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노동
  • 6.17 자동차산업 활동가 ‘토론회’
등록일 :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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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7일  토론회에서 주발제를 하는 김준래   울산함성  편집장(오른쪽)과   사회를  맡은 현대차 현장신문 <노동자함성>  발행인 겸 편집위원장  강봉진동지.

 

자동차산업 관련 활동가들이 한데 모여 원-하청 연대 모색을 위한 토론회 자리를 가졌다. 울산, 서울·경기, 창원, 광주 등지에서 온 자동차 활동가 20여명은 6월 17일 14시 울산 북구 양정동 <노동자함성> (현대차 현장신문)사무실에서 '자동차산업 완성차, 부품사 노동자 연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같은 토론회는 이번이 세 번째로 제1회는 2022년 4월 3일 <금속노조 진단과 자동차산업 활동가의 과제>를 주제로 개최되었으며, 제2회는 2022년 11월6일  <현대차그룹 친환경차 전환의 실상과 그 문제점 진단>을 주제로 진행된 바 있다. 


이날 모인 활동가들의 소속 단위는 금속노조  본조, 완성차인 현대차와 기아차,  부품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그리고  두산공작기계로 각각 다르다. 이 때문에 자동차산업 각 분야의 정서를 일정하게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1. 발제 내용

 

"모듈화·서열화 문제는 양날의 칼,

현대모비스 등에 사내하청 노조 생기며 새로운 국면 진입

금속노조, 현대차그룹 정조준하는 투쟁 벌여야"

 

이번 토론의 주발제를 맡은 김준래 울산함성 편집장은 원-하청 연대의 시급성과 연대의 방향에 관해 약 50분간의 발제를 했다.(이 발제 내용은 앞으로 울산함성을 통해  연재될 예정이다.) 


김준래 발제자는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80%를 점하는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생산비용 절감, 노조 조직력 약화를 위해 자동화, 모듈화, 외주화를 시도해왔다”면서 “모듈, 직서열(JIS) 등 완성차 생산과정에 직접적으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업장들이 현대차그룹 정몽구 일가의 이윤추구 욕망에 의해 비정규직, 무노조 사업장으로 착취구조에 최적화되도록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전기차 등장 등 자동차산업 현실 변화과정에서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반해, 노동자들은 “지난 20년 동안 ‘모듈화 반대’, ‘사내 모듈’을 주장했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대응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그는 2023년 현재 시점에 이르러서 “모듈화, 서열화 문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현대모비스 사내하청과 현대글로비스 사내하청에서 노동조합이 완성차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정도로 규모와 조직력 면에서 발전”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최근 현대모비스가 궁여지책으로 완전 비정규직-무노조 (정책)에서 선제적으로 ‘자회사’로 정책변화를 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이렇듯이 “완성차를 생산하는데서 모듈화, 서열화는 예전 완성차-부품사와의 (일반적) 관계보다 훨씬 직접적”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노동운동에 있어서 갖는 의미는 양날의 칼이라는 것이다. 즉 “이것은 노-노 연대를 강화할 경우 자본 측에 대항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심각한 노- 노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하면서, “이것이 지금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지난 20년 동안 노동자들이 벌여온 "완성차 모듈화 저지투쟁은 완성차만의 밥그릇 지키기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현대모비스라는 괴물을 통해 외주화되어 있는 모듈 생산 시스템을 다시 노동조합의 통제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라는 문제의식에서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 발제자는 "계급적 연대의 진정성이 부족" 한 것을 주요인으로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점을 지적했는데, 하나는 노동자계급의 연대를 외면한 금속노조 내의 ‘관료주의’ 문제를 들었다. 그 실례로 "현대차그룹노조연대회의가 회사측 조직도 아니고 심지어는 금속노조에서 인정하는 공식 회의인데"도 불구하고 비정규직노조 단위를 배제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현대차그룹을 정조준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현대차그룹을 정조준하지 않는 실천과 투쟁은 허구다"라면서, "한국자동차산업 노조운동은 한국 노동운동의 핵심부대이고, 자동차산업은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견인차"이며, "자동차산업노조운동과 현대차그룹·정의선회장의 대격돌은 한국사회의 모순과 투쟁을 대변"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결국 현대차 재벌은 원-하청 노동자 간 격심한 임금 격차를 낳는 가장 중요한 주범"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점이 "한국 자동차업계의 원-하청 노동자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현대차재벌로부터 찾게 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금속노조는 이 같은 현대차그룹을 정조준하지 않고 초점을 비켜 갔기에 원-하청 연대가 발전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끝으로 대안과 관련하여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방향에 있어서는 앞서 분석에 기초하여 "현대차그룹에 타격방향을 집중하자"는 전략을 제시했다. 금속노조 18만명 중 자동차산업 노동자의 비중이 80%(14만9천명)에 달하고, 그중 현대차그룹 비중이 57.1%(10만 6천명)으로 압도적인 상황에서 이는 당연한 결론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구체적으로 이하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이미 금속노조 내 공식기구로 된 ‘현대차그룹노조연대회의’를 바로 잡아서 “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계열사, 원·하청을 단일대오로 묶자”는 것이다. 특히 이 연대회의에 비정규직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현대차그룹노조연대회의에 강력한 투쟁력을 담보하는 비정규직 단위가 결합한다면 불법파견 문제, 사내하청 차별문제, 노조활동 탄압 문제 등 현안 문제들에서 그야말로 태풍의 눈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둘째, 완성차와 부품사 간 실질적인 교류와 연대를 만들기 위해서 금속노조 내의 “자동차분과위원회 총괄회의를 명실상부하게 부활시켜야 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셋째, 금속노조가 “투쟁의 중심을 틀어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금속노조와 현대차그룹 지부·지회가 함께하는 불법파견 철폐 투쟁을 전개 ▲한국와이퍼 투쟁과 같이 명분 있는 투쟁에 집중하여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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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참석자들이  민중의례로 '임을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합창하고 있다.

