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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토론회’에 관한 울산함성 특별취재기는 수도권, 창원, 울산 등 각지에서 모인 자동차 활동가들이 진지하게 원하청 연대를 모색하는 토론회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토론회에서 주발제자는 한국 자동차시장의 80%를 독점하는 현대차재벌이 2010년을 전후해 자신의 독점력을 바탕으로 모듈화와 서열화를 완성함으로써 한국 자동차산업 부품사 대부분을 수직 계열화시킨 사실을 지적하였다.

 

이 때문에 지금의 자동차산업 원-하청 관계는 일반적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긴밀한 관계가 형성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노동운동에서 갖는 의미는 ‘양날의 칼’이며, 이 때문에 잘만하면 원-하청 노동자의 전략적 연대를 실현하기 위한 유리한 객관적 조건을 제공하지만, 반대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자본의 분할통치가 더욱 관철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지적했다.

 

이 같은 발제 내용은 현재 민주노총을 떠받치고 있는 대표적인 산별조직이 금속노조이고, 그 금속노조의 주력부대는 다름 아닌 조합원 80%를 차지하는 자동차업종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다시 그 자동차업종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 사실상 현대차·기아차 두 완성사를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한국 노동자계급의 원-하청 연대의 실현은 바로 현대차그룹 노동운동에 달려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이 말이 다른 업종에 있어 원하청 연대를 경시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한국 원-하청 연대라는 어려운 문제를 푸는 열쇠가 어디에 있으며, 우리 노동계가 주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모듈화와 서열화가 ‘양날의 칼’이라는 발제자의 주장은 이날 토론회 진행 속에서도 확인됐다. 참석한 일부 부품사 동지들은 자신들의 사업장이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문제에선 완성차와 이해가 직접 충돌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완성차 노동조합이 전기차 전환과정에서 PE모듈의 내재화((배터리·모터 등의 자체 생산조립)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로 인해 자신들의 일자리가 줄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노동운동 진영이 만약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미리 수립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자동차산업의 대격변기를 맞이하여 자칫 원-하청 연대는 고사하고 대립과 분열이 지금보다 더 심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지금 시기 원-하청 연대를 실현하는 걸림돌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이날 토론회의 의의는 적지 않다.

 

구체적인 해결방안과 관련하여, 주 발제 내용과 다른 토론자 간에 노정된 의견 차이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발제를 맡은 김준래 동지는 금속노조가 현대차재벌에 대한 타격에 초점을 맞출 것을 큰 방향으로 제시하였다. 그를 위해 금속노조 내 <현대차그룹노조연대회의>와 <자동차업종분과위원회의> 두 기구를 활성화시킬 것을 방안으로 제시하였다.

 

이 기구에 완성차와 부품사·비정규직 주체들이 함께 참여토록 함으로써 서로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특히 후자의 ‘전투성’이 완성차 내부에도 전파되어 “불법파견 문제, 사내하청 차별문제, 노조활동 탄압 문제 등 현안 문제들에서 그야말로 태풍의 눈”이 됨으로써 원하청 연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을 기대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다른 토론자의 경우 이에 대한 이견을 제시했다. 즉 자신들의 그간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런 회의는 자칫 완성차 지부에 대한 ‘비토의 장’ 내지는 ‘소원수리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기에, 금속노조 회의구조가 좀 더 ‘촘촘히’ 각 분야별로 전문화되고 세분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가 과연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인지 그 근본 원인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회의 운영상의 문제인지, 아니면 좀 더 본질적 요소가 존재 하는지 이날의 토론회는 향후 연구과제를 던져주었다. 

 

비록 이번 토론회에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이날의 발제와 그것을 둘러싼 참석자 간의 치열한 토론의 의의를 부정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번 토론은 자동차산업 원·하청 연대가 지금까지 잘 진척되지 못한 원인을 사실상 두 가지 측면에서 제시했다고 보인다. 즉 금속노조 본조와 대공장 중심으로  널리 퍼져있는 관료주의와 ‘단사 이기주의’가 그것이다. 


 ‘현대차그룹 총수 정의선과의 직접 담판’이라는 진짜 전투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내부의 이 같은  ‘걸림돌’을 걷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이들의 관계에서 볼 때, 대공장에 뿌리 내린 ‘단사 이기주의’에 편승한 사실상의 ‘개량주의’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산별조직인 금속노조로 하여금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도록 만드는 한편, 금속노조 본조 내 일부 상근 간부들의 관료주의와 무사안일주의를 조장한다.  앞으로 이에 대한 더욱 진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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