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 국제정세 평가
한설(예비역 육군 준장)
등록일 : 2023.04.18

 

불과 얼마 사이에 세계정세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국이 더 이상 세계 패권국가로서 위상을 유지할 수 없는 티핑 포인트를 넘어섰다는 말이다. 미국 영향력의 약화와 후퇴는 전 세계적 규모로 벌어지고 있다. 워낙 전 세계적 규모로 국제정세가 변화하고 있지만 이를 유형별로 정리해보면 전쟁의 가능성과 군사적 대응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와 동북아지역, 각 지역별로 해당 경제적 종교적 문화권의 주도적 역할이 일어나고 있는 아세안, 중동, 남미, 아프리카 지역으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고 있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우크라이나와 동북아 지역의 상황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 이상 반전이 불가능한 상황을 넘어 섰다. 미국과 유럽이 제아무리 지원을 한다고 해도 러시아를 이길 수 없다. 프리고진이 말한 것처럼 우크라이나에는 멀쩡한 남자가 거의 없다. 전쟁에 끌려가 모두 전사했다. 현재 남아있는 10만에서 20만 정도의 병력도 얼마있지 않아 거의 모두 소모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돈바스 전선에서는 하루 300에서 1000명사이로 우크라이나 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죽어도 너무 많이 죽고 있다. 전쟁이 끝나게 되면 우크라이나라는 인종적 정체성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118089313.2.jpg

중국, 한미 연합훈련 기간 서해 다롄 앞바다서 실탄 사격.  중국이 한미 군사훈련인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합연습 기간인 3월20일 0시부터 24일 24시까지 서해 북부 해역에서 실탄 사격을 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세가 기울자, 동북아지역이 다음 전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대두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도발과 침략이라고 미국은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상 가장 위험한 지역은 남한이 아닌가 한다. 요 며칠사이에 중국은 서해에서 강력한 해군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러시아는 동해에서 태평양 함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같은 시간에 해군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미일 3국의 군사 동맹의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의 군사전략적 협력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우선 표면적으로는 대만문제를 들 수 있겠지만, 사실상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점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미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과거보다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하는 것은 여러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대만을 점령하기보다는 미국의 군사적 관심을 대만으로 끌어 들이고 묶어 두려고 하는 것이다. 미국이 제아무리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전 세계적으로 여러가지 분쟁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거기에 모두 대응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은 미국의 관심을 대만으로 끌어들여 다른 쪽으로 군사력을 전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이런 행동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효과는 물론 중동, 남미, 아프리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 국가들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지원하는 효과도 있다고 하겠다. 

 

20230329501542.jpg

미군 항공모함 니미츠함 부산 입항한 날, 3월28일 러시아 국방부는 “태평양함대 함정 2척이 모스킷 순항 미사일을 해상에 설치된 훈련용 표적에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모스킷 순항 미사일 2발이 약 100㎞ 거리에 있던 표적에 정확히 명중됐다”며 관련 영상도 올렸다. 초음속 대함 미사일 모스킷을 발사하는 모습(동영상 화면 모습)

 

중국과 러시아가 서해와 동해에서 동시에 해군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한미일 3각 동맹의 가능성에 대한 견제일 뿐만 아니라 남한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수출하는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하겠다. 그렇게 보면 중국과 러시아의 훈련은 남한에 대한 무력시위의 성격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미국의 도청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최근 한국의 포탄이 독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도청과 문건의 유출은 위조와 조작이 아닌 사실임이 드러나고 있다.

 

13f6757f-b98f-4e35-8d5b-54eb4c372dd1.jpg

최근 유출된 미국 기밀 문서에는 한국산 포탄 33만 발을 독일로 이송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담겨 있었는데, 지난  4월17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이미 지난달부터 우리 정부가 포탄 수십만 발을 독일로 보내온 정황이 확인됐다.  (MBC 화면)

 

