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노동
  •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로 17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오는 안기호 동지!
현대차  현장신문 <노동자함성 25호> 2022. 11.22
등록일 : 2023.01.19

지난 10월 27일 대법원에서 12년 만에 ‘불법파견 집단소송’ 판결이 나왔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등 162명에 대한 승소 판결이 확정되었다. <노동자함성>은 11월18일, 2003년 현대차에서 비정규직노조를 만들고 초대 위원장으로서 2005년 불법파견 철폐투쟁을 이끌었던 안기호 동지와의 인터뷰를 가졌다. 

 

질문 : 집단소송 12년만의 판결이다. 판결 결과로 17년 만에 현장에 복귀하게 되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감회는?
답변 : 승소 소식을 접하는 순간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유기혁 열사, 분신투쟁을 감행했던 최남선 동지가 생각났고, 정규직과 함께 싸우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해고 생활 17년 동안 손배와 징계를 받고 가정이 파탄되는 등 만신창이의 세월을 보낸 분들이 많다. 2005년 투쟁과정에서 5공장에서만 해고된 조합원들이 79명이었다. 앞서 1심 승소 후 특별채용으로 복귀한 17명과 이번 대법원 판결로 5명 등 22명만이 복귀하게 되었다. 아직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 분들도 많다. 해고 당시 근무기간이 23개월이어서 불법파견 소송조차 걸지 못한 분들도 여러 명이다. 이런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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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 <노동자함성>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강봉진 편집위원장과 안기호 동지(오른쪽)

 

 

질문 : 사측은 ‘사내하청 특별채용’ 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하지만 1심 승소자였음에도 안기호 동지에 대해서만큼은 특별채용을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도 당시 특별채용에 응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답변 : 다른 동지들로부터 사측이 2005년 농성투쟁을 주도했던 나에 대해 “다시 보기 싫은 사람”이라고 말했다는 걸 들었다. 아마도 사측에겐 껄끄러운 존재였을 것이다. 나 역시 사측이 ‘합의’에 진정성이 있다면 법적 판결 문제를 넘어서서 근무기간이 24개월이 못 돼 소송을 하지 못했던 동지들까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시 투쟁 지도부로서 그들이 배제된 상황에서 ‘합의’에 응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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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노조 창립총회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 안기호 동지 


질문 : 현대차 같은 대공장에서 비정규직노조를 창립하고, 수많은 탄압에도 불법파견을 쟁점화시키는 투쟁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노조 결성 과정에 대해 말해 달라.
답변 : 2003년 3월 19일 아산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가 소속 협력업체에 월차신청을 했다가 관리자한테 폭행을 당해 입원하게 되는데, 그것도 모자라 업체 사장의 사주를 받는 폭력배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 식칼로 아킬레스건을 끊어버리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곧바로 아산공장 원·하청 노동자들의 규탄 파업투쟁이 일어나고 그 힘으로 3월 28일 아산공장에서 사내하청지회가 설립되었다. 그 후 울산공장에서도 노동절을 하루 앞 둔 4월 30일 제 이름으로 ‘비정규직 인간선언’을 발표했다. 이어 5월 2일 울산공장 19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비정규직투쟁위원회(비투위)를 결성하고, 7월 8일 발기인 128명으로 비정규직노조 창립대회를 개최했다.
처음 노조를 설립할 때는 비정규직 ‘제도 철폐’가 목표냐 ‘정규직화냐’를 놓고 내부에서 논쟁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조의 전망과 사측 탄압에 대한 대응도 고민해야 했다. 궁극적으로는 비정규직제도가 철폐되어야 한다고 보며, 이를 위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선봉에 서자는 생각이었다. 

 

질문 : 대법원 판결 후 20일이 지났다. 현장복귀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답변 : 판결이 나온 직후 사측은 언론에 “성실하게 판결대로 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여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사측으로부터 전화•문자메시지•공문 중 어느 것 하나 받은 적이 없다. 이번 승소자는 울산 공장이 52명인데, 사내하청 근무자 13명을 제외한 39명에 대해 사측은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다. 이들 13명은 현재 교육연수 중이다. 연수중인 13명에 대해서도 사측은 근로계약서 입사일자를 2022.10.27로 쓰라고 했다가 당사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사측이 왜 굳이 2022.10.27.로 하려 했는지 그 의도를 잘 모르겠다. 
질문 : 2005년 당시 정규직 조합원이나 사내하청 조합원 • 노동자 중 안기호 동지를 기억하고 있는 분들께  한 말씀 하신다면?
답변 : 해고 때 40세였는데 지금 50대 후반이 되었다. 몇몇 사람의 힘만으론 비정규직투쟁은 지금까지 올수도 없고, 결코 승리할 수도 없다. 물방울이 하나 둘씩 모여 드넓은 바다를 이루 듯, 이 투쟁이 그간 장기투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 전국 각 단체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지금도 비정규직지회를 비롯해 그린푸드지회, 보안지회 조합원들이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로서 어렵게 활동하고 있다. 이 동지들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안기호 동지는 1965년 생으로 천안공고를 졸업하고, 1989년 남구에 있는 효성금속에 입사해 1992년~1995년 효성금속 노조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1995년 효성금속은 동남아와 중국으로 콘테이너 사업부를 이전하면서 폐업했다. 2002년 1월 현대자동차 5공장 하청업체에 입사해 비정규직 운동을 시작했다. 노조결성 이후 모두 4번 해고 되고 3번 복직되었는데, 2005년 2월 3일 79명의 5공장 동지들과 함께 해고되어 2월13일 공장안에서 경비들에 납치되어 구속되는 것을 마지막으로 공장에서 쫓겨났다. (정리 : 편집위원 5공장 정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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