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제국주의 논쟁
  • [현대제국주의 논쟁]
백철현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등록일 : 2023.07.20
이라크 침공을 위해 집결한 미군.png
이라크 침공을 위해  대규모로 집결한 미군 병사

 

1)  서방 제국주의의 야만성을 전가하기 위한 신흥 프로파간다로서의 러시아, 중국 제국주의론

 

러시아가 제국주의라는 주장은 현재 전개되고 있는 러-우전쟁을 계기로 더 확산되고 있다. 국제공산주의 진영에서도 이 전쟁이 제국주의 간 전쟁이고 이 전쟁에서 양 제국주의가 패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리스공산당은 이 전쟁이 자원, 시장통제, 지정학적 이점을 획득하기 위한 ‘두 도둑’ 제국주의 사이의 전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전쟁이 제국주의 간 영토 원료 쟁탈전이라면, 2.24 이전에도 첨예한 분쟁에서 그러한 요소들이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전쟁 발발 3개월 전의 성명(“파시즘은 치유될 수 없다!”)을 보더라도 이러한 양상들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원료 수송망을 둘러싼 쟁탈전의 실상을 살펴보면, 러시아와 독일의 노르드스트림2라는 천연가스 수송관이 있는데 이는 양국의 주권에 해당되는 일이다. 이 노르드스트림2 수송을 막은 건 미국의 제국주의 패권일 따름이다.


러시아는 제국주의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약탈하고 돈바스 공화국을 식민지로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다. 치유될 수 없는 파시즘은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의 반동들이었다.


무엇보다 영토 시장 분할전이라면 이 전쟁의 역사적 배경을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소비에트 해체 이후 나토의 동진과 서방 제국주의의 일극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러시아 고립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 서방 제국주의 지원 하에 파시스트들의 2013년 11월 21일 서방의 레짐체인지(정권교체) 색깔혁명인 마이단 쿠데타와 유럽연합 가입을 전면 중단하고 친러 정책을 천명한 2014년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부 전복, 민스크 협정의 두 차례 파기와 젤렌스키 정권 하에서 러시아 주민 탄압, 돈바스 지속 탄압 폭격, 2.24특별군사 작전 개시 며칠 전 고조된 폭격, 러시아언어 방송국 폐쇄와 러시아어 공용어 사용 금지, 젤렌스키의 러시아 제재 운운은 전쟁을 도발하는 주된 요인이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권의 나토 가입과 지상군 배치는 바로 직선거리 약 750여 km, 우크라이나 최북단 기준으로는 약 500km로 모스크바 턱밑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격과 같다.(핵무기 배치 부분은 나무 위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원인 참고)

 

이 핵무기가 배치되면 10여분이면 모스크바까지 폭격당할 수 있게 된다.

 

우크라이나에 미군과 나토군 지상군 배치 역시 러시아로서는 마찬가지로 심각한 위협이다. 이것이 우크라이나 “시장, 원자재 및 수송망의 지배를 위한” 제국주의 간 전쟁이라는 황당한 정식 보다 훨씬 더 과학적이고 역사적이며 현실적인 인식이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러시아가 제국주의적으로 개입했다면 그것은 돈바스의 러시아로의 합병이 돈바스 주권을 강탈하고 인민의 요구와 반대되는 것이어야 한다. 돈바스를 총칼로 짓밟고 ‘점령군’으로 돈바스공화국에 입성해야 한다. 그런데 돈바스 공화국들은 자결권을 선포하고 나서 러시아의 개입을 요청했다. 그리고 보다시피 87%에서 100% 가까이 거의 전적으로 러시아 영토가 되는 것에 열화와 같은 찬성을 표했다.

(전국노동자정치협회, “국제공산주의 운동의 첨예한 쟁점들2”, – 서방 제국주의가 러시아와 돈바스인민공화국을 침략했다!)

