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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임단협을 앞두고 사측과의 ‘해외연수’, 상식을 벗어났다

 

현대차지부의 안현호 지부장과 지부 임원, 감사위원, 사업부위원회 대표 그리고 지역 및 부문 위원회 의장들이 5월 2일부터 8박 10일간 미국과 일본을 다녀온다고 한다. 


소위 ‘해외연수’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이 같은 일정에 대해 현장 조합원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왜냐하면 현대차지부는 지금 임단투를 앞두고 있고 조합원의 최대 관심사인 해고자 복직,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철폐를 통한 숙련 재고용 폐지, 불법 파견 특별채용된 조합원에 대한 대법원판결 준용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엄중한 시기이다. 이 때문에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5월 총력투쟁과 7월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윤석열 정권과의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현대차지부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지난 4월 7일자 현자 지부신문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노동계는 4월 19일 서울에서 1만 간부 집중투쟁을 시작으로 5월 총파업, 7월 총파업 당위성과 조직률 극대화를 위해 나서고 있다.”고 소개하고, “현자 지부는 노동계의 절실한 대정부 투쟁이 요구되는 상황과 최대성과에 걸맞은 정당한 성과분배, 정년연장을 포함한 단체협상 개정을 앞둔 상황이다.”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임단투를 승리로 이끌기 위한, 그리고 지부가 말하는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7월 총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윤석열 정권의 3대 개악과 민생·경제 파탄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차근차근 조합원에게 알리고 현장을 조직해야 할 때다. 이런 일만 해도 바쁠 텐데 어찌 한가롭게 해외연수란 말인가? 


그것도 자기들끼리만 가는 것이 아니라 사측 관리자들과 함께 간다고 하니 더욱 기가차다.  조만간 서로 얼굴을 붉히고 심지어는 적으로 생각하고 싸워야 할 사측 관리자들인데, 그들과 함께 사이좋게 해외에 나갔다 오는 것이 무슨 투쟁 준비에 도움이 될까? 이렇듯 인간관계를 ‘돈독히’ 해두면 도대체 투쟁할 의지가 생겨날 리 없다. 


과거 어용노조들조차도 드러내놓고 하길 꺼려하는 사측과의 동반 해외연수를, 명색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현장조직 ‘금속연대’가 배출한 집행부가 감행한다니 좀처럼 믿기지가 않는다. 

 

2.  조금씩 후퇴를 거듭한 안현호 집행부

 

안현호 집행부가 2022년 제9대 집행부로 처음 출범할 무렵 현장 조합원과 주변에선 상당히 기대에 찬 시선을 보냈다. 자동차산업 대전환기에 들어선 요즘 고용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조합원들의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고, 차별철폐와 정년연장 등 그간 산적한 사내 문제들에 대한 돌파구가 일정 마련될 것이라는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현대차지부가 전체 노동운동전선의 선봉에서 잠시 한켠으로 비켜서 있던 소극적 태도를 떨치고, 96-97 노개투 때처럼 큰 기여를 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해외연수’ 소식을 들으면서 이런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다는 실망감이 몰려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사실 안현호 집행부는 출범 이후 사측에 조금씩 밀린다는 인상을 주어왔다. 특히 지난해 7월 거제에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이 한창일 무렵 발생한 일을 알만한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금속노조가 7월 20일 총파업을 선언하고 자본과 공권력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전개하고 있을 때, 현대차지부는 돌연 사측과의 교섭을 타결짓고 2022년 임투를 마무리 했다. 이렇듯 현대차지부가 갑작스럽게 전선을 이탈하는 바람에 총파업과 전체 연대전선은 일순간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들리는 말로는 금속노조 지도부가 현대차지부에 교섭 타결을 ‘총파업’ 이후로 잠시 연기해 달라는 ‘특별 부탁’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현호 집행부는 이마저도 뿌리쳤다. 그 때문에 현대차지부는 타결안에 대해서 금속노조로부터 전례 없이 ‘불승인’ 조치를 받았다. 

 

대우조선.jpg

 

그 후에도 안현호 집행부의 갈짓자 행보는 계속됐다. 겉으로는 민주파 집행부로서 대외적으로 ‘강경한’ 척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사측과의 교감 속에 교묘하게 조합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을 했다. 그중 하나가 ‘식당 리딩기’ 문제다. 


안현호 집행부는 지난해 1년 차 땐 분명 식당 리딩기는 사측이 감시용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기때문에 ‘철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제 조합원들에게 ‘거부’ 지침까지 내렸다. 하지만 그 후 사측의 집요한 요구가 있자 올해 들어 2월에 석연치 않은 이유를 내세우며 사내 리딩기의 부활을 허용했다.


또 얼마전 울산함성에 보도된 바 있는 ‘사내 감시카메라’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대응이 미온적이다.  구내버스 감시 카메라의 경우, 이는 원래 사측이 2019년 코로나 때 전염병 발생 상황을 체크하기 위한 명목으로 설치하였다. 그런데 코로나가 일차 종료된 지금까지도 철거되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장 곳곳에 더욱 밀도 있게 카메라가 배치되고 있는 상황이 감지되고 있다. 예컨대 최근 각 정문 출입 차량 감시카메라 공사가 끝난 후 공장 외곽, 구내 버스, 공장 거리 곳곳에 고성능 감시카메라가 증가했다. 사실상 작업공정을 제외한 공장 전체에 조합원 감시체계가 작동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앞서 언급한 식당 리딩기를 포함하여 사측의 공장 감시체계가 이제 거의 완성 단계에 와 있다고 보여진다.(“현대차 공장안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할 상황에 놓였다”, 2023.3.24. 기사 참조)

 

감시카메라.jpg

전 공 장 거리  곳곳에   고성능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차량 속도계

 

3. ‘신노사협조주의’는 안현호 집행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처럼 안현호 집행부의 행보에 대해 우리가 특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현대차지부가 전체 한국 노동운동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이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윤석열 정권의 전면 노동탄압에 맞선 5월 총궐기, 7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현대차지부는 자체 임단협 요구안 확정 날짜를 5월 24일로 잡는 등 대단히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단체교섭 요구안 확정이 이렇듯 늦어지게 되면, 현대차지부가 사측과의 교섭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도 말이다. 


여기에 이번 ‘해외연수’ 건까지 더해지니, 이렇게 가다가는 현대차지부가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에 별반 기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결정적 순간에 동지들 등에 칼을 꽂는 배신행위가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안현호 집행부가 지금 보이고 있는 행태는 명백히 ‘신노사협조주의’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물론 이는 단순히 안현호를 배출한 금속연대 한 정파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번 해외연수에 민주현장, 민주노동자(구 민투위) 등 다른 현장조직의 사업부 대표, 상집 간부들이 함께하고 있는 것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으며, 그들이 속한 조직 역시도 이런 간부들에 대한 통제력을 거의 상실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즉 ‘신노사협조주의’는 현대차지부 내에서는 이미 보편적 현상이 된 것이다.


이제 현대차 노동운동 내의 어용 대 민주라는 기존 구도는 더 이상 유용성을 상실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개량과 변혁’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현장 제 조직의 움직임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1
도다리

어떤 활동가  발언이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대부분의 조합원이 1억원의 임금 그리고 최고의 복지속에서

노동해방을 느끼고 있다 했습니다.

현대차 생산이 컨베이어 시스템이 아니면 과연 파업이 가능할까요?

이 질문을 던집니다.

 

2023.04.22 20:04:53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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