 

2. 지정토론 

 

주발제자 발표가 끝난 후 이어서 지정토론자 3명이 각각 준비된 발언을 하였다. 이하 발언자 중 일부는 사정상 익명 처리하였다.

 

◆ 기아차지부 임원
며칠 전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사측에 동희오토에 관한 법인통합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동희오토를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분회로 편재하도록 해서, 이 동희오토와의 법인합병사업을 현 집행부 임기 만료 후인 28대, 29대 집행부에서도 계속해서 전략사업으로 가져간다는 복안이다. 이제 이와 관련한 싸움만이 남은 상태며, 지난해부터 지부 집행부는 이를 염두에 두고 동희오토 출퇴근 투쟁을 전개해 왔다. 회사측의 반응은 “왜 노조가 이런 것까지 개입하느냐?”는 식으로 매우 완강하다. 


기아차지부가 이 같은 결정을 한 배경은 몇 가지이다. 우선, 사측이 ‘2030 전략’을 발표하면서 14개 차종을 2027년까지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사측은 스토닉 차종 생산을 중단하고 대신 전기차 라인을 깔았다. 스토닉 차종은 동희오토로 넘기기로 했는데, 기존 노사 간 합의된 회의록을 보면 1,000cc 이하 경차만 동희오토에서 하도록 되어 있다. 스토닉은 1,600cc 차종이기에 회사가 협약을 어긴 셈이다. 


당시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는 조합원이 3만 4천명이었는데, 지금은 2만 8천명으로 줄어들었다. 앞으로 정년퇴직자가 계속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조합원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하는 측면에서도 기아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완성차 제조사는 기아 내부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장에서 이와 관련하여 선전전을 할 때 가장 큰 호응을 얻는 것은 “같은 기아 마크를 달고 같은 완성차를 만드는 노동자이기에, 임금과 처우 등에 있어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수순에 있어선 우선 동희오토 노조와 기아차지부의 통합을 완성한 후, 그쪽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할 생각이다. 동희오토 쪽 사정을 말씀드리자면, 전체 1,164명 조합원 중 금속노조 조합원은 2명이며, 나머지는 모두 한국노총 조합원이다.

 

그런데 한국노총 위원장이 우리 대의원대회를 생중계를 통해 직접 목격한 후 “감동받았다. 진정성을 확인했다”라고 하면서 한국노총 동희오토노동조합, 금속노조 동희오토지회, 기아차지부,  충남지부 4자가 만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들리는 바로는 동희오토 내부 조합원들 역시도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한 가지 걸림돌은 현장에 있는 사측 간부 중 우리 조합에 속하는 감독자들, 그리고 현장활동가 중에서도 노조 사업에 평소 불만을 가진 일부 세력의 반대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들도 드러내놓고 반대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부의 앞으로 과제는 지속적으로 조합원들에 대한 홍보를 수행하는 것과 함께, 사측의 반대 논리에 맞설 수 있는 대응 논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매뉴얼을 개발 중이다.