동북아 지역의 정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9월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이후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점차 변하고 있다. 그 이전까지 중국은 북한의 무장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다. 중국은 미국과 손을 잡고 북한정권을 붕괴시키고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는 방안까지 고려했었다. 그러던 중국이 입장을 바꾼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첫째는 북한의 핵능력을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라는 상황에 대한 인정, 둘째는 미국의 영향력을 동북아지역에서 구축하기 위해서 북한과 전략적 수준에서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한국이 안보를 위해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동북아지역에서도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은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수세적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동해안에 들어오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서해에서는 중국 해군이 활보를 하고 있으며 대만을 봉쇄하고 있는데 미국은 별다른 군사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동북아 지역을 제외한 거의 전 세계적 규모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 약화는 이제까지 그 어떤 패권 국가들도 겪지 못했던 동시다발적 상황이다. 워낙 전 지구적으로 동시에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제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여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미국이 남미에서 페루의 의회 쿠데타와 아프리카 수단에서의 군사 쿠데타를 조직해 냈지만 그 정도로는 지금과 같은 변화의 움직임을 저지하기는 어렵다. 

 

중남미에서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주엘라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반미전선, 중동에서 사우디와 이란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정세의 변화,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럽세력의 축출 움직임, 아세안 지역 국가들의 자국 중심주의는 모두 각각 분명한 지향점을 지니고 있다. 강대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실질적인 민족자결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탈식민지 정책이 전개되었지만, 소수의 경우를 제외한 전 세계는 여전히 미국과 유럽의 식민지와 같은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형식적으로는 독립국이었지만 내용적으로는 여전히 식민국가였던 것이다. 그랬던 국가들이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자주국가로서의 위상을 회복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남미, 아세안,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미 움직임은 실질적인 탈제국주의 운동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킴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소진시키고 말았다. 미국은 지금의 상황을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처지에 들어서고 말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대사관 직원을 만나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의 전략적 자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젊고 유능했으며 뛰어난 지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배운지 얼마 되지 않는 한국어를 거의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자였다. 한국의 학자나 정책담당자들 중에서 그만큼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 그런 능력자들이 모여있는 미국이 왜 이렇게 말도 안되는 짓을 저질렀을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마도 미국 정책과 전략가들 중에는 적그리스도처럼 미국을 망하게 하려는 적아메리칸이 존재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미국의 급격한 영향력 상실은 한국에게 가장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한국은 중국이 무너져도 망하고 미국이 무너져도 망한다. 가능하다면 힘의 역학관계 변화가 가급적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발생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다. 지금처럼 미국이 영향력을 급격하게 상실하게 되면 미국의 그늘에서 살아왔던 한국이 활로를 찾을 시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위기보다 더 나쁜 것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 그런 처지에 직면하고 있는 것 같다. 윤석열 정권은 태생적으로 미국 의존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야권조차도 변화하는 상황에 능동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설.jpg

한설
예비역 육군준장
육군사관학교  졸업
러시아 푸룬제 군사아카데미 수료 

 

삭제하시겠습니까?
취소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취소

오피니언

5월 총궐기, 7월 총파업은 위기의 대안을 만드는 기회

 양동규 (민주노총부위원장)

2023.04.21

오피니언

덜도 말고 더도 말고 '선거연합정당'에서 시작하자 

ㅡ 노동당과 녹색당 의석 보장, 정의당과 진보당 지지율 존중되야

김동성 (공공운수노조)

2023.04.20

한찬욱의 총반격

[기고] 미완의 4월혁명은 계속된다!

한찬욱 (사월혁명회 사무처장 )

2023.04.19

한찬욱의 총반격

[기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제3세계의 부상

반둥회의 68주년에 부쳐

한찬욱 (사월혁명회 사무처장)

2023.04.18

오피니언

돌이킬 수 없는 미국의 영향력 약화가 의미하는 것

- 국제정세 평가

한설(예비역 육군 준장)

2023.04.18

함성논평

안현호 집행부, ‘신 노사협조주의’ 우려된다

2023.04.18

1

오피니언

노동자 직접 권력 쟁취하는 계급의식과 조직강화

ㅡ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 어떻게 할 것인가! 

 오세중(노동전선 집행위원)

2023.04.14

오피니언

윤석열식 교육개혁은 교원 구조조정의 시작 

인공지능이 수업진행, 엘리트 경쟁체제 강화로 양극화 심화 

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정책실장)

2023.04.13

오피니언

문제아는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다

한일정상회담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

김장민 (정치학 박사)

2023.04.13

한찬욱의 총반격

[기고] 이 땅이 뉘 땅인데 오도 가도 못 하느냐!

4·9통일열사 48주기에 부쳐

한찬욱 (사월혁명회 사무처장)

2023.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