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허 영 구(투기자본감시센터 전 공동대표, 현 고문)
등록일 :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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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개발독재시기 자유•인권 억압과 권위주의, 저농산물가격과 저임금 정책을 토대로 고도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빈부격차와 사회적 양극화는 확대됐다. 이에 맞서 노동자민중들은 1987년 6.10항쟁과 7,8,9월 노동자 대투쟁을 시작으로 10여년 동안 격렬한 저항을 전개했다.

 

그러나 세계화된 자본은 국가권력을 앞세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을 밀어붙였다. 전통적인 산업자본주의 착취를 넘어 금융자본주의 수탈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1997년 말 외환위기를 당하며 IMF경제신탁통치를 거쳐 군사독재보다 더 엄혹한 자본독재체제가 완성되었다.

 

IMF체제는 금융투기자본가인 채권자의 이익을 보장하는 국제금융질서이다. 여기에 깊숙하게 편입된 한국경제는 성장하면 할수록 빈부격차와 사회적 양극화가 확대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오늘날 신자유주의는 세계화된 금융투기자본의 노동자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한다.

 

IMF외환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신자유주의 시대를 연 김대중 정부의 4대 부문 구조조정 정책과 뒤이은 노무현 정부의 전방위적인 자유무역(FTA)체결과 금융화 조치는 한국경제체제는 물론이고 노동자민중의 삶 자체를 거대한 금융자본주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일엽편주로 만들었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국책은행인 외환은행을 투기자본 론스타에게 팔아넘겼다. 그들의 주장은 부실은행을 처리해 한국경제 부담을 덜고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건실한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을 조작했고,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해 합병했으며, 금융업을 할 수 없는 산업자본이자 투기자본인 론스타에게 은행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불법, 헐값으로 매각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볼 수만 없어 노동자, 시민, 학자, 법률전문가 등이 모여 2004년 8월 25일 ‘투기자본감시센터’를 출범했다. 투기자본 론스타에 맞서는 투쟁을 시작했지만 금융, 기업, 김 앤 장은 물론이고 재벌체제와 대정부 투쟁까지 확대하였다.

 

오늘날 세계자본주의 최대 화두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투기자본의 먹튀, 자본의 착취와 수탈이다. 투기자본은 불법인수합병, 투자회피, 구조조정, 공적자금 활용, 차입방식 매수, 유상감자, 고배당, 자산매각, 회계부정, 환투기, 세금포탈, 기술유출, 기업청산과 직장폐쇄, 국가권력의 노동탄압 요구 등 불법과 불공정을 자행한다.

 

나는 IMF 외환위기 이후 지난 27년 동안 민주노총 부위원장, 투기자본감시센터 초대 공동대표와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아래와 같은 (금융)투기자본의 행태와 특징을 확인하였다. 론스타 투쟁, 비정규직 악법 반대투쟁, 한미FTA 저지투쟁 과정에서 구속되었고, 직장에서 해고당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투쟁하고 활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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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감시센터(공동대표 이찬근·허영구)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의 매각과 관련해 당시 론스타에 대한 인수과정에 관여했던 경제관료와 은행 경영진 20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2005.9.15)

 

① 불법인수합병 : 2003년 외환은행의 경우가 대표적인 불법인수다. 투기자본 론스타는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금융업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외국인은 은행법에 의거, 10%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법을 무시하고 주식 51%의 경영권까지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자기자본비율까지 조작했고 여기에 정부관료, 은행경영진, 금융감독원, 법무법인까지 공모했다.

 

② 투자회피 : 상하이 투기자본은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면서 1조 2천억원을 투자하고 완전고용을 보장했다. 그러나 기술만 유출한 뒤 빠져나갔고 노동자 해고와 죽음이 있었고, 지금도 2000일 넘는 해고자복직 투쟁이 진행 중이다. 투기자본은 인수할 당시 노동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장기투자를 약속하지만 대부분 지키지 않는다. 투기자본은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들어온 자본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차익을 노린다.

