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홍젠(崔洪建)/김정호 번역
등록일 : 2024.08.18
지난 8월 6일 우크라이나 군대가 국경을 접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기습적인 진격을 감행했다.png
 8월 6일 우크라이나군은 국경을 접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기습적인 진격을 감행했다.

 
 강력한 군사적 목적에도 불구하고, 쿠르스크의 월경 작전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더욱 중요한 목표는 판돈을 늘려 주도권을 빼앗음으로써 전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모험적 '선도 배팅'은 러시아와 서방의 전략적 게임에서 새로운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이 모험이 성공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러시아와 서방 간의 장기적이고 직접적인 전략적 대결이 불가피하다. 만약 모험이 실패하면 러시아의 전장 주도권이 더욱 견고해지고, 위기가 협상에 의한 해결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도 더욱 명확해진다.

 

 우크라이나의 현재 행동은 군사, 외교, 정치적 목적을 지니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측은 정면 전장에서 전체적으로 교착 상태에 빠져 있지만, 도네츠크와 헤르손 방향에서 러시아군의 '느리지만 안정적인' 진전에 장비와 인원 면에서 모두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은 장기간의 피동적인 소모를 견디기가 어렵다. 러시아가 여전히 전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고 게임의 규칙을 결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정예부대를 동원해 러시아 영토 내에서 '제2의 전장'을 개척한 것은, 러시아군을 분산시켜 정면 전장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국제적 관심 속에서 가시성을 높이고 서방의 원조 의지(意志)를 유지하며, 서방의 무기 사용 제한 조치에 대해서 실제 행동을 통해 진일보 깨트리려는 것이 우크라이나 행동의 외교적 목표이다. 이 작전이 시작되기 직전의 상황은, 미국의 경우 해리스 대 트럼프의 새로운 대결 양상은 우크라이나 위기보다 이슈를 선점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관심도 이란-이스라엘 간 일촉즉발의 대결에 자리를 양보했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비대칭적이고 모험적인 '슈퍼 규모의 특수 작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을 국제 여론의 헤드라인으로 되돌려 놓았다. 미국과 유럽 및 기타 국가도 자연스럽게 러시아 영토 내에서 서방 무기 사용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합리적 해석'을 수긍하였다.

 

 외교적 목표와 밀접한 관련된 측면은,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미국·유럽 등 이 위기와 관련 있는 당사자의 정치적 어젠다(의사일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갈수록 강대국 사이의 내정 게임 및 전략적 기 싸움으로 전락하고 있는 딜레마를 타개하려는 의도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겨냥해 공개적으로 밝힌 정치적 목표는, 전쟁을 러시아 영토로 확산시켜 러시아 사회의 반응을 유도함으로써, 바이든이 언급한 대로 러시아를 '진짜 딜레마'로 몰아넣어 국지적 동원, 정치적 통합, 경제적 안정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더욱 중요한 정치적 의도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즉 국면의 상승을 빌려 미국이 '국내 정치 우선, 미국 이익 우선' 원칙 하에서 한편에선 기름을 부으면서도 자신은 화를 피하려는 대우크라이나 정책의 균형을 깨트리려는 것이며, 동시에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향후 러시아와의 전략적 거래 카드로 이용하려는 추세를 약화하려는 것이다. 유럽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극우 세력(즉 민족주의 세력-역주)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을 더욱 분화시키거나 심지어 분해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우크라이나가 (자국) 외부에서 행동을 취하여 그들의 영향력을 상쇄하고자 하는 주요한 의도이다.

 

지금까지의 반응을 보자면, "전장의 태세를 바꿔 게임 룰을 장악하려는" 우크라이나의 노력이 제대로 먹혀들고 있지는 않다. 러시아는 초기 혼란을 겪은 뒤에 우크라이나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지는 않았다. 군사적으로 러시아군은 여전히 정면 전장에서 우크라이나 군에 대해 지속적인 압박을 유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지리적으로 깊은 종심과 군사 자원을 이용하여 러시아 내 전장 태세를 자신에게 보다 유리한 진지전과 포위섬멸전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외교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행동을 '테러'로 규정함으로써 국제적인 동정을 얻으려 하며, 정치적 측면에선 '군사행동'을 대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국내 일부 여론의 압력을 이겨내고 군사, 정치, 경제 목표 간의 상대적인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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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높아졌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여전히 그 균형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는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목표가 달성이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전망을 밝히고 있다. 선거 분위기는 혼돈되고 빡빡해진 상황에서 '민주적 가치 수호'나 '유럽 안보 수호' 등을 강조하는 것은 민주-공화 양당의 당쟁에서 활용 가치가 제한되어 있어 미국이 쉽게 전략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도의적인 지원과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한 후, 일반적으로 사태의 변화를 관망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판의 변화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손에 달려있다. 전과(戰果)를 공고히 하고 확대하는 것은 차치하고, 정치적으로 미국의 '내정 우선'과 '균형 전략' 벽을 과연 뚫을 수 있을지, 점차 피로와 퇴색 기색을 보이는 유럽 국가들의 정치적 입장을 바꿀 수 있을지 등에 있어 모두 전망이 밝지 않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유럽의 게임 전략으로 볼 때 NATO 가입을 강력히 요구하든 혹은 서방의 무기 사용 제한을 지속적으로 돌파하든, 그 주요한 논리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수호' 문제에 대한 '언행일치'를 강요함으로써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더욱 크고 더욱 높은 수준에서 러시아와 서방 대결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장기판에서 언제든 '졸'로 전락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로서는, '쿠르스크 작전'을 통해 국면을 고조시키고 모든 당사자가 자신을 쫓아오도록 하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며, 이는 또한 자칫하면 전체 판을 질 수도 있는 후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일단 이 같은 전망이 출현하면 서방은 러시아와의 전략적인 결단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즉 트럼프의 '신속한 평화안'을 가지고 사태를 수습하고 서방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그간의) 말을 바꾸든지, 그렇지 않으면 소위 '균형 전략'을 버리고 우크라이나가 숨통을 트게 하면서 러시아와의 대결로 전략 중심을 전환하든지 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간에 미국의 전략적 의도는 분명히 큰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즉 동맹국 앞에서 신뢰를 잃거나, 그렇지 않으면 마지못해서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하는데, 이는 미국이 패권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치러야 할 대가이다. 


( 저자는 북경외국어대학교 지역 및 글로벌 거버넌스 고등연구원 교수임)

 

2024.08.16
(원문보기)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J2YqpRB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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