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우옌궁쑹/ 번역 김정호(울산함성 편집위원)
등록일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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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외교부 대변인

 


미국과 중국의 긴장관계가 역내의 지정학적 안보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베트남이 냉전 이후 다원적 외교 정책을 채택했다는 점에 비추어,  베트남은 오랫동안 동남아시아의 전형적인 '헤지펀드'(완충지대-주)로 여겨져 왔다. 베트남은 갈수록 커지는 '편들기' 압박에도 불구하고 워싱턴과 베이징과의 관계를 비교적 훌륭하게 처리해 왔다.

 

베트남 외교의 첫 번째  원칙은, 장기적인 비동맹 정책을 견지하는 동시에 외교 전략을 보다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하는 것이다. 2019년 베트남 국방백서에서 강조한 '4노(No)' 정책이 이 방침의 기초를 형성한다. 그것은

 군사동맹에 가담하지 않고   어느 나라와 연합하여 다른 나라에 반대하지 않으며   베트남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거나 베트남 영토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치 않으며   국제관계에서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위협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표현 방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묘한 변화를 겪었다. 2021년부터 판밍정 총리를 비롯한 베트남 지도자들은 베트남이 "정의와 공정성을 선택하며,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는다"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나 중국이 원하는  입장이 아닐 수는 있지만, 하노이의 일종의 타협을 나타낸다.

 

베트남의 두 번째 핵심 원칙은, 어떤 경우에도 외교적 의사결정의 자율성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2021년 베트남 공산당 제13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보고서는 하노이의 독립적이고, 자주적이며, 다원화된 대외 노선을 재확인했다. 이 원칙에 따라 베트남은 미국, 중국 또는 기타 국가와의 관계 발전이 주권의 문제이며, 상대방과의 동맹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역사는 한 강대국에 의존해서 다른 강대국에 대항하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일단 두 강대국이 화해하면 베트남의 국익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자주권이 미중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고 역내 힘의 균형에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양측에 전달하려 한다.

 

지리적 요인도 베트남의 외교 정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베트남은 중국과 인접해 있어서 미국이나 다른 역외 세력과 접촉하기에 앞서 중국의 반응과 이익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이 미국과의 관계를 전략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꺼려해온 것은,  베트남과 미국이 베이징을 겨냥한 국방·안보 협력을 강화한다는 신호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베트남은 중국의 실력을 충분히 존중하고 그 힘을 인정하면, 베이징이 하노이에 융통성을 부여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베트남은 이처럼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관계를 향상시키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먼저 안정시켜야 한다. 여기에 아주 간단한 논리가 있는데, 즉  "선중국, 후미국"이다. 이것이야말로 많은 베트남 지도자들이 중국 지도자들을 상대할 때, 중국이 베트남 외교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이유이다. 이런 외교적 제스처를 통해 베트남은 앞으로 미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도 있지만, 중국은 베트남의 최우선적인 방향이 될 것이라는 기존 약속을 중국에 전달하려 한다.

 

베트남의 외교 균형술에 복잡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 하나는 어떤 강대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때 다른 강대국을 격분시켜 양측으로부터 더 큰 압력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러 국가와 우호 관계를 구축하고 모든 강대국과 동등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과정은, 어떤 국가와도 의미 있는 관계를 발전시킬 수 없다는 잠재적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은 여전히 교묘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베트남은 대화를 통해 두 강대국과 계속해서 접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자체 역량 강화와 전략적(외교적-주) 가치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며, 베트남이 독립성과 자주성을 유지하는 한 두 강대국의 눈에 그 전략적 가치는  분명하다.

 

동시에 베트남은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을 할 수도 있다.미국과 중국에 대한 정책을 조정해서 아세안 내의 합의와 일치토록 하는 것인데, 이는 지역 평화와 협력을 촉진하는 데 있어서의 아세안의 중심적 위치를 강조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베트남의 미·중 경쟁 대응 전략은 효과가 입증됐지만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것의 성공은 미·중 간 경쟁이 얼마나 멀리 가느냐에 달려 있다. 베트남처럼 독자적인 길을 가려는 중간 강대국을 대하는 미중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베트남이 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양국에 대항하는 소극적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상당히 반가운 상황으로 인정해야 한다.

 

출처: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海峡时报) 8월 30일자    

      

 원제목:  미중 경쟁은 베트남의 외교 균형술에 대한 준엄한 시험대가 될 것

                        ( 환구시보 8월 31일자에 게재된 것을  재번역함)

(원문보기) https://oversea.huanqiu.com/article/4ELHmRWWY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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