 

③ 구조조정 : 투기자본은 단기간에 이익을 빼먹고 도망쳐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나 기술혁신 등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에 매달린다. 말하자면 팔아먹기 좋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높은 가격을 팔 수 있고 많은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MBK가 케이블 방송 C&M을 매각하기 위해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다 노숙과 고공농성 등 노동자들의 총력투쟁에 직면한 바 있다.

 

④ 공적자금 활용 : 부실한 기업을 인수한 뒤 정부의 역할을 요구한다. 기업을 살리고 고용을 유지할 테니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는 경제회생을 위해 국민의 혈세인 150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공적자금의 절반가량은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⑤ 차입매수 방식(LBO, Leveraged Buy-Out) :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인수할 기업의 자산이나 향후 현금흐름을 담보로 은행 등에서 돈을 차입해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2005년 2월, 자본금 231억 원의 리딩투자증권이 1310억원에 브릿지증권 인수하는데 계약금 20억 원을 걸고 잔금은 브릿지와 합병한 후 보유 자산을 팔아 잔금을 갚는 LBO 방식을 택했다. LBO방식으로 성장한 사모펀드 KKR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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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감시센터가 금융위원회에 KKR(Kohlberg Kravis Roberts)의 한국토지신탁인수 반대 결정을 촉구했다.

 

⑥ 유상감자 : 일반적으로 기업이 경영에 실패하면 주식을 소각하거나 감자한다. 특히 경영에 실패한 대주주는 무상감자하는 것이 상식이자 원칙이다. 그런데 투기자본들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금을 모두 빼먹는다. 오히려 소액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감자를 한다.

 

⑦ 고배당 : 투기자본들은 단기간에 이익을 빼먹고 나가는 '먹튀"이므로 최대한 높은 배당을 실시한다. 요즈음은 한 술 더 떠서 주주총회 때 한 번 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배당'을 통해 이익금을 빼나간다. 주주에 대한 고배당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나 이사들에게 고액의 스톡옵션을 부여하여 회사 돈을 유출시킨다.

 

⑧ 자산매각 : 투기자본은 고배당, 고연봉, 차익매각에서뿐만 아니라 회사자산을 교묘하게 매각하여 빼돌린다. 대주주라 하더라도 자산을 일방적으로 매각해 빼돌리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이런 불법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⑨ 회계조작 : 쌍용자동차 노동자 3000명을 정리해고 하는 과정에서 회계조작이 벌어졌다. 그 동안 재벌들이 벌인 부정과 부패의 핵심은 가,차명 계좌와 이중장부 등 회계조작을 통한 불법행위였다. 투기자본은 먹고 튀어야(먹튀) 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런 수법을 동원한다. 그런데도 이것을 그들은 '선진금융기법'이라고 포장했다.

 

⑩ 환투기 : 오늘날 투기자본은 단순히 투자수익인 고배당과 매각차익만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익을 추구한다. 제조업의 경우도 단순히 투자, 생산, 이윤극대화만이 아니라 국내외 환율변동에 다른 제조업의 금융화를 시도한다. 최근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현혹해 키코라는 파생상품을 판매한 것도 일종의 위험회피수단인 '환헤지'가 아니라 '환투기를 유도한 측면이 크다.

 

⑪ 세금회피(포탈) : 1998년 제일은행이 17조 원의 공적자금을 통해 회생된 뒤 뉴브릿지캐피털에 팔렸다. 그들이 2005년에 영국계 스탠다드차트 자본에 팔고 나가면서 1조 2000억 원의 매각차익을 남겼지만 세금 한 푼 물지 않았다. 이중과세방지협약에 의해 본사가 있는 곳에만 세금을 낸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본사를 두었지만 이곳은 세금면세(tax haven)지역이었고 이 곳에 종이회사(페이퍼컴퍼니)를 두고 한국에서 실질적인 영업을 했던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하고 하고 있다. 그들은 이를 절세(節稅)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세금포탈인 절세(竊稅)를 하고 있는 셈이다. 어피니티의 본사를 홍콩에 두고 주로 한국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데 세금회피의 가능성이 크다.

