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담하게도 정의선의 심기를 보위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치워버린 자는 결국 경찰로 대표되는 국가였다.
강빈 변호사 (금속노조 충남법률원)
등록일 :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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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정의선 회장이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방문하는 일정에 맞춰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지회가 선전전을 열자 이를 원청 관리직들이 나서서 가로막고 있다. 


경찰 조직을 우리는 흔히 ‘민중의 지팡이’라고 부른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말의 어원은 명확하지 않으나, 민중들이 힘들 때 버팀목이 되어주고 의지가 될 수 있는 지팡이와 같은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적으로도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조 규정으로 경찰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경찰의 직무에 재량이 있다고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그 직무의 목표와 행사의 한도를 명확히 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대한민국의 경찰은 노동자들 앞에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것을 명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까맣게 잊는 것 같다. 국가에 의한 보호를 제공하는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억압하고 징벌하는 공포의 몽둥이가 된다. 유독 이번 정권 아래 경찰의 “빠따질”은 예상보다 더욱 뜨겁고 매운 것 같다. 

 

지난 5월 4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일하고 있는 8명의 노동자는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이 당진제철소를 방문한다는 소식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실상을 알리고 법원의 판단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목소리를 내기 위한 평화로운 선전전을 준비하였다. 그러나 노동자 8명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려 하자 소위 ‘구사대’라 불리는 현대제철 사측 인원 약 50명이 이들을 둘러싸고 현수막과 피켓을 빼앗으려 했다.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충남 당진경찰서의 경찰병력이 현장에 나타났다. 현장의 경찰들은 폭력을 행사하는 구사대가 아니라 오히려 폭력을 당하고 있던 노동자들에게 ”미신고 집회“를 중단할 것을 종용하였다. 곧이어 경찰은 해산명령을 하였다. 경찰은 해산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산명령을 한 후 “사측에서 나온 사람들 체포행위 방해하면 공무집행 방해로 체포될 수 있다”라는 통지로 구사대를 현장에서 피신시켰다. 

 

노동자들을 가로막던 구사대가 빠져나가자 경찰은 해산명령에 불응한 행위를 이유로 노동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시작했다. 한 노동자는 경찰에게 목이 뒤로 졸려 땅바닥에 팽개쳐졌으며, 이로 인해 상해를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노동자가 땅바닥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경찰은 부상상태를 확인하거나 응급처치를 하는 대신 사지를 들어 체포를 완료하였다. 다른 노동자는 도주, 폭행, 소요, 자해 등의 우려가 높다고 판단될 때 사용하게 되어있는 뒷수갑이 채워져 경찰차에 강제로 집어 넣어졌다. 체포에 협조한 또 다른 노동자에게도 여지없이 쇠고랑이 채워졌다. 심지어 체포된 노동자들에게 미란다 원칙 고지 등 피체포자에 대한 권리고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평화로운 집회를 하던 당진제철소의 노동자들에게는 보호해 줄 조국은커녕 무자비한 경찰의 폭력만이 있을 뿐이었다. 사실관계를 듣기만 해도 무도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이를 법적으로 분석해본다면 경찰의 현행범체포에는 크게 4가지의 위법이 있었다.

 

첫째 경찰의 해산명령은 부적법했다. 해산명령을 할 때는 그 사유가 집시법의 어느 사유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고지하여야 하며, 정당하지 않은 사유를 고지하여 해산명령을 한 경우에는 그러한 해산명령에 따르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선전전은 ① 대중의 통행이 제한되는 장소에서 행해져 제3자의 법익과 충돌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어 집회 신고의 대상이 되지 않고, ② 선전전은 8인에 불과한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 간부들이 현수막을 펼치고 피켓을 드는 등 평화로운 방법으로 진행되어 폭행이나 손괴등의 위험성이 없어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의 해산사유가 없었으며, ③ 노동자들은 질서 또는 공공의 안녕을 위협한 바가 없었고 오히려 구사대가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는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의 해산사유가 없었다. 이와 같이 경찰은 전혀 해산사유가 인정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을 해산명령 불응을 이유로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다. 

 

둘째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기 위해서는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당시 현장의 노동자들은 체포 직전까지 구사대에 둘러싸여 몸을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이었고, 당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경찰과 구사대들까지 핸드폰이나 캠코더를 사용하여 모든 순간을 채증하고 있었기 때문에 도주 또는 증거인멸이 불가한 것이 명백하였다. 경찰은 현행범체포의 필요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을 체포한 것이다.

 

셋째 백번 양보하여 체포사유가 인정된다고 가정한다고 할지라도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조 제2항 규정으로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안된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가만히 있던 노동자를 뒤에서 목을 조르는 형태의 거친 물리력이 행사되었고, 수갑을 채울 때도 강한 위험성이 있을때만 사용하게 되어있는 뒷수갑을 채우는 등으로 경찰 체포의 양상이 필요최소한도에 머무르지 않고 극도로 폭력적이었다. 

 

넷째 심지어 체포 이후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 등에 대한 권리고지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권리고지에 대한 내용은 경찰공무원이 아니더라도 통념을 가진 시민이라면 체포에 있어 소위 “미란다 원칙”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체포시에 형사소송법상 고지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은 절대 적법한 직무집행이 될 수 없는 수준이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경찰에게는 평화로운 선전전을 진행하던 노동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는 법령상 요건이 인정될 수 없으며, 체포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이 인정될 수 없었다. 따라서 경찰의 현행범체포는 경찰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행위이나 실질적·구체적으로 위법하여 직권을 남용한 것이 명백하다. 또한, 현장에는 경찰의 위법한 직무집행을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경찰 지휘관들이 현행범체포를 지휘하였으므로 명백하게 불법적인 직무집행에 대한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 또한 인정할 수 있다. 경찰은 불법체포 및 그로 인한 상해의 책임을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리 정리를 해 놓고 나니 명백해진다. 이번 사건은 누가 봐도 경찰이 명백한 위법을 저지르면서까지 노동자들을 체포한 사안이다. 왜 그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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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을 결의하며 구호를 외치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지회 조합원들.



그 날은 정의선 회장이 당진제철소에 방문을 하는 날이었고, 그의 심기에 거슬리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하는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피켓팅은 그의 심기를 거스를 것이 틀림없기에 누군가는 그 노동자들을 “치워”야 했던 것이다. 참담하게도 결국 정의선의 심기를 보위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치워버린 자는 결국 경찰로 대표되는 국가였다. 국가가 자본가의 심기를 위해 명백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경찰은, 국가는 헌법에 명백하게 규정된 집회·결사의 자유(헌법 제21조 제1항) 및 노동자의 노동3권(헌법 제33조)이 자본가의 기분보다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가는 일개 자본가의 심기 경호원이 되어버린 것이다. 노동자들에게는 조국이 없다는 사실이 참담하게도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2023.05.17 

출처:  노동과 세계

 

5월18일 금속노조  충남지부 결의대회!!
현대제철 자본 비호, 공권력 불법 남용
당진경찰서 규탄! 최성영 당진서장 사퇴! 
당진경찰서에 당진경찰서장 불법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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