 

◆ 김용복 (현대모비스 창원지회 고용부장)
코로나19 사태 이후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높아졌다. 2010년까지는 자동차산업에서 각 사간의 경쟁이 ‘연비’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지금은 확연히 전기차 관련한 부분으로 변화되었고, 그것이 계열사나 부품사들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이다. 현재 부품사의 30%정도가 이 같은 전기차 관련한 전환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아직까지 한국은 ‘하이브리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친환경 부품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비율도 확대되는 추세다. 2021년도 모듈·부품 관련 총매출액은 41조 7천억원, 2022년에는 41조 6965억원이다. 그중 전동화 매출은 2021년 6조원(13.9%)에서 2022년도는 9조 6천억원(23%)으로 상승했다. 다른 부분의 매출이 5~6% 올라갈 때 전동화 매출은 30%로 상승해 성장폭이 빠른 편이다. 그중 밧데리와 구동모터 모듈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문제는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영업이익은 모듈·부품 관련 1555억원이었는데, 2022년은 68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전체적으로 투자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원청으로부터 수주 자체가 ‘저가 수주’((사실상의 이윤 이전)가 주원인인 것 같다. 비계열사는 과거 3%대 이하의 영업이익률, 계열사는 3~7%대 이었는데 지금은 계열사도 영업이익율이 3% 이하로 떨어졌다. 

 

◆ 임송라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 지회장)
현재 현대글로비스 조직 상황은 울산지회 산하에 15개 분회를 두고 있고, 21개 (하청)업체로 나뉘어 있다. 사업장들이 각각 따로 떨어져 있고, 전기차와 내연차가 혼류생산 되다 보니 더 많은 작업공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효문단지와 모듈화단지 등 기존 공단들은 이미 모두 포화상태여서 임대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따라서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 현대자동차나 모비스는 작업장이 통합되어 있는데 유독 글로비스만 갈라놓고 있다. 적어도 울산 정도의 자동차산업 인프라가 구축된 곳이라면, 완성차와 물류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 때문에 자동차산업의 가장 기저에서 오랫동안 흩어져서  소외되고 착취당해온 우리 서열노동자들이 원청인 현대자동차에 '하나의 회사'를 요구하고 있다.  불필요한 지출과 역물류를 막고 적어도 안정된 고용과 최소한의 복지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 과정이 완성차 노동자들과 서열노동자들이 서로를 위해 공존하고, 열악한 노동 조건속에서 분투하는 더 많은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되어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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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6일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 조합원들이  서열노동자들이  '하나의 회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원청인 현대차가 나설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현대차 정문 앞에서 열고 있다.

 

 

3. 자유토론

 

발제와 지정토론이 모두 끝난 후, 참석자 전원이 참여하는 자유토론이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토론의 쟁점은 발제자가 완성차•부품사 노동자 연대 방향으로 제안한 내용 중에서 ‘현대그룹사노조연대회의’와 자동차분과위원회’를 활성화시키자는 방안을 둘러싸고 형성되었다. 

 

◆ 금속노조 본조 임원
자동차업종은 ‘종합산업’이라 할 수 있다. 비정규직 관련해서는 원래 원-하청 공동으로 회의를 했다. 그러다 보니 내부 논의 분위기가 마치 불법파견 책임이 원청노조인 것처럼 되어버리더라. 하청들 시각에선 책임을 원청한테 던지는데, 그러면 어떻게 토론이 되겠는가? ‘블랙홀’이 돼버린다. 또 사내하청 문제로 원청지부가 오면 불파문제로 블랙홀이 돼버린다.

 

이 책임은 원래 현대차 자본에 있는데, 마치 원청지부의 책임인 것처럼 된다. 그래서 원하청 문제나 미조직 사업 조직화 문제 조차 논의되지 못하게 만든다.  그 때문에 금속노조 논의체계를 비정규직과 미조직으로 따로 분리한 것이다. 자동차업종분과회의도 마찬가지로  ‘불파문제’가 거론되면 다른 문제들을 모두 흡수하는  블랙홀이 되기 때문에  분리하게 됐다.


다음으로 의제가 서로 다르다. 완성차는 완성차, 계열사는 계열사의 고민이 있으며, 계열사 중에서도 모비스와 다른 계열사의 고민이 서로 다르고, 부품사는 부품사대로 고민이 있다.  자동차 단위 내에서도 완성차는 완성차, 모비스 단위는 모비스, 부품사는 부품사 단위별로 ‘더 촘촘한’ 회의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왜 금속노조가 부품사 문제를 고민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부품사들을 모두 모아놓고 보면, 그들끼리도 의제가 서로 너무 다르다. 예컨대 엔진부분은 발모•블랙헤드를 만드는데, 대화가 서로 안 썩인다. 이것을 종합할 수 있는 부분은 자동차(완성차)밖에 없다. 이런 문제들을 세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발제 내용 중 금속노조의 ‘중앙교섭’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선, 분명 현대차 재벌이 그것을 반대하고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존 중앙교섭 산별협약대로 한다면 불파를 정규직화 해야하고, 해외공장 설립이나 공장 증설도 다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 그런 부담이 있기에 그들이 안 온다. 자신이 안 올뿐만 아니라, 1000인 이상 사업장을 모두 빼가 버렸다. 중앙교섭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다.

