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논평
울산함성 편집위
등록일 : 2024.07.02
노동과세계.jpeg.jpg
<노동과세계>  기사 중 사진 장면.

 

1.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세계>에서 6월 25일자로 본지에 노동과세계의 기사에 대해 “무단전재 금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왔다. 그동안 본지가 노동과세계 측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그쪽 기사를 이용해왔다는 것이며, 이처럼 기사를 무단전재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귀 언론사의 기사 상당수가 민주노총 기관지인 ‘노동과세계’의 기사를 무단전제 하거나 2차 가공되어 유포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무단전제를 금지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합니다.” (노동과세계)

 

본지가 그쪽 담당자와 연락하여 상황을 파악한 결과, 이미 자기네는 자체 회의를 통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기에 이 결정은 번복이 어렵다는 태도였다.  본지는 결코 노동과세계 기사를 상업적 용도로 이용한 바가 없으며,  또 노동과세계의 그 같은 조치는 공공조직인 민주노총의 목적과 그 기관지인 귀 언론사의 창간 취지와도 어긋나는 일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힘없는 약자의 항변에 불과했다. 울산함성이 민주노총 활동을 조합원과 노동자들에게 널리 알리는데 나름의 기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부분에 대해서도, 그것은 자신들의 조직 체계를 통해서 하고 있으니 울산함성이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태도였다.


여기서 우리는 민주노총 기관지의 본분은 무엇이며, 그것과 일반 노동자 독립언론과의 관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jpg
<노동과세계>가  지난 6월 24일 울산함성에 보낸 공문

 

2. 
노동과세계는 120만 조합원을 가진 민주노총 기관지로서 천연적인 장점을 누릴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이 낸 조합비로 자체 취재기자를 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민주노총이 전국적인 조직인 덕택에 각 지역본부나 가맹 산별/연맹 조직으로부터 다양한 현장 소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이점을 마치 특권처럼 노동과세계만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생각이다. 그것이 민주노총의 설립 취지나 그 기관지인 노동과세계의 창간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 땅 노동자계급의 권익을 옹호하고 진보적 사회의 건설과 궁극적으로 노동해방을 지향할 것을 목적으로 지난 1995년 설립되었다. 노동과세계 역시 민주노총의 기관지로서 그 창간 취지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만 언론 영역에서 민주노총이 표방한 목적 달성에 복무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조합원들의 헌신과 전폭적인 협조 속에서 노동과세계가 생산하는 기사들은 그러한 목적에 봉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기사들은 마땅히 전 조합원들에게 널리 공유되는 것을 자신의 주요한 임무로 삼아야 하며, 여기서 별도의 자기의 이해를 가져서는 안 된다. 그것이 노동과세계가 자기 사명을 다하는 길이자, 또한 궁극적으로 언론매체로서 발전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점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울산함성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그렇다면 다른 노동자언론과의 관계 역시 자명해진다. 울산함성과 같은 노동자 독립언론이 노동과세계의 기사를 널리 공유하고 전파하는 것은 이 같은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잘한 일인가 아니면 잘못한 것인가? 당연히 잘한 일이며, 민주노총의 발전이나 전체 노동운동과 노동자언론의 발전에도 유리하다. 노동과세계가 비록 자체 유통망을 통해 자신의 기사를 배포한다고 할지라도 그 한계는 명확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노동과세계가 자신의 기사 전파의 유력한 수단으로 삼고 있는 텔레그램 구독 회원의 경우 현재 대략 4천여명 정도이다. 이 숫자는 다른 진보 언론매체에 비한다면 단연 압도적으로 많지만, 그러나 120여만 명의 조합원을 염두에 둘 경우 겨우 0.4%에도 못 미치는 매우 적은 수자라 할 수 있다. 물론 노동과세계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하여 열람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주변의 사례를 보면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그 밖의 이러저러한 방법을 동원한다 할지라도, 우리가 피부로 느끼기엔 민주노총의 돌아가는 소식을 잘 모르는 조합원과 노동자들이 태반이다. 그것은 지금의 노동과세계의 제한된 영향력과 함께 기사 전파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부족함을 보충해 주는 것이 울산함성과 같은 노동자 독립언론을 표방하는 매체의 역할 이다. 그것은 마치 가는 모세혈관이 촘촘한 실핏줄을 통해 인체 곳곳에 피를 골고루 공급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 울산함성이 하고 있는 역할이 바로 그것인데, 이곳 울산의 노동자들에게 지역 노동소식뿐만 아니라 민주노총과 전국노동 소식을 알려주고, 나아가 각종 텔레그램이나 단톡방 등 울산함성이 관계하는 SNS를 통해 노동과세계가 널리 촉수를 뻗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울산함성과 같은 노동자 독립언론의 존재가 과연 민주노총이나 그 기관지인 노동과세계에게 있어 이로운가, 해로운가? 누구한테 물어봐도 그 해답은 자명하다.

