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제국주의 논쟁
  • [보론] 러시아연방공산당의 입장
백철현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등록일 :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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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연방공화국 공산당

                   

그리스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이미 2022년 4월 23일 “우크라이나 제국주의 전쟁 러시아연방공산당의 입장”에서 이번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연방공산당이 친정부, 즉 친러 제국주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가 있다.
이에 대해 2022년 5월 16일 러시아연방공산당(CPRF) 국제부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는 신나찌주의와 싸우고 있다! 그리스공산당 국제부의 성명에 대한 의견”에서 이를 정면 반박했다. 러시아연방공산당의 반박 성명은 전쟁과 관련해 많은 내용을 담고 있으며 주목할 만하다.  이하에서 소개한다.

 

 

이 전쟁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주장하면서 그리스 동지들은 “시장을 위한 투쟁과 외국을 약탈하기 위한 자유를 위한 투쟁,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적 운동과 민주주의를 억압하려는 투쟁”이라는 레닌의 잘 알려진 명제에서 출발한다… 동지들은 … 특히 순전히 제국주의적인 정복 전쟁이었던 제1차 세계 대전을 가리킨다. 그러나 도그마는 제쳐두고 모든 전쟁에는 고유한 특성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전쟁과 관련하여 자신의 입장을 결정하는 맑스주의자의 임무는 '그 성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제국주의 전쟁 외에도 파시즘과 나치즘이 정치현상으로 등장한 20세기 중반에 널리 퍼진 민족해방전쟁과 반파시스트전쟁이 있는데 10월 혁명의 영향으로 민족해방투쟁이 격렬해졌기 때문이다…


2014년 2월 미국과 다른 나토(NATO) 국가들의 직접적인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정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합법적인 정부는 전복되었다. 네오 나치가 권력을 잡았다. 이후 미국은 정권교체(레짐 체인지) 준비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약 5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 누구도 그렇게 막대한 액수를 쓰지 않을 것이다.


쿠데타의 결과로 극단적인 민족주의, 반유대주의, 반폴란드, 루소포비아(러시아혐오증) 및 반공산주의 정서가 전통적으로 강했던 서부 우크라이나, 갈리시아 사람들이 권력을 장악했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인구의 강제 동화가 시작되었다. 러시아어 금지와 학교 교육을 러시아어에서 우크라이나어로 전환하기로 한 결정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사람들은 팔짱을 끼고 일어났다.

 

반데라주의 네오나치.jpg
우크라이나의 반데라주의 네오나치


2014년 5월 11일 국민투표에서 인민의 87%가 독립을 선택했다. 따라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인민 공화국은 크렘린의 지시가 아닌 대중 주도로 형성되었다.
도네츠크와 루간스크를 약화시키려는 시도가 여러 번 실패한 후 키예프 나찌는 테러에 의지했다. 8년 동안 지속된 중포격으로 거의 14,000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부상당했다. 인프라가 심하게 손상되었다.


긴 8년 동안 유럽 국가들과 미국은 돈바스에서 러시아인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극도의 평정심을 가지고 바라보았고, 이는 키예프 정권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정당화했다.
오늘날 유럽연합과 미국은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삼는 것이 이른바 자유투사들의 일상이 된 사실을 외면한 채, 전쟁에서 고통 받는 인민들을 묘사하는 전대미문의 위선을 보이고 있다…

 

맑스주의 이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충돌은 그리스 동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제국주의 전쟁으로 묘사될 수 없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돈바스 인민들의 민족해방전쟁이다. 러시아의 관점에서 그것은 국가 안보에 대한 외부 위협과 파시즘에 대한 투쟁이다….


반데라이트 정권은 8년 동안 이 전쟁을 준비해왔다. 군인들은 루소포비아 계급의 정신으로 끊임없는 이데올로기 세뇌를 당했다. 강력한 요새가 만들어지고 군대에 최신 무기가 제공되었다.
제국주의적 지정학적 목표에 따라 미국은 점차 우크라이나를 군사적 이익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우크라이나를 “마지막 우크라이나 군인까지” 러시아와 싸우기로 결심한 나토 선봉으로 만들었다.


이르면 2021년 12월 러시아는 미국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방 비확대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미국인들은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2022년 1월 러시아는 이런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미국의 전술핵무기 배치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4개의 원자력 발전소와 상당한 과학기술적 잠재력을 가진 우크라이나는 자체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펜타곤의 후원 아래 우크라이나는 세균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30개 이상의 실험실을 설립했다. 이 실험실이 치명적인 질병의 특히 위험한 박테리아를 연구하고 다른 인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파하는 방법을 조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문서가 있다.


이 모든 것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에 위협이 된다.
이것은 모두 제국주의 간 모순이나 시장과 자원에 대한 투쟁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된다. 계급적 문제의 민족적 요소와 민족적 문제의 계급적 요소를 보지 못하는 것은 교조주의의 영역으로 이끈다…


우크라이나의 천연 자원과 산업 잠재력을 장악하기 위해 러시아 부르주아지의 이익을 위해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 동지들은 전쟁의 본질에 대한 레닌의 말을 역사적 맥락을 거세하고 끄집어낸다.
그러나 러시아 지도부가 우크라이나를 미리 장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처음부터 러시아 지도부는 돈바스 인민공화국 형성에 대한 국민투표를 지지하지 않았다…
1991년 이후 우크라이나의 산업과 자원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독점에 의해 과도하게 착취당했다. 러시아 과두정치는 서구의 이해관계에 있는 “파이 나누기”에 참여하지 않았다.


