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노동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
등록일 : 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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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에서 20년간 사상작업을 하던 신명철 하청노동자가 2023년 2월 27일 10시 25분경 작업 중 쓰러졌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응급조치를 하고 울산대학교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지만 재해노동자는 지주막하출혈로 3월 9일 사망하였다. 

 

지주막하출혈은 산재보험법 뇌심혈관계 인정기준에서 대표적으로 인정되는 상병이다. 산재보험법 뇌심혈관계질환은 흔히 ‘과로사’로 불리는데 업무량, 업무시간, 업무강도와 업무환경의 변화에 따라 육체적, 정신적 과로 여부를 따져 산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우리나라 산재보험법은 산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자가 입증책임을 지게 된다. 고인이 사망하여 노동시간과 작업환경을 입증할 수 없어 사실 현장 상황을 모르는 유족들이 고인의 노동시간과 기본적인 작업환경 등에 대한 정보를 찾아 주장해야 한다.

 

가족들이 사측에 고인의 근무시간, 작업지시서, 작업일보, 근로계약서, 건강검진결과표 등을 요구했지만 하청업체는 아무런 자료도 주지 않았다. 뒤늦게 유일하게 받은 근무시간은 고용노동부가 사측에 연락한 후 겨우 받았다. 가장 기본적인 자료를 회사가 제공하지 않으면서 유족들은 사측이 산재은폐 의도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되었고 일하다 죽은 것도 억울한데 회사의 태도에 불신을 갖게 되었다. 

 

신명철 노동자는 현대중공업에서 사상작업만 20년 이상 한 하청노동자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으로 지원을 나가 용접, 취부작업이 이뤄지면 3kg 무게의 그라인더를 갖고 종일 사상작업을 홀로 하였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업무가 줄어들면 고인은 다른 곳으로 지원 나가 종일 사상작업을 하였다. 고속회전하는 그라인더를 갖고 종일 쪼그려 앉아 작업하면 종일 누적중량물의 무게가 2ton이상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은 묵묵히 그 일을 감당해왔다. 실제로 고인은 2월 이후 매일 1시간 연장근무를 하고 토요일 특근을 한번도 거르지 않고 작업을 해왔다. 함께 일했던 정규직 노동자의 진술에 따르면 묵묵히 일을 잘 했다고 한다.

 

현대중공업이 위험하고 열악한 일을 외주화하여 하청노동자들이 일하는 환경과 노동강도는 매우 심각하다. 하청노동자들은 저임금과 불안한 일자리에 시달리면서도 배를 만들고 있다. 수주물량이 없을 때는 구조조정으로 길거리로 쫓겨나고 수주물량이 많아지면 장시간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현대중공업에서 수주물량이 늘어나면서 고인말고도 하청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 병원 치료중이며 호흡곤란으로 작업 중 쓰러져 병원에 후송된 하청노동자도 최근에 2명이 발생하는 등 하청노동자들이 과로사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뇌심혈관계질환 증상으로 응급실을 이용한 노동자가 20년 16건, 21년 21건, 22년 26건, 23년 3월까지 8건이 발생하는 등 발생 건수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고인의 사망 역시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였다. 평생 배를 만들다 사망한 하청노동자의 죽음 앞에 현대중공업 원청과 하청업체 영진은 사망원인을 규명하고 유족에게 사과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장례를 지원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더 이상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중공업 원하청업체는 사망원인을 규명할 기본적인 자료제공을 거부하고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으며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위로도 하지 않은 채 급기야 3월 27일 유족투쟁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만들어 언론과 현장노동자에게 배포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저질렀다. 하청업체는 고인과 유족을 향한 비방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사죄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유족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공하고 산재신청에 성실하게 조력해야 할 것이다. 현대중공업 원청은 더 이상 업체 뒤에서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숨어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라! 수주물량이 늘면서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하청노동자들 쓰러짐과 뇌출혈 발생에 대해 근본대책을 마련하라! 물량이 늘면 노동자가 과로사했던 과거를 다시 반복할 것인가? 적정인원을 투입하고 위험의 외주화 중단하라!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는 현대중공업과 영진(주)이 故 신명철 노동자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깊은 분노감을 느끼며 진상을 규명하고 유족투쟁을 엄호 지지할 것을 강력히 천명한다!

 

2023년 3월 28일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울산지부, 교육희망울산학부모회, 노동당 울산시당, 동구주민회, 민주노총 법률원 울산사무소,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북구주민회,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울산민족예술인총연합,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울산시민연대, 울산여성회, 울산이주민센터, 울산인권운동연대, 울산장애인부모회, 울산진보연대, 울산환경운동연합, 정의당 울산시당, 진보당 울산시당, 평등사회노동교육원, 대안문화공간 품&페다고지, 현중노동재해추방을 위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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