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경수 (대학생)
등록일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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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역대급 고용 한파'마저도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청년실업 현상은 사회적 풍토병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대학생들은 '캠퍼스 낭만'을 만끽하긴커녕 입학하자마자 곧바로 취업을 준비한다.

 

사회는 학생들에게 노력에 따른 보상을 약속한다.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만 하면 삼성 같은 대기업에도 들어갈 수 있고, 회계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도 될 수 있으며, 높은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 사실은 통계만 들여다봐도 바로 알 수 있다.

 

"청년층(15~29세)은 9월 취업자가 1년 전보다 8만 9천 명 줄며 11개월째 감소했고, 청년 고용률은 46.5%로 8개월째 하락이 이어졌다.”

 

취업 준비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일자리는 가면 갈수록 줄어들어, 청년 중 피고용자가 절반이 채 안 되게 되었다. 물론 여기서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은 대부분 학생이 사회진출을 하게 되는 시기인 20대 후반의 고용률을 봐야 한다고 지적할 것이다. 실제로, 20대 후반 청년 고용률은 상승세를 보인다. 그러나 다음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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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 청년 고용률은 21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의 질을 고려할 때 이는 ‘착시효과’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0대 후반(25~29세) 청년 취업자 중 주당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이라고 답한 ‘단기간 취업자’ 수는 39만 3,315명이었다. 전체 20대 후반 취업자(252만 9,000명)의 15.6%에 해당하는 수치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배달업, 플랫폼 종사자 등 단기 취업자 수가 폭증하기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그 비중은 1.8% 포인트 늘었다.”

 

20대 후반 청년 고용률은 상승하고 있지만, 고용의 질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대 후반 청년 취업자 중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는 ‘단기간 취업자’ 수는 전체 20대 후반 취업자 중 15.6%로, 6명 중 1명에 달한다.


"회사 규모별로 살펴보면, 63.9%의 청년들이 30인 미만 중소규모 사업체에서 첫 일자리를 시작했다. 1∼4인 규모의 직장에서 첫 일자리를 시작한 비율도 26.3%로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첫 일자리의 종사자 규모가 500인 이상인 경우는 7.7%에 그쳤다."


대다수 청년은 중소기업에 취직하게 된다. 중소기업에서의 노동환경과 임금수준은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수준에는 한참을 못 미쳐, 이들 기업은 청년들의 괄시를 받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대기업에 들어갈 수는 없어, 63.9%의 청년들이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으로 발걸음을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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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이 통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청년 학생들은 이제 뼈 빠지게 노력해서 학점을 관리하고, 온갖 자격증을 모으고, 인턴 경력을 쌓아도 안정적인 직장을 잡을 수 없다. 일부 운 좋은 소수를 제외하면, 우리 중 대다수는 대기업에 취직할 수도, 전문직이 될 수도 없다.

 

우리는 결코 사회가 우리에게 들씌우는 비정규직과 실업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독서실에서, ‘기업 서포터즈’에서, 인턴직에서, 대외활동에서, 학교 강의실에서, 시험장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취업은 안된다. 우리 중 대다수는 대기업·정규직·전문직 취직에 실패하고, 비정규직·중소기업 노동자가 될 것이다.

 

어렸을 때 우리는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대기업ㆍ전문직 취직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처지를 자각해야 한다. 우리 자신의 현실을 자각하고 예비 노동자로서 사회로부터 자기 밥그릇을 지키는 법을 배워야 한다.

 

출처 : <노동자신문 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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