 

⑫ 기술유출 : 대표적으로 쌍용자동차 기술을 헐값에 빼나간 것이 상하이자본이다. 자동차 한 대 생산 기술이 3000억 원에 달했는데 200억 원 정도만 내고 가져갔다. 그 외에도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전산망을 통한 모든 기술을 이전시켜 최대 1조 원에 달하는 기술을 유출시켰다. 그들은 기술이전이라고 우겼다. 삼륜차, 농기계 회사로 출발한 인도 마힌드라에 쌍용차를 매각한 것 역시 기술유출과 관련 사건이었다.

 

⑬ 청산 : 다 빼먹고는 공장을 폐쇄하고 도망친다. 일종의 야반도주다. 쌍용자동차의 경우는 법정관리 형식을 빌었지만 발레오 공조 같은 경우는 그냥 공장을 폐쇄하고 일방적으로 철수했다.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직후 구미 오리온 전기 같은 경우도 투기자본이 공장을 청산하고 철수함으로써 수천 명의 노동자가 길거리로 내몰린 경우다. 최근 대만계 이잉크 투기자본이 먹튀한 하이디스의 경우 노동자들이 노숙농성과 대만 원정 투쟁을 했고 지회장은 목숨을 끊었다.

 

⑭ 국가권력의 노동탄압 : IMF 외환위기 직후 한라그룹(만도 등 계열사)이 투기자본에 넘어가고 구조조정을 가하자 노동자들이 이에 저항했다. 김대중 정부 최초로 공권력을 투입해 제압했다. 이명박 정부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77일간 파업을 벌이는 공장에 공권력을 투입해 폭력적으로 파업을 파괴했다. 오늘날 국가권력은 투기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이제 국가는 세계화된 자본의 하위 파트너다. 국가는 자본의 대행기관이다. 정치행태로 민주와 독재로 구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신자유주의 정부의 노동정책은 대동소이하다.

 

지난 20년 동안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쉼 없이 달려왔다. 오늘 자료집에 수록된 1,731건(연간 86.6건)의 기자회견, 논평, 집회, 토론회 등의 목록이 이를 말해 준다. 초기 10년은 열성적인 회원의 후원과 함께 공동대표, 운영위원장, 상근자도 있었다.

 

그러나 후반 10년은 회원, 조직, 재정이 축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론스타와 하나은행 등 재탈세 사건, 김앤장 해체는 물론이고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위성정당 해체 등 더 큰 투쟁을 전개하였다, 정부, 기업, 금융자본의 견제과 언론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금융투기자본의 불법과 부정은 물론 이들과 결탁하고 있는 김앤장, 정치인, 관료들에 대한 고발을 지속하였다.

 

지난 20년 동안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전개해 온 많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금융투기자본과 이에 결탁한 정치체제는 강고하다. 언론 역시 금융자본에 포섭되어 감시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세상은 온통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행위와 여야 정치권의 이전투구 공방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금융자본주의 토대 위에 존재한다. 금융투기자본의 노동에 대한 착취와 수탈이 계속되는 한 빈부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은 확대될 것이다. 론스타 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관련자들은 처벌받지 않았고 권력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투기자본이 투자자국가제소조항(ISD)을 빌미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 추가 이익을 챙기고 있다. 한미FTA 반대투쟁이 정당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20년 동안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금융투기자본을 감시할 것이다. 재벌과 글로벌대기업의 착취, 수탈, 탈세 등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고발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악덕 금융투기자본과 공모하고 있는 불법 변호사단체 김앤장과 부패한 수구보수 정치세력에 맞서 투쟁해 나갈 것이다. 다시 한번 투감 20주년을 자축하면서 지난 시간 함께 했던 모든 분들, 이번 행사에 축하와 연대의 인사를 보내주시고 행사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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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영 구(투기자본감시센터 전 공동대표, 현 고문)

(2024.8.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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