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ㅡ 2025년도 최저임금 투쟁 특별 기획 시리즈②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의 허구와 억지
노동과 세계
등록일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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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최저임금운동본부가  지난 6월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관 앞 계단에서 2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법 차별 적용 조항 폐지를 촉구했다. 

 

 

최저임금 제도는 1987년 노동자 투쟁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시행 36년이 되는 올해 우리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시대를 살고 있다. 정권과 자본이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시도가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는 정부와 사용자측의 차별 적용 관철 시도가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민주노총의 투쟁이 더욱 절실한 때다. 이에 〈노동과세계〉를 통해 최저임금의 역사와 의미, 차등적용의 허구성과 억지성, 나아가 최저임금을 올리고, 넓히고, 고쳐야되는 이유에 대해 기획기사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노동과세계 편집자주] 

 

                     [순서]
① 최저임금 도입의 역사와 과제
②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의 허구와 억지
③ 최저임금, 이제는 적용범위와 금액 대폭 늘리자!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기업과 자본을 대표하는 사용자위원들은 오랜시간 동안 최저임금 제도에 균열을 내는 차등적용(이하 차별적용) 주장을 '난사'해왔다. '누가됐든 하나만 걸려라' 하는 식으로 연령별, 지역별, 직업별, 규모별로 타겟을 바꿔가며 최저임금 차별 대상으로 욱여넣으려 했다.

 

사용자위원들이 해마다 지목하는 차별적용 대상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임금차별'의 칼 끝이 노리는 것은 언제나 가장 불안정한 저임금 노동자들이었다. 자본이 끊임없이 차별적용을 내세우는 목적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낮추고, 특히 취약계층 노동자에 대해 저임금 착취 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사용자위원의 주장은 논리와 근거가 늘 빈약했지만, 노동자의 '임금 사회안전망'에 구멍을 뚫기 위해서 임금차별을 매년 집요하게 고집해왔다. 그리고 올해는 친자본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권에서 최저임금위원회에 친자본 성향의 공익위원을 배치하면서 자칫 차별적용이 통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짓과 억지로 점철된 사용자위원 '최저임금 차별적용'
'차등적용 한다'는 해외 살펴보니 최저임금+추가임금
'월급주면 안남는다'는 업종들, 알고보니 임대료 문제

 

<노동과세계>는 지난 10년간의 최저임금 차별적용 논의를 살펴본 뒤, 사용자위원들의 주장이 왜 거짓이자 위법인지, 또한 현실적으로도 실현될 수 없는 허구인지 알아봤다. 최저임금법 4조는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제도 탄생 직후 단 한차례 적용된 뒤 지금까지 시행되지 않았다. 법조항이 있지만 시행조차 되지 못한 것은 그만큼 헛점과 취약점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나아가 최저임금법 4조는 최저임금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고 현실적 집행 능력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따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민주노총은 소모적 논쟁을 야기하고 있는 '차별적용'을 이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닥 밑에 바닥 짓자'는 불가능한 소리를 끝내야 할 때다.

 

사용자위원들은 '일률적 최저임금'으로 인해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특정 직종이나 지역, 규모에 따라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해외에서도 지역별 직업별 차등적용이 실시되고 있다고 근거를 댄다. 그러나 최저임금위원회가 발간한 '주요국가의 최저임금제도'가 이를 반박하고 있다.

 

발간자료에 따르면, 국가최저임금제를 기본으로 하면서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나라들은 모두 11개국이고, 이들은 대부분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에 업종별, 지역별 임금을 더 높게 책정하고 있었다. 이는 사용자들의 주장과 정반대되는 사례다. 또한 이는 한국이 비준한 ILO 협약(고용 및 차별에 관한 협약)에도 위배 사유다. 

 

 

경영계가 가장 우선해서 임금차별의 대상으로 삼았던 이들은 사회적으로 가치절하된 노동자들이었다. 택시, 경비, 숙박음식업, 이미용업, 편의점, PC방의 노동자들은 차별적용을 주장할 때 가장 먼저 호출됐다. "직무 난이도가 동등하지 않음에도 동등한 임금 지급은 불합리하며, 직무가치나 업종상황을 제대로 반영해 (차별적용)해야 한다"는 2019년 최임위 사용자위원들의 발언이 노동에 대한 비틀린 인식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사용자들이 줄창 주장하는 차별적용 업종 14개를 살펴보니, 이들 업종의 노동자의 임금은 낮은 편이지만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최하위’가 아니라 중하위 또는 중위 이상이라는 연구결과(최저임금 사업의 종류별 적용 관련 기초통계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경영계는 특히 음식·숙박업, 편의점업, 택시 운송업에 대해 우선적으로 차등적용을 시행할 것을 주장하지만, 지목된 3개 업종의 영업비용을 분석한 결과,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임차료를 포함한 기타 영업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임 못주는 사장님 범법자 만들거냐' 협박성 발언도
최저임금 기준 아닌 '지불능력' 매번 들고나와 '억지'

 

'(최저임금) 지불능력 없음' 또한 단골 소재로 사용되는 핑계다.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는 최저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으므로,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은 법정 하한선(최저임금)보다 낮게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못 주는 사업주(사장)들을 전부 범죄자로 만들고 싶은 것이냐"는 식의 협박도 나온다. "한 산업 전체를 범법자로 만들 것인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2019년 사용자위원 발언과 같은 어깃장도 매해 전해지고 있다.