 

2004년 발생한 유로마이단 혁명.webp
2013년  11월 21일 서방세력의 지원을 받은 유로마이단  쿠테타로  합법적인 친러 정권이 무너졌다

 

러우전쟁의 성격에 대해서는 이밖에 “미제와 나토의 군사개입과 러시아 경제 제재로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오는가? _ 양두구육의 위선도 내던지고 제국주의 이리가 된 ‘평화주의자들’”, “반제를 ‘미중, 미러 패권주의’ 반대로 내거는 인식상, 실천상 오류(1-3), “집요하게 러시아의 제국주의성을 증명해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는 글과 “베오그라드의 영국 대표단 입장: 나토는 유럽에서 확전을 기도한다! 제국주의자들은 러시아를 소진시키고 경제와 사회를 붕괴시켜 승리를 열망한다!”라는 번역 글 등을 참고하기 바란다.


러시아의 조족지혈의 자본수출 증대를 근거로 제국주의성을 증명하려는 시도도 자본수출의 “현저한 중요성”이라는 레닌의 정식화에 비춰 볼 때도, 앞에서 예를 든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 트로이카 금융 교살 체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사례에 비춰볼 때 현실에 맞지 않다. 심지어 러시아가 미제국주의가 부과한 경제제재를 뚫고 조선에 투자를 하거나 베네수엘라와 경제교류를 하는 것도 제국주의 사례 근거로 드는 경우도 있다.

 

러시아의 시리아전 개입을 근거로 제국주의 근거로 삼기도 하는데, 이는 서방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동맹국 시리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러시아의 시리아전 개입은 서방 제국주의자들이 중동에서 일삼는 천연자원을 위한 약탈전도 아니고 침략전도, 정권교체 기도도 아니었다. 러시아는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을 지지하고 있고 한반도에서도 미국의 호전적인 팽창주의를 반대, 견제하고 있으며 평화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쿠바와 우호적인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 자신도 미제국주의와 서방 제국주의에 제재를 당하고 있으며 제국주의 국가들의 조선, 쿠바, 베네수엘라, 이란 등의 국가에 대한 제재를 반대하고 있다.


소련공산주의와 미국 제국주의가 냉전을 벌이고 있을 때, 소련도 (국가)자본주의라는 논리 하에 “워싱턴도 모스크바도 아닌 오직 국제사회주의”라는 구호가 나타났다. 이 양비론적 구호는 현재는 “워싱턴도 베이징도 아닌 오직 국제사회주의”라는 구호로 대신 나타나고 있다. 그리스공산당은 이북을 족벌체제로, 쿠바는 시장사회주의로, 중국을 제국주의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에 반대하는 입장은 주로 중국이 제국주의이며 신냉전은 제국주의 간 전쟁, 즉 “양 교전 진영이 외국이나 국민을 억압하기 위해 싸우는” 전쟁이라는 전제에 주로 의존한다. 중국이 제국주의 강국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고 신냉전이 제국주의 간 투쟁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다면 워싱턴도 베이징도 아니다 라는 구호는 거부되어야 한다.

(카를로스 마르티네즈(Carlos Martinez), “워싱턴도 베이징도 아니다?”, 2021년 2월 21일)

 

중국이 자본주의이고 심지어 제국주의라는 근거는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근거로 하고 있다.

 

서방 제국주의 언론과 학자들, 심지어 한국에서도 최근 중국을 “실크로드 제국주의”니 “중화 패권주의”니 “유라시아 제국주의”니 “채무 제국주의”니, “정치경제의 예속화”니 하며 신제국주의의 부상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신식민지 자원약탈자”로 행세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부채함정에 빠졌다고 비난하고 있기도 하다. 힐러리 클린턴도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신식민지주의”에 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부채 함정(debt trap)에 대해 브라우티검(Bräutigam) 연구팀은 “중국은 2000년∼ 2015년 사이에 최소 955억 달러를 빌려줬다. 그것은 상당히 많은 부채다. 그러나 대체로 우리의 데이터베이스로 살펴본 중국 대출은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는 아프리카의 심각한 인프라 격차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6억 명 이상의 아프리카인이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대륙에서 중국 대출의 40%는 발전 및 송전을 위해 지출되었다. 또 다른 30%는 아프리카의 무너져가는 운송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데 사용되었다.

