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임성열 (전 민주노총 대구본부장)
등록일 : 2023.07.20

광장정치.jpg

 

민주노총이 지난 4‧24 임시대대에서 결정한 8월이 다가오고 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지만 정작 정치방침과 총선방침 논의는 여전히 비밀스럽고 음모적이다. 의견 수렴이나 공청회 같은 공개적 토론과 대중적 참여의 기회는 닫혀 있다.

 

120만 조합원은 자신의 정치적 결단을 강제하는 논의에서 배제된 채 대의원들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소수의 대의기구에 의해 결정되는 정치‧총선방침(안) 논의 과정은 ‘노동자 직접 정치’라는 거창한 대의를 공허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정치‧총선 방침(안) 마련을 위한 민주노총의 의사결정과정의 비민주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였다.

 

의사결정과정의 비민주적 행태보다 더 큰 우려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정치‧총선방침(안)이 노동자 정치세력화, 즉 노동자 계급정치를 후퇴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옆길로 빠진 정치‧총선 방침 논의를 지금이라도 바로잡기 위해서는 원칙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현’이라는 강령과 기본과제를 언급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전체 노동자 대중의 요구와 이해를 진실로 대변할 수 있는 정당 건설’이라는 기본과제의 정신은 말하지 않는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기존 부르주아 정치질서와 규범 속에서 노동자 출신의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또는 장관 몇 명의 자리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자본의 질서와 규범을 뒤집는 것이 전체 노동자의 궁극적 요구와 이해에 부합하는 것이고, 그래서 노동자 계급이 만드는 정당은 혁명적일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말하는 광장정치도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다. 광장정치가 단순히 대중을 광장으로 동원하는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광장은 노동자들이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모든 착취와 억압을 끝장내고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지 토의하고 결단하는, 노동자 민주주의를 체득하고 공통된 계급적 이해를 공유해가는, 정치의 장이다. 그 자체가 이미 노동자 계급정치다. 이것을 실현하는 과정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이해를 대변할 계급정당을 건설할 주체로 성장할 것이다. 광장이 열릴 때, ‘노동자 직접 정치’는 비로소 가능하다.

 

지금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은 광장을 열기 위해 투쟁을 조직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그 광장에서 스스로 주체가 되기를 갈망하고 있고, 자신이 세상의 주인임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양회동 열사투쟁과 장례를 보면서 민주노총의 광장정치가 노동자 계급이 요구하는 정치와 너무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광장정치.png

 

출처:  <노동자신문>  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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