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용 (현대사상연구소)
등록일 : 202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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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혐오정치와 테러

 

제일 야당 대표가 백주에 테러를 당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범인은 개인적 원한이 아닌 정치적 신조에 따라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이 발표를 포함한 사후 처리 문제를 놓고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집단들 사이에는 혐오의 불화살들이 난무했고 그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혐오정치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국가권력부터가 혐오정치의 주요 도구로 쓰이곤 했다. 그러나 국가권력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혐오 대상을 직접 살해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소 새로운 현상이다.

 

물론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배후세력의 존재여부나 범인의 정치적 신조를 형성해온 언론지형의 문제와 별도로, 테러로는 혐오 내지 사회적 갈등의 원인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테러는 자본독재의 모순과 그에 따른 불행을 극복할 현실적 전망과 방법을 찾지 못하는 데에 기인한다. 즉 ‘절망의 산물’이다. 모순 극복의 길이 보이지 않을수록, 절망이 깊을수록 테러의 반복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혐오정치를 끝내자고 말하면서, 그 근본 원인인 자본주의적 모순들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자본독재에 복무하기 위한 기본자질이다.

 

자본독재를 극복하려는 노동자정치운동 역시 혐오정치의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민중을 빈곤과 죽음으로 내모는 자본독재를 혐오하지 않고 평등사회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혐오 자체가 아니라 그 구체적 의미가 문제인 것이다. 혐오정치에 대한 혐오를 통해 정치혐오증 따위를 양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동자정치운동은 혐오정치의 종식을 위한 현실적 조건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독재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혐오를 과학과 도덕의 힘으로 조직화하고, 그 폭발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2. 제국주의전쟁과 내전

 

전쟁은 혐오정치의 극단이다. 전쟁 억제를 내세우는 무기의 발전은 숙명처럼 대량학살로 귀결되어 왔다. 학살의 희생자는 거의 예외 없이 힘없는 노동자민중이다. 학살을 위해 방아쇠를 당기는 병사들도 대부분 노동자민중의 자녀들이다. 이러한 재앙구조는 잘 변하지 않는다.

 

물론 노동자민중을 전쟁터로 내모는 제국주의적 자본독재세력, 특히 전쟁특수를 누리는 군산복합체를 떠나 현대의 전쟁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반전운동은 당연히 노동자민중의 국제적 연대를 통한 반제국주의ㆍ반자본독재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제국주의전쟁을 근본적으로 저지하는 현실적인 길은 전세계 노동자민중의 단결된 힘으로 제국주의 자체, 곧 자본독재를 종식시키는 것 말고 없다. 이때 무엇보다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피억압민족이 벌이는 정당한 방어전쟁 내지 해방전쟁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반제국주의 전선은 제국주의국가들과 피억압민족 사이만 아니라, 제국주의국가들 내부의 제국주의세력과 노동자민중 사이에도 그어져야 한다. 해방전쟁의 필수요소인 노동자국제주의에는 제국주의국가들 내부의 반자본독재 세력과의 연대도 포함된다.

 

그래서 ‘세계대전을 내전으로’ 전환하자는 레닌의 제안은 21세기에도 의미심장하다. 그 의미는 제국주의전쟁으로 인류문명 전체가 끝장날 위험이 늘어날수록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전쟁 위험은 미일 제국주의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검찰독재 파쇼정권 하에서 폭증해 왔다. 전쟁을 저지하는 것은 노동자민중의 생존권과 함께 노동자정치운동의 사활이 걸린 당면과제다.

 

이 과제는 파쇼정권을 타도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따라서 파쇼정권 타도의 대중적 에너지를 집약할 수 있는 한 눈앞의 선거도 무의미하지 않다.

 

3. 평화와 공영의 길

 

그러나 노동자정치운동은 파쇼정권 타도에 머물 수 없다. 파쇼세력은 자본독재의 한 분파, 그것도 비효율적 분파일 뿐이다. 좀 더 성능 좋은 분파가 국가권력을 장악해 효율적 자본증식, 곧 착취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고 해도, 전지구적 자본주의 위기 자체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즉 일반이윤율 저하에 따른 경쟁 격화와 이를 타개하기 위한 기술혁신, 이에 따른 자동화ㆍ무인화ㆍ대량실업,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으로 인한 경제적ㆍ정치적 충돌과 제국주의 전쟁 등 현대사회를 규정하는 근본문제들은 자본독재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될 수 없다. 인류의 평화와 공영을 위해서는 제국주의적 자본독재를 종식시키는 새로운 사회 건설이 필요하다.

 

노동자정치운동의 본업은 이 새로운 사회, 즉 풍요로운 평등사회 건설에 앞장서는 것이다. 건설과정에는 국내 자본독재세력과의 내전만 아니라 제국주의국가들과의 장기전도 불가피하다. 승산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승산을 따질 때 자본의 끈질긴 생명력이라는 것이 다름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피와 땀과 목숨을 빨아먹는 흡혈기계의 영혼 없는 힘일 뿐이라는 점, 자본독재 스스로가 자체의 작동원리에 의거해 그 종말을 향해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는 점, 사회의 압도적 다수를 이루는 노동자민중의 조직된 힘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자본독재권력을 제압할 절대권력이라는 점을 등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주의운동을 비롯한 해방운동들의 무궁무진한 유산들과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생산력도 해방전쟁의 무기로 유용할 것이다. 최종 무기는 이것들을 비판적ㆍ주체적ㆍ창의적으로 종합하여 노동자민중과 널리 공유할 줄 아는 우리 자신의 전략적 이성일 것이다. 승산을 떠나 싸워야 승산이 생기기도 한다는 판단 또한 전략적 이성의 일부다.

 

출처 : <노동자신문 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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