 

전체적으로 전력과 운송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투자이다. 그리고 우리는 중국 대출이 일반적으로 비교적 낮은 이자율과 긴 상환 기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실제로 서구 개발 은행이 위험한 대출을 받는 것을 꺼리는 것은 중국 대출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중국은 부채 탕감, 부채 재조정 및 유지가 어려운 상환의 취소에 더 유연한 경향이 있다.


그리고 ‘토지 수탈’에 대해 부유한 중국인이 중국을 위해 식량을 재배하기 위해 아프리카 땅의 넓은 지역을 사들였다는 다양한 이야기는 “대부분 거짓으로 판명되었다… 흔히 묘사되는 것과는 달리, 중국은 아프리카의 농장 농업에서 지배적인 투자자가 아니다.”

(카를로스 마르티네즈(Carlos Martinez), “워싱턴도 베이징도 아니다?”, 2021년 2월 21일)

 

그러나 투자와 제국주의 사이에는 등호(等號)가 없다. 앙골라는 포르투갈에 대한 광범위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에서 제국주의 세력이 아니다.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인프라와 금융의 심각한 격차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혜국에서 환영받고 있다. 거래는 강제 없이 주권과 평등을 기반으로 수행된다.

 

진보적인 그리스 경제학자이자 전 정부장관인 야니스 바루파키스(Yanis Varoufakis)는 “중국인은 서구인들이 결코 헤아릴 수 없는 방식으로 비개입주의자이다… 그들은 군사적 야망이 없는 것 같다… 서방처럼 군대를 거느리고 아프리카에 가서 사람을 죽이는 대신 … 그들은 아디스아바바로 가서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고, 철도 체계를 향상시키고, 전화 체계를 만들고, 도로를 재건하고 싶다.”고 정부에게 말했다.

 

자신은 결코 중국 공산당의 지지자가 아니라고 말하며 연설을 시작한 바루파키스는 이 제안의 이유가 순수한 자선이 아니라 에티오피아 정부와 신뢰를 구축하여 석유 계약을 체결하는데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함이었다고 단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수세기 동안 유럽인과 북미인이 채택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업 접근 방식이다.    ( 위 같은 글)

 

2015년 중-아프리카 협력포럼.jpg
2015년 12월 5일 개최된 중국-아프리카협력포렴(FOCA)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른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도 중국은 마찬가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차베스 정부와 그 후계자는 항상 베네수엘라에 대한 중국의 경제 참여를 장려해 왔으며 결코 제국주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반대로 차베스는 중국과의 동맹이 제국주의에 맞서는 보루, 즉 “미국 패권주의에 대항하는 만리장성”이라고 생각했다. 중국 자금 조달은 에너지, 광업, 산업, 기술, 통신, 교통, 주택 및 문화 개발 사업에 아주 중요했다. 따라서 지난 20년 동안 베네수엘라 빈곤층의 생활 조건 개선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캐빈 갤러거(Kevin Gallagher)는 《중국 트라이앵글The China Triangle》에서 베네수엘라의 전례 없는 빈곤 퇴치 사업은 “2000년대의 높은 유가와 … 중국과의 공동 기금”의 결합으로 가능했다. 남미 전역에서 2003-13년의 “중국 붐”은 “워싱턴 컨센서스 기간 동안 발생한 라틴 아메리카의 불평등 증가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썼다.(같은 글)

 

차베스는 중국과 제국주의 열강의 차이점에 대해 분명하게 말했다. “중국은 대국이지만 제국은 아니다. 중국은 누구도 짓밟지 않고, 누구도 침략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폭탄을 투하하지 않는다.”(같은 글)