 

그래서 4만 8천명까지 갔던 중앙교섭이 지금은 1만 7천 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이걸 다 버리고 다시 해야 하나? 여기엔 그동안 중앙교섭을 지켜왔던 동지들에 대한 배려가 있으며, 이런 역사성이 고려돼야 한다. 새로운 교섭체계를 만들기 위해 현대-기아 공동교섭도 추진해 보았고, 대정부 교섭도 추진해 보았다. 현대차지부가 자신의 기득권을 안 내려놓으려 하는데, 그런 면에선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이런 어려움들이 존재한다.

 

◆ 김용복 (현대모비스 창원지회 고용부장)
본인은 현대차그룹노조대표자회의에 참가하고 있기에 말씀드리면, 위 동지 말씀이 맞는 것 같다. 다 모아놓고 나면 중구난방이다. 올해 특별성과급 관련하여 볼 때 각 부품사들의 사정이나 요구가 모두 달랐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표자회의가 그런대로 잘 된 편이었는데, 올해 들어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계열사나 부품사들이 완성사에 대해 자꾸 기대하고, 그런 만큼 실망이 커지고 대표자회의가 유명무실해져 가고 있다.

 

6월 달 회의가 7월 달로 미뤄지고, 7월 달엔 양재동 농성을 하기로 했는데 완성차가 빠지겠다고 해 그것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우리가 ‘자동차산업’ 전체를 가지고 얘기해야 하는데 다른 부수적인 것들이 자꾸 개입한다. 활동가로서 혹은 노동조합 간부로서 당장 해결해야 할 것들만 들고 나오니깐 회의가 원활하게 굴러가지 않는다. 완성차를 참여시킨 그룹사 회의는 이런 문제점들이 있다.


부품사연석회의 관련해서 보면, 재작년 금속노조 11기 집행부 때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주제로 부품사연석회의를 개최했다. 100명 가까운 지회에서 왔는데, 내가 경험한 금속노조 회의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왔던 것 같다. 그때 금속노조 본조는 ‘노정교섭을 통한 산업전환’을 기조로 한 발표를 했다.

 

참여한 부품사 간부들은 산업전환에 대해 뭔가 비전을 찾기를 기대했는데, 그 회의에 굉장히 실망들 하고 돌아갔다. 내용이랄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노정교섭’에만 주안점이 두어져 있고, 정작 부품사 노동자들이 궁금해하는 현재 우리 회사가 유지될 수 있을까, 산업 전반이 어떻게 바뀔지 이런 얘기들을 듣지 못했다. ‘욕구’와 ‘설명’이 맞지 않았던 것인데, 그 이후로는 부품사연석회의가 제대로 못 모이고 있다.


그렇지만 본인은 금속노조 차원에서 어떻게든 사람들을 모아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지 그 반대는 아니다. 비록 당장은 명쾌한 답은 안 나오지만, 그래도 각 부분들의 돌아가는 사정이나, 자본가와 정권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지 등을 감 잡을 수 있다. 흩어져 가다 보면 이런 것들을 파악할 수 없어, 최대한 연대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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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 현대모비스 창원지회 전 지회장)
부품사 중에서도 규모가 있는 회사들의 경우 굳이 완성차와 논의하거나 연대할 필요성은 절실하지 않다. 기아차와 현대차에 납품하는 회사들도 자본의 힘이 있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하지만 부품사 중 내연기관차 부품에 해당하는 곳은 고용위기를 느낀다고 본다. 특히 부품사 정규직사업장을 축소하고 미조직 신생 업체로 만들어 고용불안을 일으킨다. 


한번은 현대모비스 충주공장 전동화 부품 생산하는데 현대차지부 간부가 현장순회를 하면서, 그곳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에서 “사실은 우리가 할 일들인데”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소리를 들은 부품사 노동자들과 과연 원-하청 연대가  잘 이루어질 수 있겠는지 고민이 된다.   

