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차별을 향유해서는 안됩니다
공계진 (사단법인 시화노동정책연구소)
등록일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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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만으론 못 버틴다…현장 떠나는 청년 노동자들. 출처 : KBS 9시뉴스(2023.02.10)
"원·하청 사이 격차 만큼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임금 격차도 심각합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독 우리나라가 더 두드러지는데요, 꿈을 안고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은 저임금을 버티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조합원 동지들의 연봉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는 모릅니다. 금속노조 총무실 동지에게 물어보면 알 수도 있지만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근데, 얼마나 받으셔요?”


현대차 조합원 동지들의 평균연령이 높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짐작컨대 평균연봉이 1억은 넘지 않을까 추정해봅니다. 제가 현대차 동지들의 연봉을 물어본 것은 현대차 동지들의 연봉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시화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에 대해 얘기하기 위함입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의 통계를 인용해서 시화공단노동자들의 규모, 업체수 등에 대해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참조 : 민주노총도 버린 곳, 시화공단). 그런데 그 산단공은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 결과 그들의 조사에서는 임금항목이 빠져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시화노동정책연구소는 시화공단노동자들만을 특화해서 조사한 임금관련 통계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시화공단의 임금에 대해 파악하려면 통계청의 지역별고용조사라는 것을 참조해야 합니다. 매년 두 번씩하는 조사의 원데이타를 구한 후 그것을 활용해서 시흥지역 임금노동자 및 비정규직 현황을 분석합니다. 저희 시화노동정책연구소가 매년 보고자료를 발간하는데요, 통계청이 2022년 하반기 조사자료를 아직 공개하지 않아서 22년 상반기 조사자료를 인용해서 시화공단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유추해보려고 합니다. 

 

2022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남성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325만원입니다. 여성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246.1만원으로 남성에 비해 굉장히 낮습니다. 임금은 연공서열화되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20대가 평균 245.3만원으로 가장 낮습니다. 50대가 343.9만원으로 가장 높습니다. 60대로 가면 다시 낮아집니다. 비정규직은 이보다 낮은데요, 특히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이 가장 낮습니다.

 

규모별로 살펴보면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도 낮아서 5인 미만은 평균임금이 253.3만원이고, 10인 미만은 292.6만원이며, 50인 미만은 292.2만원입니다. 시화공단에 소재한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50인 미만인 점을 감안할 때 임금수준이 낮을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지역별고용조사의 조사에서는 제조업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조업 중심의 시화공단노동자들의 임금은 이보다 높을 것이지만, 도낀개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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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반월시화공단 최저임금 위반 실태조사 결과 카드뉴스!

 

시화공단의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죽어라 잔업특근을 하지 않고 주40시간을 반드시 사수하기 때문에 그럴까요? 물론 이곳의 경우 이전에 비해 노동시간이 짧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전국 평균과 비교할 시 이곳의 노동시간이 더 깁니다. 물론 통계청의 조사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럼 이 곳 노동자들의 노동력의 질이 떨어져서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일까요? 아닐 겁니다. 이곳 노동자들의 노동력의 질 수준은 대공장인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질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 작은 공장 사장들이 특별히 현대자동차 회장보다 악독하여, 임금을 찍어누르고 착취를 극대화하기 때문일까요? 모르긴 몰라도 이곳의 사장들의 악독성은 현대차 회장 수준에 훨씬 못 미칠 것입니다.

 

이곳 노동자들이 저임금을 받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작은 공장들의 경우 원하청구조의 맨 밑부분에 위치해 있어서 바로 위 원청, 그 위에 원청, 최종적인 원청(이를테면 현대차 자본)으로부터 수탈을 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수탈과 수탈이 중복되면서 작은 공장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적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지불능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작은 공장 사장들은 착하다’고 말하려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 역시 자본가인 것은 분명하기에 노동자들에게 적게 주려고 합니다. 실제로 공단에서 만난 어느 노동자가 제게 이런 요청을 하더라구요.

 

“여기 사장들의 임금 내역서는 없어요? 그자들은 우리 임금은 찔끔 올리고, 지들이 다 가져가는 것 같아서 그래요”

 

그렇습니다. 이곳의 작은 공장 사장들이 큰 공장 사장들에게 뜯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밑으로는 자기 공장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것들이 중복되면서 이곳 노동자들의 임금은 현대차 노동자들보다 길게 일하면서도 현대차 노동자들의 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받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이곳 정규직 노동자들을 ‘무늬만 정규직’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는 이곳 노동자들이 현대차 비정규노동자들보다 임금 등 노동조건이 나쁘기 때문입니다. 아, 그렇다고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을 좋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곳 작은 공장 노동자들의 임금 실태를 보다 강조하기 위해서 하는 말씀입니다. 

 

아마도 현대차 조합원 동지들 중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우리의 임금 수준이 높은 것은 자본가가 시혜를 베풀어서 그런게 아니다. 이것은 우리들의 투쟁의 결과이다! 작은 공장 노동자들도 투쟁해서 임금 올리면 되는 것 아닌가?”

 

맞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해야 할 듯 합니다. 현대차 조합원동지들의 투쟁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어용노조를 민주화시키고, 그 힘으로 임금 등 노동조건을 개선한 현대차 조합원 동지들의 영웅적 투쟁은 많은 이들의 본보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생각해보시라고 권합니다. 현대차가 민주노조를 만들고 힘있게 갈 수 있었던 것은 그곳의 규모가 컸기 때문입니다. 현대차 조합원이 4만명을 넘고 있지요? 울산공장이 민주화투쟁의 중심이었는데요, 그곳 조합원이 2만명이 넘는 걸루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곳 시화공단 소재 사업장의 규모는 – 앞 칼럼에서도 말했듯이 – 평균 11명입니다. 이런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이 기업단위로 노조를 만들고, 임금인상 투쟁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런 작은 공장에서 임금인상 투쟁을 하는 기업단위 노동자들은 없습니다. 그 결과 이곳 노동자들은 ‘노조의 달콤한 맛’을 모릅니다. 이곳 작은 공장 노동자들은 ‘ 노동조합이란 큰 공장에 있는 놈들이나 해먹는 거지, 뭔 배부른 소리’라고 자조합니다. 그래서 이곳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무기로 투쟁을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이전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의 뉴스레타에 <투쟁 조끼를 입을 수 없는 노동자들>이란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요, 이곳 노동자들이 투쟁조끼를 입을 수 없는 노동자들입니다.

 

이런 객관적 조건에 처해 있는 노동자들에게 <투쟁을 해서 임금을 올리면 되지 않나?>라는 질문은 질문이 아니라 비아냥, 또는 조롱이 되는 것입니다. 


비아냥, 조롱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현대차와 같은 대공장 노동자들이 시화공단의 작은 공장 노동자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피라미드식 수탈로 모아진 돈이 현대차 자본에게 들어가고, 그 돈의 일부를 풀어 현대차 노동자들의 임금이 작은 공장 노동자들 임금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숨겨진 사실을 인정하고, 

 

임금이 낮은 것은 <저들 때문>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작은 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위해 함께해야 합니다. 

 

현대차와 같은 대공장과 시화공단의 작은 공장간 차별을 만든 것은 1차적으로 대공장 자본이지만 대공장 노동자들이 그것을 그냥 받아먹는 것은 <차별의 향유>에 해당합니다. 

 

이제 우리는 <차별의 향유>가 아닌 <차별의 해소>를 위해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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