 

반제국주의 분야에서 탁월한 피델 카스트로는 중국이 제국주의 열강이라는 개념을 철저하게 거부했다. “중국은 객관적으로 가장 전도유망한 희망이자 모든 제3세계 국가의 모범이 되었다. 균형, 진보, 세계 평화와 안정의 중요한 요소이다.” 중국의 지원과 우정은 사회주의 쿠바에 매우 귀중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중국은 이제 섬의 두 번째로 큰 무역 협력자이자 기술 지원의 주요 원천입니다.(같은 글)

 

라틴 아메리카를 뒷마당으로 여기고 간섭과 침략과 정권교체를 자행해 왔던 악랄한 미제국주의와 비교할 때, 라틴 아메리카에서 중국은 제국주의 국가이기는커녕 진보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2022년 11월 25일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서기 미아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주석과 중국 시진핑 주석은 회담을 통해 쿠바와 중국의 특별한 우호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로 한 것을 봐도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제국주의 일극주의에 대항하는 경제협력체인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내의 국가들 상호 간, 이 나라들 중 러시아와 중국이 브라질과 인도를 착취하고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파키스탄 ‘부채함정’에 대한 서방제국주의의 떠들썩한 중국 비난도 사실은 자신들의 문제를 중국에게 전가하기 위한 술수였다.

 

일대일로를 따라 “부채 함정 외교”와 관련하여 서구에서 요란한 소란이 발생했지만 실제 상황은 “개발도상국 부채 조건을 조사하는 거의 모든 연구에서 선진국 대출이 중국 보다 더 부담스러운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파키스탄에 일대일로 ‘부채 함정’을 만들었다는 비난에 대해 중국 대사는 파키스탄 부채의 42%가 다국적 기구에 있으며 중국의 우대 대출은 1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위 같은 글)

 

일대일로 사업으로 건설된 파키스탄 수력발전소.webp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완공된 파키스탄 캐롯 수력발전소  

 

더욱이 중국은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처럼 식민지 약탈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다. 중국은 미국처럼 세계전역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있지도 않다. 중국이 보유한 단 하나의 해외 군사기지는 소규모의 아프리카 '지부티' 해군기지 한 군데인데, 지부티는 소말리아 해적이 창궐하는 지역적 상황에서 세계 여러 나라에 군사기지를 유치해 임대료를 받거나 관련 산업을 육성해 경제성장에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현대화를 추진함에 있어 일부 국가가 취하는 전쟁, 식민화, 약탈의 옛길을 걷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나라 인민들을 희생시키면서 그 잔인하고 피로 물든 풍요의 길은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우리는 역사의 바른 편과 인류 진보의 편에 굳게 서겠습니다…


중국은 모든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합니다. 대국과 소국, 강국과 약국,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평등의 원칙을 견지하고 전 세계 인민이 자주적으로 선택한 발전 경로와 사회 제도를 존중합니다.
중국은 모든 형태의 패권주의와 권력정치, 냉전사고,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 간섭, 이중 잣대를 단호히 반대합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중국특색 사회주의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고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 건설하기 위해 단결분투하자)

 

중국의 외교 정책에 있어서 평화공존의 5대 원칙은 주권과 영토보전의 상호존중, 상호불가침, 내정불간섭, 평등호혜, 평화공존이다. 중국은 이 정책을 충실하게 준수해 왔다.


홍콩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내정 문제다. 홍콩 문제는 역사적으로는 영국 제국주의의 홍콩 식민지 지배로부터 기원하고 있으며 서방 제국주의자들은 중국의 분리독립을 부추기기 위해 홍콩 시위에 개입했다. 직접적으로는 대만에서 살인을 저지른 홍콩인 범죄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법’에서 출발했다.

