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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2007년에 이어 세 번째 검단산행에 나섰다. 경기 북부에서 경기 남부까지 전철로 이동해도 2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여름이 채 가시기 전이라 한낱 햇볕이 뜨겁다. 얼마 전 연결 개통된 5호선 종점인 하남 검단역에 내려 검단산을 바라보며 인도를 따라 걷는다. 등산로 입구에서 유길준 묘와 현충탑 갈림길이 나온다. 

 

충혼탑 방향으로 향한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계곡이 있고 양쪽으로 수목원과 농장이다. 길 한 켠으로는 공영주차장이다. 한참 걷고 있는데 군인 흉상을 한 충혼탑이 멀리 보인다. 도로 주차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보이는 등산로로 접어든다. 벌써 땀이 난다. 잠시 쉬고 출발하려고 앉았는데 습한 숲속이라 시커먼 산모기가 우르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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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무를 수 없다. 호젓한 등산로를 따라 걸어 올라간다. 잎갈나무가 하늘을 찌르듯 곧게 서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지만 숲속 그늘이 더위를 식혀준다. 한참을 오르니 왼쪽으로 한강과 미사리 조정경기장 물줄기가 드러난다.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그러나 출발과 숲이 가려 주변 전망은 볼 수가 없다. 그래도 바람이 불어와 몸의 열기를 식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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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능선을 만나고 곧 이어 높은 봉우리와 함께 정자가 있다. 그곳에서는 동쪽으로 멀리 용문산까지 바라 볼 수 있다. 정상인가 했는데 남쪽으로 봉우리가 하나 더 보이고 정상까지는 820m를 더 가야 한다. 3주 만의 산행이라 약간 몸이 지친다. 그러나 멈춰봐야 시간만 지체될 뿐이다. 다시 걷는다. 결국 정상에 당도한다. 정상에는 헬기장이 있고 제법 넓은 공간이다. 평일인데도 등산객들이 여럿 보인다. 

 

사방을 둘러볼 수 있다.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 서쪽을 내려다보는데 중부고속도로 동서울 톨게이트이다. 숱하게 지나다니는 곳이라 익숙한 곳인데 산 위에서 내려다보니 새삼스럽다. 그 뒤로 야트막한 객산, 금암산을 비롯해 뾰족하고 높은 롯데타워 보이고 멀리 북한산도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를 향해 있다. 

 

북쪽으로는 천마산, 운길산, 예봉산, 예빈산이 지맥으로 연결되어 있고, 동쪽으로는 멀리 용문산과 뾰족한 백운봉이 우뚝하다. 눈 아래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는 큰 호수를 이루고 팔당댐으로 합류해 한강으로 흘러든다. 강원, 경북, 충북의 깊은 골짜기에서 시작 한 물방울이 천을 만들고 강으로 넓혀 여기까지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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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을 겸해 차 한잔 마시고 인증샷을 찍는다. 20만 명이 넘는 교사들이 광장으로 나오면서 무너진 교육과 폐허가 된 학교(교실) 현실을 다시한 번 드러났다. 학생의 학습권, 교사의 교권 그리고 학부모의 참여라는 3위 일체의 교육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인권을 토대로 한 공동체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닫힌 교실에서 열린 광장으로 선생님(교육노동자)들 잘 나오셨습니다! 죽은 교육을 살리고 무너진 교실을 바로 세우자! 학교 해방! 교육혁명!이라는 내용을 치킷을 들고 인증샷을 찍는다. 그리고 윤석열 정권이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도 모자라 ‘방사능 처리수’로 바꿔 부르기로 한 데 대해 ‘핵오염수는 처리수가 아니라 핵폐기물이자 핵쓰레기!라는 인증샷까지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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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휴식을 끝낸 뒤 하산한다. 올라온 길이 충혼탑쪽이라 생각했는데 올라와서 보니 유길준묘 방향이다. 길을 잘못 들었나보다 하고 충혼탑 방향으로 하산한다. 제법 가파른 등산로를 내려오니 멀리 북한, 도봉산과 한강 그리고 하남시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다시 정상에서 1km 지점에는 “씻는곳”이라는 푯말과 함께 계곡물이 콸콸 쏟아지고 물봉선이 붉게 피어 있다. 아래를 조망하기가 더 수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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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에 있는 대로 하남시 동부에 위치한 ’검단산‘(해발 657m)의 유래를 살펴보자. “하남시 일대가 삼국시대 백제 발상지로 이 산이 위례성의 숭산(崇山), 진산(鎭山)으로 추정된다. 산 이름은 백제시대 승려 검단선사가 은거했다는 설화거나, 왕이 천신에게 제사 지내던 곳으로 ’검‘은 ’신성하다‘, ’크다‘는 뜻에서 비롯됐다는 학설도 있다. 다산 정약용은 삼국사기 백제 건국 신화에 동쪽 높은 산을 검단산이라 하였고, 조선왕조실록에는 태종 이방원이 내시별감을 보내어 검단산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그러나 한강유역을 놓고 벌인 3국의 쟁탈전까지는 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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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를 뒤로 하고 하산하는데 밥알이 매달려 있는 모습의 꽃이 보인다. ’새삼‘덩굴이다. 인테넷을 찾고 지인에게 불어보니 “씨가 떨어져 싹이 나온 후 ’숙주가 되는‘ 기주식물(寄主植物)을 찾아서 감으면 뿌리가 없어지고 숙주에 흡착해 영양분을 먹고 자라는 기생식물’이라고 한다. 잎도 뿌리 줄기도 없어 탄소동화작용을 하지 않아도 꽃이 피는 생물인데 다만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살 수 없으니 적당하게 영양을 섭취한다고 하니 생태계의 신비로운 조화인가?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는 데 어둠이 깔린다. 충혼탑에 당도한다. 오를 때 유길준묘와 충혼탑 사이 등산로로 오른 것이 확인됐다. 확 트인 전망으로 해를 숨긴 북한산은 검붉은 석양으로 물들어 있다. 터덜터덜 걸어 다시 하남검단산역에 도착했는데 주변은 전부 아파트단지로 식당 골목이 없다. 전철로 몇 정거장을 지나 길동역에 내려 늦은 저녁을 먹고 귀가한다.

 

- 493회, 검단산, 2023.9.7.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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