 

◆ 오승진 (창원 두산공작기계  노조 위원장)

우리 노조는 ‘기업노조’로 2월에 조직개편 투표를 했는데 10여 표차로 금속노조 가입에 또 실패했다. 그때 ‘노동자계급의 계급성, 산별노조’를 타이틀로 내걸었다. 2021년에도 조직 전환 투표를 했었는데, 그 당시 회사 매각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하리라고 봤지만 실패했다. 올 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발제자가 말씀하신 “원-하청 연대 어떻게 가능한가”에서 금속노조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 금속노조의 위상은 대내외적으로 과거보다 많이 약화됐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한국노총 소속이나 금속노조으로 소속을 바꾸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앞서 글로비스와 모비스 동지가 성과급문제 등  자기사업장 현안문제를 제기했는데, 저는 오늘 토론 주제가 “금속노조, 산별노조의 계급적 위상을 어떻게 완성시키고 만들어갈 것인가”라고 본다. 발제의 핵심 내용은 금속노조를 계급적 산별노조로 완성시키기 위해, (단순히) 연대가 아닌 ‘계급적 조직’으로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완성차 사업장이 제대로 해야 한다’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우리 사업장 스스로 하지 않는다면 금속노조가 해줄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금속노조로 조직전환을 위해 두 번씩이나 투표에 부쳤던 것은, 계급적 연대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계급의식에 입각해서 ‘노동자’로서 당연히 금속노조 쪽으로 가야 한다는 원칙을 조합원에게 호소했던 것이다. 개별화되어 있는 원청과 하청의 연대가 아니라, 금속노조를 통해 함께 묶는 것이 과제다.

 

◆ 강진관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울산지역 공동위원장)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본다. 이미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것을 이루지 못하는 나라는 세계적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내연기관차 생산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닥칠 때, 그것을 금속노조와 완성사, 부품사가 총단결을 통해 지켜낼 수 있느냐이다. 다른 하나는, 전기차를 비롯한 핵심부품을 둘러싸고 완성차와 부품사 간 물량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현대차지부가 사측과 교섭 때 전년도 수준의 고용•물량의 유지를 요구조건으로 내걸었다. 그것은 미국 노동자와 한국 노동자의 대립 싸움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본다. 우리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에 있는 공장을 폐쇄하라는 것인가? 이것은 과연 우리가 계급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요구일까? 이런 문제는 국내 공장에선 상호 간 물량 싸움으로 나타나게 된다.

 

금속노조, 완성차, 부품사 간 허심탄회한 토론이 필요하다. 그 결론은 응당 첫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자동차산업의 총고용 보장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둘째, 완성사와 부품사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이어야 한다. 이 두 가지에 승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 

 

◆ 김미옥 (현대글로비스 울산지회 사무장)
지회 간부 및 현장 조합원들의 생각은? 글로비스지회도 단체교섭 요구안을 하고 있지만, 현대차지부의 ‘정년연장’ 요구에 대해 조합원들은 청년실업을 해결해야 하는데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것은 이에 반하기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또 전기차 전환에 있어 완성차지부는 주요 부품의 내재화를 요구하지만, 그럴 경우 부품사는 고용창출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 강봉진 (현대차지부 조합원,  <노동자함성> 발행인)  
지금 현대차 내에는 주니어 촉탁 계약직 5천 명, 시니어 촉탁직 2천 명이 있다. 이들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이에 대해 신규채용으로 청년실업, 청년고용 촉진하는 것과 현대차지부가 요구하는 국민연금 수령과 연계한 정년연장은 상호 충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현대차 2만여 명의 조합원의 투쟁 동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촉탁직 폐기와 신규채용 투쟁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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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역대 최대규모 ‘최저임금’ 투쟁 벌인다

'6.24 민주노총 집회', 교육공무직 중심 5천명 상경키로

2023.06.14

환경시민

울산 진보3당, ‘재벌 흉상건립 추진’ 반대

울산의 산업화는 노동자가 이뤘다!

2023.06.12

지역노동

[투고]  박천동 북구청장은 북구시설관리공단 관리책임을 다하라!

이관우 이사장은 노예계약서, 강사해고 철회하고, 회원갑질 사과하라

2023.06.10

환경시민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일본 정부’ 를 국제기구에 제소 하라!

울산 시민단체, 윤석열 정부와 울산시·의회에  촉구

2023.06.08

지역노동

경동도시가스고객써비스센터분회, ‘공급비용 산정방식’ 전면 수정 요구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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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노동

부울경 건설노조, “기계건설장비로 태풍피해 막겠다”

지자체·경찰청·소방본부 등 관계기관에 협조 부탁

2023.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