 

대만문제 역시 일본제국주의의 대만 통치와 장제스 국민당 군대의 대만 진주로부터 기인하고 있다. 중국의 ‘일국양제’ 정책은 평화적인 방식으로 대만과 통일하기 위한 합의다. 미국도 이 일국양제를 한 때는 지지했다. 그러나 미국은 대만의 분리독립을 부추기기 위해 대만 분쟁을 야기해 왔다.

 
2) 미제국주의는 어제도 오늘도, 상당기간 내일도 우리의 주적이다
 

반제를 미중 패권주의, 미러 패권주의로 보는 양비론적 입장은 현대제국주의의 본질을 은폐, 호도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서방 제국주의의 이해에 복무하는 기회주의 노선이다. 이러한 입장은 러-우 전쟁에서도 서방 제국주의의 침략성, 전쟁 야기를 양비론으로 호도하고 그 때문에 서방 제국주의의 이중잣대 노선을 제대로 폭로하지 못하게 된다. 전쟁의 실질적인 종식의 길을 막아 버린다.


미국의 핵독점, 핵패권 정책과 적대시 정책에 대한 자위권의 일환으로 만든 북핵에 대해 “미국 핵도 나쁘고 북한핵도 나쁘다. 모든 핵 반대”는 중립적인 입장이 아니라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을 호도하는 입장이다. 이처럼 첨예한 정치적 문제 앞에서 역사적 원인을 따지지 않고 제기하는 '양비론'은 결국 미제의 이해에 봉사하는 논리로 전락하게 된다.


특히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미일한 군사동맹과 이 침략 동맹에 맞서 조중러 동맹 간의 신냉전이 펼쳐지고 있는데, 양비론적 입장은 반제 입장이 아닌 중립적 입장으로 경도될 수밖에 없다. 동유럽과 소련 사회주의 해체 이후 조성된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 맞서는 다극체제의 형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할 수 없으며, 이를 진보적으로 간주하지 않음으로써 인식상의, 실천상의 오류에 빠지게 된다.


그리스공산당은 최근 미국 하원의장 펠로시의 대만방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평을 했다.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미군 동원, 인도-태평양의 긴장 확대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 간의 위험한 경쟁 사슬의 고리이다.

 

러시아를 제국주의라 보고 러-우 전쟁을 제국주의 간 전쟁이라 보는 그리스공산당은 중국을 제국주의라 규정한 결과 대만 분쟁에서도 제국주의 간 분쟁으로 보고 있다. 이는 대만문제에 대해 역사적 관점이 결여된 것이며, 양비론으로 미제국주의와 대만 분리주의자들의 책동을 물타기하는 것이다.


미제국주의의 주적은 중국이다. 미국의 모든 공세가 중국을 향해 있다. 미제국주의는 중국과의 대립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반북, 반러, 반쿠바, 반베네수엘라, 반이란 등 반제자주 진영을 고립, 포위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홍콩, 신장위구르, 대만은 미국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내세워서 통일국가 중국을 분리독립시키려 기도하는 중국의 약한 고리이다.


최근 미국은 한국, 대만, 일본이 참여하는 칩4동맹,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등으로 중국을 경제적으로 포위하려 하는데, 이는 ‘미국 우선주의’라는 명목 하에 ‘동맹국’에게 자신들의 위기를 전가시키고 미국경제를 회생시키려는 의도이다.


