배달, 택배 등 사람들이 좀 기피하는 업종에서 사회적 인식도 변해야 하지만 수익이 보장돼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는 거죠. 그래야 위험한 질주를 안 하게 되는 거예요”

 

배달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적용이 위험한 질주를 멈추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도 배달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미 노동부도 이를 인정했다.

 

“최저임금을 보장하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거예요. 사실 교통사고로 건강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치잖아요. 사고 횟수가 줄면 건강보험 재정도 좋아질 거잖아요. 오토바이가 중간 끼어들고 중앙선 침범하고 그러면 일반 운전자들도 무섭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잖아요. 그런 문제도 많이 사라질 거예요. 노동자도 최저임금 적용으로 기본적인 임금이 보장되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하지는 않을 거고요”

 

모두 맞는 얘기다. 정부도, 시민도, 배달노동자도 모두 좋은 최저임금제도 적용 확대를 왜 안할까.

 

“재계는 노동의 특성을 얘기하며 당장 부담이 커진다고 반대하잖아요. 도입 때 부담이 커질 수도 있죠. 그런데 사회적으로 부담하는 전체적인 액수를 따진다고 하면 배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주는 게 훨씬 더 부담이 덜 하단 말이예요. 장기적으로 보면 재계도 손해가 아니예요”

 

한마디로 재계의 최저임금 적용 반대 주장은 소탐대실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는 배달 노동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 않고 있다. 모두가 사는 길을 버리고 재계의 부담만 고려한다. 정부와 자본에게 배달 업계의 가파른 성장 아래 쌓이고 있는 노동자의 목숨은 고려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내 생명이 당장 위험해도 가족의 생계가 더 중요하니까 할 수 없이 질주를 합니다. (시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은 항상 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일하는 노동자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노동기본권. 그게 실현된다면 김배달씨(가명)는 위험한 질주를 할 이유도, 시민들에게 미안해 할 이유도 없다. 배달 노동자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존재하는 법을 그들에게도 적용해달라는 거다.

 

이미 ILO에서도 도급노동자 도는 플랫폼 노동자의 최정임금 보장 원칙을 밝히고 있다. 2023년 유럽연합은 ‘플랫폼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지침’을 마련했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배달 노동자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세계적 흐름이라는 얘기다.

 

“저와 제 가족도 청주시민입니다. 시민의 삶에서 소소하게 느끼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게 배달이나 택배 노동이잖아요. 이들이 시민들에게도 꼭 필요한 거잖아요. 그러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배달 노동자에게도 삶의 권리가 보장돼야 해요.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6월 20일 충북지역 배달노동자 행진이 있다. 함께 살기 위한 그들의 목소리가 청주 전역에 울려 퍼지는 날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약자 보호를 말하고 있다. 노동 약자 대부분은 법 제도 밖에 놓인 노동자들이다. 배달 노동자들이 외치고 있다. ‘우리에게도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 적용을! 안정된 소득과 삶의 권리를!’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법이 보장한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다. 바로 보호가 아닌 권리다!

 

출처:  노동과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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