 

3. 
그런데도 노동과세계 측은 마치 울산함성의 ‘기사 공유’가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듯한 태도다. 전화상 통화에서 그쪽 편집인은 노동과세계의 기사를 전재(轉載)할 때 울산함성이 비록 말미에 그 출처를 밝히고는 있지만, 울산함성의 ‘무료구독신청’ 링크를 그 밑에 달아서 결국 자기 독자를 늘리려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아마도 노동자세계의 독자를 울산함성이 가로채고 있다고 보는 듯하다. 


물론 울산함성 또한 하나의 언론매체이기에 자체 구독자가 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전체로서 한국의 노동자언론이 커나가는 과정이라고 간주하며, 이는 우리 노동운동의 성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현재 한국의 노동자언론이 보수 언론과 비교할 때 힘이 너무 미약한 점은 누구나 통감하는 바이다. 이 때문에 매번 선거나 촛불항쟁 때처럼 대중투쟁의 중요한 고비의 순간에는 애써 쟁취한 성과를 자유주의세력이나 보수세력에게 고스란히 바쳐오지 않았던가? 


감히 단언하건데, 여론이 주도하는 현대사회에서 노동자언론이 부르주아 언론의 장벽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노동해방의 그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부르주아 언론들은 평소 쟁점을 주도하면서 민주노총과 진보세력을 매도하고, 결국 자신들의 지배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대중의 정신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언론이 다수 대중에 대해 전폭적인 영향력을 획득하지 못하는 한, 세상을 바꿀 ‘물질적 힘’은 창출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이 같은 역할을 해줄 노동자언론이 절실히 필요함에도, 안타깝게도 그 성장이 너무 느리고 미약하기만 하다. 노동과세계는 마땅히 울산함성과 같은 노동자 독립언론의 성장을 반기면서, 격려하고 지지하는 입장이어야 마땅하다.

 

4. 
조합원들의 조합비로 운영되는 노동과세계는 당연히 공공 플랫폼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다해야 한다. 물론 그러한 공공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히 무상이어야 하며, 주변의 수많은 울산함성과 같은 노동자 독립언론이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과세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는다. 실제로 그곳 기자들은 조합비로 기본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독자들이 몇 명 늘거나 준다고 해서 노동과세계의 존폐에 어떤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이에 비해 현실의 노동자 독립언론의 처지는 사뭇 다르다. 울산함성과 같은 언론매체의 경우 거의 자비(自費) 혹은 주변의 넉넉지 못한 후원에 기대어 기사를 생산한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계의 보장도 없으며, 오로지 헌신 하나로 버티면서 일한다. 


물론 노동자 독립언론의 영향력이 커지면 이런 문제들은 점차 해결되게 될 것이다. 또 그 과정은 노동과세계의 일부 편집자나 종사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들을 밀쳐내는 과정이 아니라, 전체로서 한국 노동자언론이 성장 발전하는 과정이다. 그 영향을 받아 노동자들의 투쟁은 더욱 활발해지고, 분열된 노동운동과 진보운동 내부의 활발한 사상교류가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노동진영 및 진보진영의 건전한 ‘여론’이 형성되고, 결국 이 같은 기능 덕택에 우리 운동이 단결과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찌 지금처럼 협소한 우물 안에 갇히어 니몫 내몫 따지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 노동과세계 기자들은 마땅히 자신들의 언론 분야의 노동에 대해서 이 같은 폭넓은 관점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만약 개별 기자들의 노고까지 감안해야 한다면, 울산함성 또한 그 기사를 제작한 기자의 이름을 직접 밝힐 용의가 있다. 그것은 오히려 노동과세계 측이 양해할 사안인데, 지금까지는 혹시라도 울산함성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외부에서 오해할 것을 꺼려해 본지가 자진해서 삼가했던 부분이다. 그 때문에 저자란에 일반적 명칭인 ‘노동과세계’를 기재했을 뿐인데, 만약 노동과세계 혹은 기자 본인들이 그런 점을 문제 삼지만 않는다면, 본지는 그 기사를 작성한 노동과세계 기자의 이름을 밝히는 것을 기꺼이 환영하는 바이다.

 

울산함성은 다시 한번 노동과세계가 자신의 본래 창간 취지를 자각하고, 다른 노동자 언론매체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좀 더 관대하길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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