쿼드(Quad)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주도의 일본・인도・호주의 4각 반(反)중국 연합 협력체로서, 최근 한국도 여기에 가입하려 하고 있다. 오커스(AUKUS)는 2021년 9월 15일 호주, 영국, 미국 세 국가가 참여하여 공식 출범한 삼각동맹으로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강화가 핵심 목표이다. 일본은 여기에 영국과 협력하여 반중 안보협정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이른바 권위주의 국가들의 부상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가치동맹’이다. 여기서 권위주의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이다. 이들의 가치동맹은 반중, 반러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미제국주의는 신나찌 파시스트들을 부추기면서 꼭두각시 젤렌스키 정권을 내세워 러시아를 소진시켜 약화시키고 이를 통해 제국주의 패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끝없는 나토 팽창 정책,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정책, 러시아 포위 고립 정책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장기화하고 우크라이나 민중에게 전쟁의 고통과 희생을 강요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조작혐의가 뚜렷한 부차학살을 서방 세계가 부각하면서부터 전쟁 초기 평화협정이 무산되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 민중의 희생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2014년 5월 2일 발생한 우크라이나 네오 나치세력에 의한 오데사 노동조합 방화사건. 이 사건으로 200여 명이 학살되었다.webp
2014년 5월 2일  우크라이나  제일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네오 나치세력 소행으로 추정되는 노동조합 방화사건으로 200여명이 학살됐다. 

 

미제국주의에게 우크라이나는 나토가 진출하려는 최첨병 국가이며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해와 일치한다. 미제국주의는 유럽에서는 나토를 내세워 러시아를 포위하고, 동북아시아에서는 일본을 전쟁하는 국가로 내세워서 대륙 공세의 전초기지로 삼으려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대만, 한국은 미국의 최하위 졸개국가들이다.


이제 전쟁반대는 통상적으로 외쳤던 주장이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박한 요구가 되고 있다. 미제국주의가 부추기는 전쟁이 우리 목전에 다가와 있다.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관철되면 대만, 한반도는 더 첨예한 분쟁지대, 최악의 경우에는 우크라이나에 이어 전쟁의 참화지역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은 젤렌스키가 끝없이 러시아를 주적으로 규정하여 자극하고 전쟁을 부추겼던 것처럼, 북선제타격 공언, 북한 주적론, 최근에 와서는 “핵을 두려워 말고 확실히 응징 보복”하라며 돈키호테처럼 천지분간하지 못하고 무모한 전쟁 책동을 일삼고 있다. 한미 양국은 2023년에는 사상 최대의 실기동훈련을 예고하고 있는데, 이는 그 동안 윤석열이 공언해 왔던 선제타격, 참수작전, 정권교체를 실전처럼 훈련하는 위험천만한 전쟁놀음이다.


윤석열 정권은 미국의 패권 전략에 적극 호응하여 위험천만하게 러시아와 중국, 조선을 자극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한국경제를 더 위기로 내몰아 민중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북은 이러한 호전적 전쟁책동에 맞서 ‘강대강’의 입장을 고수하며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초대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화성포-17형 발사를 한바 있고, 이 와중에 서해상에서의 총격전, 해상경계선을 넘는 사실상의 교전상태가 펼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9.19군사합의 위반 운운하는데, 9.19군사합의는 4.27평양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의 일환으로 체결되었다. 사사건건 미국 눈치를 보며 이 역사적 선언을 무산시키는데 일조했던 자들이 9.19군사합의 위반 운운하는 것은 파렴치한 짓이다.


2023년 한반도 정전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미군을 철수시키고 평화협정을 맺어야 하는 역사적 시점에 역설적으로 전쟁위기가 최고조로 닥치고 있다. 4.27판문점 선언과 9.19평양 공동선언의 무산과 오늘날 고조되는 전쟁위기 원인을 살펴볼 때도, 결국은 미국이 문제다. 미국이 평화의 걸림돌이고 영속적 분단을 획책하는 분단의 주범이다.


반미는 반미제국주의의 대중적 표현이다. “더 이상 이념의 시대는 아니다.”, “반미는 시대착오적이다”는 주장이야말로 미제국주의에 부합하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이념 그 자체이다. 고조되는 전쟁위기와 깊어지는 경제위기의 시대에 시대부응적인 과학적, 역사적인 인식으로 이 시대가 부과한 과업에 실천적으로 복무하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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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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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자본주의 제국주의론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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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제국주의 성격과 21세기 타도 제국주의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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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