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김정호 (편집위원) 번역
등록일 : 20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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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 전략적 악몽이 워싱턴의 정치 일정에 스며들고 있다.

 

중국·러시아와의 동시 전쟁은 키신저와 같은 뛰어난 전략가들이  미국으로선 전력을 다해 피해야 한다고 경고해 온 전략적 악몽이다. 동시에 그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미국 언론들이 점점 더 즐겨 언급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적어도 공개된 정보에 입각해 보면, 워싱턴은 이전에는 공식적인 정치적 어젠다(의사일정)에 그것을 포함시킨 적이 없다. 그것은 그 심각성과 그 안에 내포된 끔찍한 위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가 임명한 초당파 위원회는 10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레드라인’을 깨고 문턱을 넘어섰다.


145쪽짜리 이 보고서의 핵심 논점은 미국이 군사력 특히 핵무기 현대화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고, 중·러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한 번의 충돌에서 승리하는 동시에  다른 충돌을 억제한다” 는 기존의 미국 국가안보 전략과는 완전히 다르며, 바이든 행정부의 현재 핵 정책과도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보고서가 미국 사회에서 어느 민간 단체의 과대망상이 아니라, 실제 의사결정을 위한 진지한 전략적 평가와 제안인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위원회는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의회가 신중하게 선정한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와 은퇴한 국방안보관, 전직 의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우리로 하여금 미국의 정치적 어젠다에 스며들고 있는 ‘전략적 악몽’이 워싱턴에 제대로 된 우려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심지어는 위원회가 대표하는 미국 엘리트 집단의 일부가 자발적으로 이 악몽에 영합하기까지 한다. 


이 보고서의 구체적인 제안을 보면 기본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오싹한 느낌을 갖게 한다. 보고서는 미국이 더 많은 탄두 배치를 준비하고, 더 많은 폭격기와 공중 발사 순항 미사일, 탄도 미사일 잠수함과 비전략 핵무기를 생산할 것, 그리고 탄두 생산 능력을 향상시킬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다탄두 배치, 무기고에 도로(公路) 기동이 가능한 ICBM 추가, 핵 추진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제3의 조선소 건설 등에 대한 고려를 호소하고 있다.

 

이는 얼마나 병적인 광분인가? 미국 군사비는 지금도 세계 국방 총지출의 거의 40%를 차지한다. 게다가 최근 몇 년 동안 여전히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2023 회계연도 군사비는 8133억 달러에 달하여 세계 대부분 국가의 연간 GDP를 초과한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지정학적 열광과 전쟁에 대한 억측으로 가득찬 이 보고서는, 궁극적으로 워싱턴의 전략적 의사결정 ‘지침’이 되든 안 되든 간에 상당히 위험하다. 따라서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국가의 공동의 저항과 반대를 필요로 한다.


일부 미국 언론은 이 보고서가 핵군비 경쟁의 결과를 무시했으며, 사실상 보고서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핵 확장 이외의 다른 조치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제안하지도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결과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러는 모두 핵 대국이고, 핵 대국 간의 충돌을 주도적으로 일으킨다는 것이 얼마나 미친 생각인지 누구나 알고 있다. ‘억지력’을 내걸고 핵 군비경쟁을 부추키는 것 역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재앙적 발상에 불과하다. 냉전을 겪어 본 워싱턴 정치엘리트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이런 터무니없는 보고서가 미국 의회에 의해 진지하게 공개석상에 올려진 것은 황당하면서도 놀랍지 않다.  왜냐하면 이것은 현재 워싱턴의 왜곡된 정치 분위기와 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협을 부각시키고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는 동기가 더욱 의심스럽다.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미국 방산(军工) 주식이 급등했는데, 지금까지 질질 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역시 미국 방산업체들을 최대 수혜자로 만들었다. 지정학적 괴짜처럼 미국 사회에 기생해 일거수일투족을 조종하는 군산복합체는, 워싱턴을 떠밀며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아이디어들을 차근차근 토론에 끌어들이면서, 심지어는 그럴듯하게 준비를 시작토록 한다. 이러한 미국 군산복합체의 번영은 피와 시체 위에 세워진 원시적인 죄악을 지니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부도덕하다.


그럼에도 현실적 상황은 이 같은 논조가 오늘날 워싱턴에서는 점점 더 정치적 올바름이 되고 있다. ‘중·러와의 동시 개전을 위한 준비’가 민간의 망상에서 워싱턴의 의제로 서서히 스며드는 것으로도 충분히 불안한데, 만약 워싱턴이 이 보고서를 실제 일부라도 채택한다면 세계평화에 미치는 피해와 위협은 헤아릴 수 없다. 결국 그것은 미국 자신에게도 반영되기에, "스스로 지른 불에  타 죽는다"는 중국 속담을 워싱턴은 꼼꼼히 새겨볼 필요가 있다.

 

2023.10.14

(원문보기)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EvgdRVm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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