 

이미 영세 자영업에서는 최저임금 미만율(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적은 노동자들의 비율)이 큰데, 이 비율이 더 커지면 안되니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말자는 주장도 매번 나온다. 둑에 구멍이 나서 물이 새고 있으니, 아예 둑을 터트려서 물이 새는 일이 없게 하자는 셈이다.

 

우선, '지불능력'은 최저임금 결정의 고려대상이 아니다. 법에서 명시하는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은 '노동자(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이다. 오히려 최저임금법은 지불능력이 없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도, 국가로부터 강제된 법정임금을 통해 생계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노동자 보호의 목적을 담고 있다. '지불능력'을 기준 삼으라는 사용자들의 말은 근거가 없을 뿐더러 일을 하는 노동자라면 최저선의 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사용자들, "알바생과 노인, 최저임금 깎자"며 우격다짐 
"'값싼' 외국인과 일자리 경쟁 위해 내국인 임금 낮춰야"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차등적용을 지급하자는 주장 말고도 사용자들은 여러 갈래로 노동자들을 나눠가며 차등적용을 시도해왔다. '용돈벌이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은 차별해서 낮게 줘도 되지 않냐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생계를 위한 노동과 아르바이트를 갈라치면서 '노동의 진정성'을 트집 잡은 것이다.

 

2016년 사용자들은 "편의점, PC방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보조소득원'으로서, 용돈 등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으로 최저임금의 소득분배개선 효과가 미흡하다"며 임금차별을 주장하여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청년층의 임금을 '후려치기'하려던 그 해, 사용자위원들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최저임금도 깎으려 들었다. "획일화된 최저임금은 노년층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사업의 종류별 최저임금 도입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내국인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차별적용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용자위원은 2022년 "건설업, 조선업의 경우 외국인근로자(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구분적용(차별적용)을 통해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싼 값'에 착취하고 있는 현장에서 내국인이 일자리를 얻으려면 마찬가지로 차별임금을 받으면 된다는 논리다. 이밖에도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될 때면 "지역별 경제규모 수준을 고려해" 지역별 최저임금을 지급하자는 발언을 빼놓지 않는다. 최저임금법에는 연령과 지역에 따른 차등적용을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이같은 사용자들의 우격다짐은 해를 거듭하며 계속되고 있다.

 

2016년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 회의록
                                                                                                                     2016년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 회의록

 

 

근거도 타탕성도 없는 '생떼' 번번히 부결
현실적 차등적용 행정 집행할 능력 없어

 

사용자들의 '생떼'는 번번이 가로막혔는데, 이는 노동자들의 거센 투쟁과 더불어 임금차별의 근거를 입증할만한 증거(통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용자위원들이 숙박음식업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용을 얘기하며 "모텔과 식당 사업주들의 지불능력이 부족하니 최저임금 이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도, "대형 호텔과 프랜차이즈 등, 대기업 대규모의 숙박업 음식업 노동자에도 같은 잣대를 주장할 수 있냐"는 노동자위원의 반박에 대답하지 못하는 식이다.

 

사용자위원들은 이같은 지적이 나올 때마다 "통계자료가 구축되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없다"면서 매번 "관련 통계는 소상공인, 대기업-중견기업을 구분하는 등의 세분화 해서 국가에서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표결에서 늘 패배했다. 2023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연구한 결과(최저임금 사업의 종류별 적용 관련 기초통계 연구)에서도 차별적용의 타당성을 찾지 못했다.

 

민주노동연구원이 4월 발행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리의 허구성' 워킹페이퍼에 따르면, 차등적용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제도적 능력, 임금통계의 질, 행정 집행 능력, 최저임금제도를 보완하는 조세와 보조금 정책 등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조건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업종을 어떤 기준으로 분류할 것인지 판단하는 기초자료조차 없다는 것이다. 가령 업종별 생산성 차이의 기준지표를 노동생산성으로 할 것인지, 영업이익률로 할 것인지 합의된 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 사진=백승호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

 

'윤석열 인사' 공익위원들에 우려 커지는 '차등적용'
노동계, "현대판 신분제 막자" '최임 차별금지법' 발의
민주노총, 조직된 노동자가 단결된 힘으로 맞서자 '호소'

 

경영계가 이번 차등적용 논의에서 꺼내들 카드는 '돌봄노동-이주노동 차별'이 될 것으로 노동계는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돌봄노동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유입하고, 이들에게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지급하자'는 골자의 이슈노트를 발행한 바 있다.

 

자본은 닥치는대로 임금 안전망을 허물기 위해 공격해왔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더욱 심상치 않다. 올해 새롭게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로 배치됐기 때문이다다.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원칙이 무색하게 최저임금은 늘 정부의 의지대로 결정돼 온 바, 윤석열 대통령을 등에 업은 사용자들의 막무가내식 차별적용 밀어붙이기에 정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차별적용의 또 다른 이름은 ‘현대판 신분제의 부활’이다. 일하는 곳에 따라 차별된 임금을 적용받아도 된다는 결정이 나오면 이는 연령별, 지역별 나아가 성별에 따른 차별이 가능해지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맞서는 상대가 세면 셀수록 투쟁의 머리띠를 더욱 단단히 매는 게 민주노총이다. 해마다 차별적용 논의를 ‘올해도 무사히’ 넘길 게 아니라 아예 차별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최저임금 차별금지법’ 입법투쟁에도 나섰다. 오는 13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투쟁 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릴 예정이고, 오는 22일에는 서울도심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개최된다. 조직된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임금의 최저선을 뚫으려는 자본의 개악시도를 저지해야 한다는 호소가 함께한다.

 

출처:   노동과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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