더욱이 러시아 과두 정치*는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작전에 반대했다. 그것은 세계 과두정치에 통합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이미 러시아의 친서방 지향을 보존하도록 정부에 압력을 가할 것을 촉구하는 서방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었다.

 

*러시아 과두 정치ㅡ  러시아 과두정(러시아어: олигархи, tr. oligarkhi)은 정치학계의 일종의 ‘고유명사’이며, 구소련 공화국의 ‘기업 과두정’을 일컫는다. 이들 집단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민영화를 통해 1990년대에 급속도로 부를 축적했다. 붕괴된 소련 국가는 국가 재산을 획득하는 수단으로 이전 소련 관리(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비공식 거래를 허용하면서, 분쟁 중인 국가 재산의 소유권을 헐값으로 넘겼다. 이들 러시아 과두정치는 시장 자유화 시대에 미하일 고르바초프 밑에서 기업가로 등장했다. 수학자이자 전직 연구원인 Boris Berezovsky가 그 대표적이며  로만 아브라모비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블라디미르 포타닌과 같은 연줄이 좋은 과두 정치가들이 존재한다.  과두정치는 보리스 옐친(1991-1999) 대통령 재임 기간 러시아 정치에서 점점 더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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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과두정치

 

게다가 러시아 과두정치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군사작전으로 상당한 고통을 겪었다. 그들은 제재를 받았고 그들의 궁전과 요트를 빼앗기고 은행 계좌가 동결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우리는 30년 동안 러시아를 약탈하고 이제 전리품을 빼앗긴 사람들에 대해 조금도 동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러시아 과두정치가 군사작전에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이 작업을 지원하지 않음으로써 대기업은 재산과 돈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지배 엘리트 내에서도 영향력을 잃었다.


어떤 계급 세력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군사작전의 가장 맹렬한 반대자였는지 주목하기 바란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큰 독점 자본, 자유주의 환경의 정치적 대표자, 소위 지식인 사이의 “창조적” 하수인이었다.


러시아 공산주의자들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을 보호하는 데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수백 명의 공산당원들이 이 공화국 군대의 일원으로서 나치와 싸우고 있다. 이 투쟁에서 수십 명의 공산주의자들이 사망했다. 러시아연방공산당은 지난 8년 동안 13,000톤의 인도적 지원을 실은 93대의 호송대를 이들 공화국에 보냈고 휴식과 치료를 위해 러시아에 온 수천 명의 어린이를 수용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러시아연방공산당은 러시아 지도부에 돈바스의 독립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솔직히 우리는 그리스 동지들이 돈바스의 “소위 인민공화국”에 대해 경멸하는 말을 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인민들은 반데라주의자 나찌들의 은밀한 침략에 맞서는 암울한 저항의 8년 동안 수천 명의 민간인과 군인의 생명을 희생하여 공화국을 방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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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나치즘으로 무장한  우크라이나의 아조프 부대. 이들은 사실상 서방의 물질적 정신적 원조를 받으며 성장했다.


우리는 러시아인과 수세기 동안 러시아인, 특히 우크라이나인과 벨로루시인과 함께 살았던 다른 민족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국제주의적 의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보기에 “러시아 세계” 또는 러시아 문명의 역사적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고대 그리스 문명의 위대한 의미를 부정하는 것만큼이나 불합리하다. 마놀리스 글레조스(Μανώλης Γλέζος)*가 아크로폴리스 꼭대기에서 나치 깃발을 찢을 때 그는 계급적 이익뿐만 아니라 독일 점령에 맞서 단호한 투쟁을 시작한 그리스인들의 국가적 자부심에 이끌렸다…


오만방자하게 ‘세계공동체’를 표방하는 서구 정치인들과 언론은 유럽의 역사를 직접 체험한 아시아·아프리카·중동·중남미 주요국의 신나치 편을 노골적으로 편들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신식민주의가 우크라이나 사건을 미국 주도의 단극 세계에 대한 러시아의 투쟁으로 보는 것이 지극히 옳다.


지구 인구의 60%가 거주하는 국가들은 러시아 작전을 지원하거나 중립 입장을 취한다.
1941년에 히틀러 연합의 일원으로서 우리나라에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만이 공격적인 입장을 취한다. 이들은 제1차 세계 대전에서 패한 나치 군부 체제의 부활에 크게 기여한 미국과 영국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이다. 오늘날 러시아는 다시 파시즘과 유럽과 미국에서 파시즘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싸우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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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놀리스 글레조서의 생전 모습

 

* 마놀리스 글레조서는 그리스의 좌익 정치가, 언론인, 작가, 민중 영웅으로 제2차 세계대전 저항군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1941년 5월 31일 새벽에 그는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 게양돼 있는 독일 파시즘의 깃발을 제거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나치 정권에 의해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고 사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그리스내전과 내전 이후에도 그는 투옥되어 사형선고를 받고 오랜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2020년 3월 30일 97세 나이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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